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러비안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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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러비안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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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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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몇 마디 말만 주고받아도 기분이 나빠지는 사람이 있다. 평범한 말을 해도 귀에 속속 들어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반감을 품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바로 말을 하는 상대방의 눈빛, 표정, 목소리의 톤이나 억양 등의 차이 때문이다. 똑같은 말이라도 어떤 자세와 태도로 말하느냐에 따라 상대가 받아들이는 감정적 반응은 확연하게 달라진다. 상대방에게 전하고자 하는 언어의 의미가 표정이나 눈빛, 목소리 등의 비언어적 요소에 의해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연로하신 부모님에게 ‘식사하세요.’라며 공손하게 말한다면 부모님은 “그래. 고맙구나”라시며 흐뭇해하실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말이라도 딱딱하고 거칫한 목소리로 ‘식사하세요.’라고 한다면 부모는 틀림없이 ‘내가 늙었다고 벌써 자식들이 괄시하는구나’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친구 간에도 농담하다가 웃으며 ‘그만해’라고 하는 것은 포용 가능한 일상적 대화의 한 부분이지만, 정색하며 ‘그만해’라고 한다면 이는 함축된 의미가 전혀 다르다. 더는 참기 어려우니 그만하라는 경고의 메시지이다. 사기꾼이 사기를 치는 주된 무기도 바로 거짓을 진실인 것처럼 자신감 있게 말한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진실일지라도 자신감 없는 어투와 표정으로 말한다면 상대방은 잘 믿지 않고 의심한다.

이처럼 대화에서 표정이나 목소리 등의 비언어적 요소는 대화의 내용만큼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메러비안은 이를 구체적으로 연구하여 결과를 내놓았다. 그는 사람들이 누군가와 첫 대면을 했을 때 상대방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는 요소를 분석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호감을 느끼거나 인상이 각인되는 결정적 요인은 상대방의 말의 내용이 아니라 이미지였다. 목소리는 38%, 표정은 30%, 태도는 20%, 몸짓이 5% 영향을 끼치지만, 말의 내용은 고작 7%밖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한다. 비 언어적 요소가 93%라는 얘기다. 특히 전화로 상담할 때는 목소리의 중요성이 82%로 올라가며, ‘말하는 내용’ 그 자체는 겨우 7%의 효과만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현대사회의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협상과 설득에 공식화된 ‘메러비언의 법칙’이다. 앨버트 메러비안은 의사소통에서 ‘말의 내용’보다 말하는 사람의 표정이나 몸짓, 목소리, 태도 등 ‘비언어적 요소’가 그 사람의 평가나 인상을 결정짓는데 차지하는 비율이 훨씬 더 크다며 “행동의 소리가 말의 소리보다 크다”라는 유명한 명언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우리는 어떠한가. 지금까지 대화의 내용만을 중시하고 다른 비언어적 요소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듯하다. 내용이 좋으면 만사 오케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사실은 어떤 사람이 어떤 인물인가를 평가할 때 그 인물의 시각적인 요소가 가장 큰 영향을 주고, 그다음이 청각적 요소이며, 말의 내용이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아무리 학식이 뛰어나고 지식이 많은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에 관한 판단은 시각적, 청각적 요소에 의해 큰 부분이 각인되고 난 뒤에 내면적 요소에 관한 판단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어떤 사람과 전화 통화를 할 때 말의 내용보다 말의 자세나 태도가 통화하는 상대방의 이미지를 95% 이상 결정 짓는다고 하니, 휴대전화를 24시간 붙들고 사는 현대인들이 특히 귀담아들어야 할듯하다.

현대사회는 커뮤니케이션 시대다. 사람과의 관계가 더욱 중요시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좋은 말이라도 기분 나쁜 톤과 억양, 표정으로 말하면 오히려 비아냥거리는 말로 들린다. 유머를 너무 진지하게 말하면 상대방은 웃지 않는다. 축하를 슬픈 표정으로 말하면 상대방은 기뻐하지 않는다. 말을 할 때 몸을 흔들거나 팔을 휘젓는 등 과도한 제스처를 하면 상대는 불안감을 느낀다. 그러므로 사람과의 만남과 대화에서 좋은 이미지를 주고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대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요소인 표정, 몸짓, 태도, 목소리의 억양, 톤 등이 훨씬 더 중요함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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