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에 들른 고향과 경화(耕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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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 들른 고향과 경화(耕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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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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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 들른 고향, 황금빛으로 가을이 익어가는 고향. 거기엔 철없던 어릴 적의 희망과 청춘, 고뇌와 추억들이 수없이 어려 있는 곳. 구겨진 넥타이 같은 꼬부랑 가을 들판과 도랑 길 따라한창 가을걷이로 바쁜 정겨운 결실의 황금 들판이 한눈에 펼쳐진다. 숨바꼭질하던 동네 골목마다 노란 감과 빨간 감 홍시가 마치 소싯적 운동회 줄다리기나 어깨동무 친구처럼 주렁주렁 열리고 있었다.

시월의 고향을 갈 때면 늘 교훈과 설렘이 앞선다. 왜냐하면, 시월의 고향은 ‘씨 뿌려 거두는 농심의 철학’과 ‘결실은 곧 노력의 결과‘라는 알찬 교훈이 늘 상존하는 현장이요, 고향은 늘 자기 정화를 위한 삶의 밑거름이요, 행복의 중요한 나침반 같기 때문이다. 어쩌면 중·장년 세대에게는 고향과 어머니는 이 험한 세상, 우리 인간의 마음을 가장 따뜻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마지막 원천이 아닐까?.

그러나 지금 우리들 고향의 현상은 어떤가? 마을과 들판, 심지어 산속까지 곳곳에 농막이라는 이유로 온통 컨테이너 천국이다. 대부분이 행정력이 못 미치는 불법이다. 고향 산천 곳곳에 흉한 불법 축사의 악취와 전원주택 단지나 별장과 공장, 매너없는 귀촌인과 귀농인 등 무분별한 개발과 침입(?)으로 옛 고향 정취의 상징이었던 ’고향의 맛과 멋‘이 이미 곳곳에서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고향의 오랜 전통과 정서와 경로우대와 고향사랑 정신 등 농촌의 생활방식을 완전 무시하고, 논밭의 농작물을 제 멋되로 뽑아가고, 마을 일에 ‘나 몰라라’ 하는 귀농 및 귀촌인들의 밤낮없는 심각한 작태와 현지 주민과의 갈등도 문제다. 고향이 온통 심한 중증의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이다. 우리들의 고향, 현재진행형의 자연생태계와 고향 풍속도가 빛의 속도로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곧 다가올 선거철에는 또 어떤 공약들로 고향 어른들의 마음을 흔들까 걱정된다. ‘고향의 맛과 멋’이 늘 함께 있던 고향 풍경이 더욱 그리워지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필자의 고향도 마찬가지다. 경남·경북에 걸쳐진 3군(郡)의 경계선, 하늘 아래 첫 동네 같은 무한청정 지역, 오지라 10여 호에 겨우 10여 명이 옹기종기 사는 곳. 평균연령이 75세 이상이다. 지난 시대의 농어촌 탁상공론 정책들이 증오스럽다. 아쉽고 개탄스럽다. 정부와 지자체의 어이없는 각종 정책과 작태들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참 어이가 없다. 어이는 맷돌 손잡이다. 이미 어이가 사라지는 고향의 현실은 한평생 고향을 지키고 있는 어른들만 알 것이다.

아직도 고향을 지키는 이들이 있어 무척 다행이다. 필자의 고향에 우뚝 서 있는 명산 화왕산을 중심으로 사시사철, 사방팔방으로 농심을 지키는 파수군이요, 농민의 소득증대와 교양함양에 이르기까지 늘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60년여 전통의 경화회(회장 박근성)가 있다. 지난 1963년 창립하여 지금까지 농번기(5월과 10월) 외는 매월(26일) 월례회를 시작으로 고향발전의 리더로서, 오늘도 농심의 견인차 역할을 크게 하고 있다. 알뜰 회원 천여명이 고향의 역사와 문화와 전통, 자연생태계를 24시간 지키고 있는 유일한 농민단체다.

경화(耕和)는 곧 농심(農心)과 화합(和合)의 상징이다. 창립 때부터 고향(2읍과 12면, 139개 법정리와 285개 행정리)의 지역과 연령, 학력, 남녀를 전혀 구분하지 않고 함께 어울려 고향을 지키고 있다. 어쩜 고향의 지킴이 경화회가 고향정신과 향토문화를 계승하고 꽃피우는 진정한 촛불정신의 나침반이 아닐까 싶다. 늘 가을배추 이파리처럼 넉넉한 인심이 있던 고향. 우리가 돌아갈 수구초심(首丘初心) 같은 고향, 이제 우리의 고향은 누가 지킬꼬? 김영국 계명대 벤처창업학과 교수/경영학박사/Saxopho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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