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과 CO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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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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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제1의 도시 글래스고는 지금 기후변화 문제로 뜨겁다. 지구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보다 1.5℃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막기 위해 제26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 이른바 ‘COP26’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2주 동안(10월31일~11월12일) 열리는 이 환경회의에 197개 나라 대표들, 기업인들, 취재진, 환경단체 대표들 및 활동가 등 10만여 명이 몰려든다고 한다. 회의장은 세계 각국의 고관들이 차지하고, 도심은 환경운동가들이 펼치는 각종 행사로 왁자지껄 할 터이니, 인구 60만 명밖에 안 되는 이 도시 모습이 그려진다.

개막식에서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은 녹화 연설로, 그리고 주최국 영국의 총리 보리스 존슨이 개막연설을 통해 산업혁명의 발상지임을 은근히 자랑하며 글래스고를 치켜세웠다. 맞다. 글래스고는 1776년 제임스 와트가 실험단계의 증기기관을 혁명적으로 개량해서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되게 한 곳이다. 또 같은 해 아담 스미스는 이곳에서 국부론을 출판하여 자본주의가 이론적으로 싹트게 했다.

방직기를 돌리고 기차를 달리게 한 것이 증기기관이고 증기기관의 연료가 석탄이다. 석탄이 바로 산업혁명의 원동력이었다. 그때부터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대기속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당시 그 기체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된다는 걸 알지 못했다. 250년 후 인류는 화석연료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 재앙을 부르고 있음을 깨닫고 그걸 막으려 애쓰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로니가 아닐 수 없다.

기후변화를 제어하지 못하고 인류가 불행해진다면 그 원죄는 산업혁명을 일으킨 영국에 있음직하다. 하지만 문명을 이렇게 사후적으로 단죄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20세기 중반 이후 지구온난화의 폐해를 예견한 서유럽 국가들은 일찍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에 나섰다. 그 역사적 계기가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에서 UN기후변화기본협약(UNFCCC)을 체결한 일이다.

이 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매년 기후협약 서명 당사국들이 모여 온실가스배출 제약을 협의하는 국제회의를 열고 했으니 이게 바로 당사국회의(Conference Of Parties), 즉 통칭하여 COP이다. 1994년 독일이 ‘COP1’를 본에서 개최했다. COP26은 영국이 2020년 글래스고에서 개최하기로 예정되었으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1년 연기해서 올해 열리는 것이다.

당사국 회의는 1997년의 교토의정서, 2015년의 파리협정을 체결했지만 미국공화당 정부가 이들 국제조약에서 탈퇴했다가 복귀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을 만들었다. 그 요체는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온도를 1.5도 이상 상승하지 못하게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제로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른바 넷제로( Net-Zero) 또는 탄소중립이다.

EU 미국 영국 캐나다 한국 일본 등은 2050년 탄소배출을 0으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COP26에서 모두 중간 이행단계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40%이상 줄이겠다는 자발적 약속을 했다. 석탄으로 산업혁명을 시작해서 19세기에 세계의 공장(Workshop of the World)으로 불렸던 영국의 경우 2023년 석탄화력발전소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폐쇄한다.

반면 산업화를 시작한 아시아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들은 이제 석탄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석탄을 산업동력으로 쓰며 이산화탄소를 제일 많이 배출하는 나라가 중국이고 세번째 배출국이 인도다. 중국 한 나라가 소비하는 석탄이 전 세계 나머지 나라가 소비하는 석탄 분량보다 많다.

유엔산하 기관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회(IPCC)는 지난 9월 기후변화의 현 상황을 ‘위험경보(Red Code for Humanity)’로 규정했다. 이제 빨리 행동해야 한다는 재촉이다. 사실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할 때만 해도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론이 상당했다. 한국사회에는 기후변화나 지구온난화에 대한 개념도 알려지지 않았다. 30년 후 우리는 태풍, 폭염, 폭우, 한발, 해양수위 상승 등 기후변화를 실존적 위협으로 느끼게 됐다.

COP26이 열리는 스코틀랜드는 영화 007과 관련이 깊다. 원작자 이언 플레밍 조상의 땅이고 이곳에서 영화가 촬영되었고 1세대 제임스 본드 역 배우가 스코틀랜드 출신 숀 코네리다.

그래서일까. 존슨 영국 총리는 COP26 개막 연설에서 제임스 본드의 영웅적 역할을 기후변화 해결에 비유해서 눈길을 끌었다. 007영화의 절정은 전세계에 치명적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시한폭탄을 터뜨리기 전 제임스 본드가 용기와 기지를 발휘해서 째깍째깍 돌아가는 시한폭탄의 코드를 잘라내는 아슬아슬한 장면이다. 존슨은 폭탄을 종말론적 장치(Doomsday Device)라고 말했다. 존슨은 인류의 상황을 ‘자정 1분전’이라고 표현했다. 기후변화라는 시한폭탄의 폭발코드를 제거할 수 있는 아주 짧은 시간만 남아 있으며 글래스고에서 이 코드를 짤라내자는 정치적 수사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현장을 보면 일리 있는 표현이다.

보통 인간은 거리적으로 가깝고 시간적으로 가까운 일에 관심의 강도가 높아진다. 오늘에 떨어질 이익을 30년 후 50년 후 닥칠 위험을 생각하며 밀어내지 않는다. 한편 인류 역사상 세계 모든 나라가 한 가지 현안에 이렇게 동조해서 30년간 머리를 맛대고 토론해 본 적이 없다는 점에서 한가닥 희망을 본다. 김수종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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