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에 남을 부동산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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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남을 부동산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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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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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버스 보다 먼저 바이킹들이 북미대륙에 도착했다는 증거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바이킹들이 작은 배로 어떻게 원양항해를 했을까. 식량과 물이 충분치 않았을 것이다. 구글어스를 켜보면 답이 나온다. 노르웨이에서는 덴마크에서 영국 가는 거리보다 조금 덜 가면 페로제도에 닿는다. 일도 아니다. 거기서 같은 거리에 아이슬란드가 있고 또 비슷하게 가면 그린란드다. 그린란드에서 또 비슷한 거리에 캐나다의 뉴펀들랜드가 있다. 바이킹들이 북미에 갔다면 고향에서 간 것이 아니고 아이슬란드나 그린란드 정착민들이 갔을 것이다.

그런데 왜들 눈덮힌 척박한 그린란드에 가서 살았을까. 986년에 붉은 에릭(Erik the Red)이라고 불리는 아이슬란드 사람이 14척의 배로 그곳에 닿았다. 살인죄를 짓고 가족들과 함께 북쪽으로 도망을 쳤다. 에릭은 유럽에서 사람들이 이주해 정착하도록 섬 이름을 그린란드(Greenland)로 붙였다.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바로 그 이름 때문에 위험한 항해를 거쳐 건너왔다. 와서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농사지을 초록 땅이 섬의 2%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모두 얼음이다. 대다수가 죽었고 그린란드는 아직도 인구가 약 5만에 그친다. 그린란드는 역사상 가장 큰 부동산 사기로 불린다.

유럽 사람들은 땅이 모자라 역사 내내 서로 싸웠다. 특히 왕가에서는 장자가 상속을 하면 동생들은 집을 떠나 다른 땅을 찾아야 했다. 중세 유럽 역사를 규정지은 민족 대이동이 장자상속제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렇게 살던 유럽인들이 미국에 도착해 보니 도대체가 땅을 두고 싸울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미국인들의 심성이 낙천적이고 기본적으로 친절한 이유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미국도 더이상 땅이 남아돌지 않게 되고 아무리 땅이 많아도 좋은 땅은 서로 차지하려고 하니 다시 싸움이 나고 부동산 사기도 발생했다.

어디서나 개발될 가능성이 큰 땅이 인기다. 대표적인 곳이 플로리다의 늪지였던 모양이다. 플로리다는 기후가 좋아서 지상의 파라다이스로 불린다. 광대한 민물 늪지가 있는데 수많은 사기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대표작이 찰스 폰지가 꾸민 사건이다. ‘폰지사기’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바로 그 폰지다. 1925년에 사기로 수감되었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폰지는 플로리다로 도주해 늪지 100에이커를 1600달러에 매입해 각 에이커를 23필지로 나눈 다음 플로리다 최고의 토지가 필지당 10달러라는 광고를 전국에 뿌렸다. 그러나 6개월 만에 사기행각으로 드러나 체포되고 유죄판결을 받았다. 부동산업계에서 ‘Swampland in Florida’라는 말은 불모지를 개발대상 토지로 파는 사기를 칭하는 용어다.

뉴욕 맨해튼의 브루클린 다리를 팔아먹은 자도 있다. 조지 파커는 미국에 막 도착한 어리숙한 이민자들을 등치는 사기꾼이었다. 주로 남의 부동산을 팔았다. 자유의 여신상과 매디슨스퀘어가든도 팔았다. 문서위조의 대가였고 연기력이 탁월했다고 한다. 브루클린다리는 수차례 팔아먹었다. 그러다가 한 매수인이 통행료를 징수하기 위해 요금소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사기당한 것을 알게 되어 경찰에 신고했고 파커는 체포되어 통산 네번째 유죄판결을 받았다. 탈옥도 잘했는데 이번에는 종신형을 받았다. 감옥 안에서는 사기행각 무용담으로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영어에서 “I’ve got a bridge to sell you.”는 남을 잘 믿는 사람에게 하는 경고성 농담이다.

이렇게 역사에는 이런저런 큼직한 부동산 사기 사건이 있는데 요즘 국내에서는 딱히 부동산 사기 사건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고 그렇지만 뭔가 매우 부당해 보이는 이상한 부동산개발 사건이 온 언론을 장식한다. 어딘가 무협지를 연상시키는 회사 이름들도 나온다. 상호의 영문 표기가 그냥 ‘Hwacheondaeyu’인 것도 특이하다.

한 부동산개발 프로젝트의 몇 년간 투자수익이 1000배가 넘는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은 튤립 한 뿌리가 지금 기준 약 1억6천만원까지 올랐던 17세기 네덜란드 튤립파동, 주가가 반년 만에 (겨우) 100배 올랐던 18세기 영국의 남해거품사건, 주가가 몇 달만에 30배 올랐던 18세기 미시시피회사 사건 등 역사상 3대 버블사건과 함께 그를 능가하는 또 다른 차원의 기록으로 한국사뿐 아니라 세계사에 남을 것이다.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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