층간소음, 어떻게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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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어떻게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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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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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일의 도·시·공·감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인한 한국 사회의 스트레스가 극심한 수준이다. 이웃 간의 다툼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그로 인한 살인까지 있었을 정도이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가 만들었다는 ‘집콕댄스’ 사태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집안에서 한 가족이 흥겹게 춤을 추는 영상인데, 층간소음을 조장한다는 비난으로 연결되면서 급기야 관련 부처가 대국민 사과까지 하게 된다. 보건복지부가 사려 없이 가벼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우습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장면을 굳이 층간소음과 연결시키는 것도 이해가 쉽지 않다. 춤을 추는 곳이 굳이 아파트라는 근거도 없지만, 영상을 본다고 실제로 그 춤을 따라 출 가족도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 같은 비난이 일어난 것은 층간소음에 대해 한국사회가 얼마나 예민해졌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층간소음은 정확하게는 소음이라기보다는 ‘진동’에 가깝다. 아파트 벽체 구조의 울림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사람을 상자에 넣고 밖에서 두들길 때 안에서 느끼는 불쾌감과 같은 것이다. ‘건물 진동 불쾌감’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몇 개 층 떨어진 곳의 진동이 전해져 불쾌감을 주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때로 엉뚱한 이웃과 싸움이 붙기도 한다. 그러면 이런 진동은 왜 요새 들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우리가 전에 없던 고층건물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아파트는 대부분 30층 이상이다. 10층만 되어도 까마득한 고층으로 생각하던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50층 이상도 흔하다. 아파트 형태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긴 복도를 따라 여러 세대들이 줄을 지어 붙어있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이제 복도는 사라지고 승강기를 따라 한 층에 두서너 세대만이 살고 있다. 예전에 비해 층높이는 높아지고 바닥은 좁아진 것이다. 같은 면적에 예전보다 대략 5배나 많은 세대들이 아래위로 놓인 형국이다. 좁은 면적에 더 많은 진동이 집중되는 셈이니, 문제가 심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또 다른 이유는 아이러니 하게도 건축구조의 발달이다. 예전의 저층아파트가 일종의 단단하고 묵직한 덩어리와 같은 구조라고 한다면, 오늘날 고층아파트는 날씬하고 가벼운 막대기와 같은 구조이다. 얇고 가볍지만 버티기는 더 잘 버틴다. 외부로부터 충격이 와도 이를 받아넘기면서 지나가기 때문이다. 지진 당시에도 고층 아파트들은 몹시 흔들렸었다. 하지만 염려하듯이 부러지거나(?) 넘어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5층의 저층아파트가 쓰러진 경우가 있었다.

차이를 잘 보여주는 부분은 아파트의 바닥이다. 예전 아파트의 바닥은 40센티미터가 넘는 두께로 지어졌지만 요새 아파트는 20센티미터 정도에 불과하다. 절반의 두께만 가지고도 충분히 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바닥이 얇아지면 재료는 줄어들고 층높이는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이다. 하지만 가볍고 얇아지다 보면 진동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층간소음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보면 층간소음은 흔히 말하듯 ‘재료 빼먹기’나 부실공사의 결과라기보다는 오히려 현대 건축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생긴 부작용인 것이다.

일단은 그렇다 치고, 그러면 층간소음의 해결은 가능한 것일까. 물론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방안은 많이 언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둥구조’ 아파트 건설이다. 상자와 같아서 진동에 취약한 지금의 ‘벽식구조’ 아파트의 대안이다. 진동을 흡수하는 마감재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고층아파트 양식 자체가 가장 큰 원인이다 보니, 이러한 부수적인 방안들이 만족할 만큼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 같다. 효과가 좀 있다 하더라도 시공비가 올라가고 세대수는 줄어들게 만든다. 지금도 하늘을 뚫을 기세인 아파트 가격을 더 자극할까 두렵다.

결국 지금으로서는 층간 소음이란 것은 우리 스스로가 선택한 주거문화, 주거양식의 필연적인 단점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한국형 고층아파트 양식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어두운 일면이라는 것이다. 사랑해서 스스로 선택한 대상이라면, 그 단점도 품어야 한다고들 한다. 이건 사람 뿐 아니라 주택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세상에 완전한 주거양식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독주택, 빌라, 연립주택, 전원주택 등등이 있고 저마다 여건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층간소음을 피해의식과 다툼으로 대처하기 보다는 생활문화를 통해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인식이 필요할 수밖에.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 시스템 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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