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의 오징어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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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의 오징어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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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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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일의 도·시·공·감
오징어게임이 히트하면서 많이 회자되고 있다. 막장으로 몰린 사람들이 엄청난 상금이 걸린 게임에 뛰어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게임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 살아남는 사람은 상금을 독차지한다. 패자는 아예 생존조차 할 수 없다. 그야말로 서바이벌 게임이다. 다소 버거운 내용인데도 크게 흥행한 것은 지금의 현실에 호소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겠다.

손님 없는 가게를 유지하느라 빚만 늘어가는 자영업자들, 그런 와중에 단순히 줄만 잘 서서 수백억 이윤을 챙겼다는 개발의 소문들. 이런 뉴스들이 우리 현실이 오징어 게임에 다름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생존을 놓고 벌이는 게임이 개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구감소, 지방소멸 시대에 각 도시와 지자체들도 어쩌면 이런 거친 게임을 벌이고 있는지 모른다. 도시재생, 활성화는 결국 사람을 얼마나 모으는가 하는 데 있다. 높은 건물을 올리고 도로망을 촘촘히 놓는다 해도 그것들은 활력을 담기 위한 그릇에 불과하다. 그 안에 음식이 담기지 못하면 껍데기일 뿐이란 것이다. 그리고 그 음식에 해당하는 것은 바로 사람들, 그리고 사람들의 활동들이다.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시간과 비용을 써가며 활동을 해 주어야 비로소 한 도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재생이 오징어게임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의 활동은 분명 양이 정해져 있는 자원이다. 사람들의 숫자도, 그들이 쓸 수 있는 시간과 돈도 결국은 한계가 분명하다. 그러기에 한 지역이 활성화되면 그 만큼의 활력이 다른 지역에서는 줄어들게 될 수밖에 없다. 전체로 정해진 양의 활력, 그 유한한 자원을 자기 지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도시재생인 것이다. 찰스 티보라는 경제학자는 ‘발로하는 투표’라는 표현으로 이 시대를 미리 예견한 바 있다. 인구는 줄어드는 데도 그 집중도는 살기 좋은 일부 지역으로만 쏠린다는 것이다. 결국 지역들도 소멸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권 출범과 함께 도시재생뉴딜사업이 어느덧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총 50조 투자 공약이 제시되면서 큰 기대 속에 시작되었다. 하지만 마무리 단계인 지금, 처음의 기대는 상당 부분 우려로 대체되고 있다. 지역마다 수백억씩의 마중물 예산이 주어졌지만, 제대로 이용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마중물은 마셔서는 안 된다. 우물에 넣어 더 큰 물이 솟아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경험도 역량도 부족한 지자체들이 마중물을 들고 망설이다가 결국 벌컥벌컥 들이 마시고 있는 형국이다. 마중물 예산으로 재생 효과도 불분명한 건물 몇 개를 짓고는 이름만 거창하게 붙이고 마무리하는 양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전국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진행방식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부분이다. 2017년 이후 대략 400여 곳의 재생사업지구가 지정되면서 사실상 전국의 모든 도시들이 두세 개 이상의 뉴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생이 그저 지역을 잘 꾸미는 것이라면 문제없겠지만, 활력을 도모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크다. 인구감소가 시작되고 팬데믹 까지 겹쳐 있는데 전국의 수백 군데에서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한’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마치 학교 학생들 모두에게 평균 이상 성적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과부화가 걸릴 수밖에 없고, 성공적인 재생사례가 도출되기도 어렵다.

사업 실행 과정을 보면 더 그러하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통에 재생 관련 인력과 전문가는 태부족이다. 한정된 수의 전문가, 업체들이 이곳저곳에 겹치기 출연하며 거의 모든 재생사업들을 담당하고 있다. 결국 각 도시의 재생정책이 다 비슷비슷하고 차별성이 없다. 정해진 기한에 사업을 완수해야 하다 보니, 지역의 현실을 차분히 연구하거나 지역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결국 지역의 미래를 다루는 중요한 사업계획이 그 지역을 몇 번 방문하지도 않은 업체들에게 맡겨지곤 한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문제를 직시하면서 이제는 후속편을 준비할 때가 된 것 같다. 무엇보다도, 전 지역이 동시에 같은 틀의 재생사업에 뛰어들게 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 전문 인력과 주민 역량을 육성해온, 준비된 지자체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모든 지자체가 동일한 시한 내에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도 지양되어야 한다. 지역 여건에 따라 사업 속도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인접한 소도시들은 통합적인 재생사업을 하도록 해주는 방안도 필요하다. 단기적인 성과를 벗어나 중장기적인 시각을 지향하는 분위기도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모든 전국 모든 도시가 동시에 사업에 뛰어들게 하는 방식은 그야말로 오징어 게임으로 흐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 시스템 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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