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같은 플랫폼 없으면 드라마 하청국 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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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같은 플랫폼 없으면 드라마 하청국 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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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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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메가 히트를 치면서 한국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독립운동의 상징 김구 선생이 그토록 바랐던 ‘문화강국’의 꿈이 이뤄진 것이다. 김구 선생이 지하에서 흐뭇해 하실 듯싶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한국이 미국의 드라마 하청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에 2140만 달러(약 253억 원)를 투자해 9억 달러(약 1조원)의 가치를 창출했다. 약 40배의 이익을 올린 셈이다.

넷플릭스가 대박을 치자 다른 미국 업체도 한국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히트로 한국이 문화강국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지만 한국의 콘텐츠업체가 미국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전 세계를 상대로 아웃소싱(외주)을 해왔다.

미국은 제조업을 중국에, 소프트웨어를 인도에 하청했다. 미국은 80년대 중국에 투자해 중국을 세계 제조업 기지로 키웠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인도를 소프트웨어 기지로 육성했다.

중국과 인도(친디아)의 싼 인건비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이라는 ‘베짱이’는 친디아라는 ‘개미’를 부리며 열심히 일하지 않고도 잘살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반세계화론자들은 세계화로 미국이 제3세계의 인건비를 따먹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세계화로 미국은 물론 친디아도 이익을 보았다.

친디아는 미국의 투자로 급격한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중국은 세계 2위, 인도는 세계 6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미국은 더 큰 이익을 보았다. 미국은 친디아로부터 싼 상품과 소프트웨어를 수입함으로써 수십 년 동안 인플레이션 없는 초장기 호황을 구가해 왔다.

외주 덕분에 인건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었던 미국 기업들은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하기 시작했다.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2조 달러마저 돌파한 기업도 나왔다.

바로 애플이다. 22일 현재 애플의 시총은 2조4710억 달러다. 이는 한국 국내총생산(GDP)보다 많다. 한국의 2021년 GDP 추정치는 1조8067억 달러다. 일개 기업의 시총이 세계 10위 경제대국인 한국의 GDP보다 많은 것이다.

친디아가 인건비 등 푼돈을 벌 때 미국 기업들은 일확천금을 한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외주 덕분에 이 같은 기적을 연출할 수 있었다.

그런 미국 기업들이 중국 인도에 이어 한국을 하청기지로 만들려 하고 있다. 중국은 제조업, 인도는 소프트웨어, 한국은 드라마다.

오징어 게임이 성공하자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이 정도의 제작비로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를 미국에서는 결코 제작할 수 없다며 새로운 아웃소싱 기지를 발견했다고 쾌재를 부르고 있다. 겉으로는 할리우드 배우들이 굶어죽을 판이라고 엄살을 떨지만…

이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미국이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이를 전달할 플랫폼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한국은 오징어 게임뿐만 아니라 기생충, 미나리 등 훌륭한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자체 플랫폼이 없다.

이제 한국 문화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플랫폼을 장악해야 한다. K-드라마뿐만 아니라 K-팝 등 일단 들어오면 모든 한류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포털’(관문)을 만들어야 한다.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이웃 중국도 해낸 일이다. 중국은 ‘틱톡’이라는 짧은 동영상 플랫폼을 출시해 전세계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틱톡의 이용자수는 최근 10억 명을 돌파했다. 이는 세계 최초의 SNS인 트위터(3억2100만 명)보다 세배 정도 많은 것이다.

틱톡이 워낙 성공해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중 분쟁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트럼프는 화웨이에 이어 틱톡을 제물로 삼으며 중국을 공격했었다. 이 틱톡을 만든 회사가 ‘바이트댄스’다.

바이트댄스는 2016년 150개국, 75개 언어로 틱톡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5년 만에 10억 명 회원을 확보했다.

오징어게임이 성공하자 중국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유쿠’는 오징어 게임을 표절한 ‘오징어의 승리’를 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문화콘텐츠를 베끼는데 여념이 없는 나라다. 그런 나라도 자체 플랫폼 출시에 성공했다.

물론 중국은 방대한 인구, 막대한 자본, 전 세계에 걸친 화교 네트워크 등 한국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 그러나 한국도 노력하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터이다.

자체 플랫폼을 갖지 못하는 한 한국은 미국 드라마 하청국 신세를 영원히 면치 못할 것이다. 재주는 한국이 넘고 돈은 미국이 버는 현상이 고착된다는 얘기다. 박형기 중국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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