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주어진 책무
  • 모용복선임기자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주어진 책무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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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사수수(鹿死誰手). ‘사슴은 누구의 손에 잡힐까?’

당명 변경 후 두 번 째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맞붙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오는 5일 결정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이번 대선 후보는 지난 2017년 탄핵 사태 이후 다시 정권을 탈환해야 하는 엄숙한 사명을 지닌다. 만일 이번에도 패한다면 당의 패망을 넘어 보수진영 전체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선거다. 그런 까닭에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수많은 국민의 여망을 등에 업고 등판하는 대선주자는 보수 사활을 걸고 여당 후보와 건곤일척 승부를 벌여야 한다. 아울러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다른 후보들도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으로 대선후보를 도와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하지만 지난 4개월간의 경선과정을 돌아보면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지난 10차례 토론회를 보면 정책대결은 실종되고 후보들은 인신공격과 망신주기, 비하성 발언을 앞세워 상대를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장학퀴즈’라는 말까지 회자될 정도로 수준 이하 토론회였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장외에서도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됐다. 연일 캠프 간 비난전이 계속됐으며, 급기야 지지자들 사이에 폭력사태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윤석열 후보와 유승민 후보 지지자 간 물리적 충돌이 연이어 발생하자 유 후보측은 “주범은 윤석열 후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여기에 2차 컷오프에서 탈락한 황교안 전 대표는 부정 경선을 주장하며 경선 중단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이처럼 경선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과열·혼탁양상을 보이자 정홍원 국민의힘 선관위원장은 10차 토론회를 앞두고 대선주자들을 향해 “품위 있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 달라”고 호소하기까지 했다.


경선 룰을 놓고도 파열음이 일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6일 여론조사 문항을 확정했다. 경선 여론조사를 불과 8일 앞둔 시점이다. 본경선에 50% 반영되는 국민 여론조사 문항에 대해 ‘4지선다형’으로 할 지 ‘양자대결’로 할 지를 놓고 후보 간 신경전이 첨예했다. 결국 홍준표 후보 바람대로 ‘4지선다형’으로 결정됐지만 여진은 계속됐다. 윤 후보측이 ARS투표 본인 인증절차 도입을 반대하자 홍 후보 캠프는 윤 후보측이 조직적인 대리투표를 시도하고 있다며 선관위에 고발 조치했다.

‘공천협박’을 놓고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발단은 지난달 30일 서울대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윤석열 캠프 측이 공천권을 빌미로 당협위원장들의 지지를 강요했다’는 익명글이었다. 이를 두고 홍 후보측은 주호영·권성동 의원의 당적 박탈을 요구했으며, 윤 후보 측은 “허위사실이자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불법행위”라며 오히려 홍 후보가 윤 후보를 돕는 당협위원장을 대놓고 협박했다고 맞받아쳤다.

이처럼 경선 막바지까지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경선 이후에도 갈등이 쉽사리 봉합될 지 의문이 든다. 앞서 후보가 결정된 민주당은 결선투표 없이 경선을 마무리해 이낙연 후보측의 반발이 컸다. 하지만 이재명 대선후보는 이 후보를 비롯해 나머지 주자들을 차례로 찾아 서둘러 갈등을 봉합하고 외형상으로는 ‘원팀’을 출범시켰다. 이로 보면 일단 대선후보 경선과정은 민주당이 한 발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자고 나면 지지율이 달라지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자칫하다간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정권탈환을 위해선 경선 이후 속도감 있게 갈등을 봉합하고 모든 후보들의 힘을 하나로 결집하는 것이 급선무다. 만약 누가 최종 후보가 돼도 이러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이재명이라는 더 큰 산을 넘기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이번 대선은 개인의 영달을 넘어 보수 사활을 건 엄중한 선거다. 이러한 점을 생각한다면 경선 이후 각 후보들이 취해야 할 행보는 너무나 명확하다. 경선에서 이긴 후보나 패한 후보 모두 이러한 책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까지는 워밍업에 불과했다. 대선 레이스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후보들은 증오와 허물을 묻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통합의 첫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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