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졸라 탄생 100년, 탱고 어떻게 탄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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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졸라 탄생 100년, 탱고 어떻게 탄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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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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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의 노래 중에 ‘노르웨이 숲’(Norwegian Wood)이 있다. 비틀스가 1965년 발표한 앨범 ‘러버 소울’(Rubber Soul)에 수록된 곡이다. 이 노래에 영감을 받아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1989년 ‘노르웨이 숲’이라는 장편소설을 썼다. 국내에는 ‘상실의 시대’라는 이름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알려진대로 하루키는 생존하는 소설가 중 가장 유명한 비틀스 마니아다.

‘노르웨이 숲’은 2분4초짜리로 비교적 짧은 노래다. 이 음악을 듣다 보면 전주(前奏)에 어떤 현악기가 낯선 향신료처럼 뇌를 쨍하게 한다. 기타나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는 결코 낼 수 없는 음색이다. 한겨울 강가에서 얼음과 얼음이 물결에 부딪히면서 내는 울림 같기도 하다. 간주(間奏)에서도 이 악기의 미세한 떨림은 전두엽을 뒤흔든다. 인도 악기 시타르(citar)다.

비틀스는 1960년대 중반 인도를 방문해 3개월 체류한다. 라비 샹카르에게서 영향을 받은 조지 해리슨으로 인해서다. 비틀스는 인도에 머물며 시타르 연주자 샹카르에게 인도 음악을 배운다. 그리고 인도 악기 시타르를 과감하게 자신들의 음악에 접목한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 ‘노르웨이 숲’이다. 또한 인도 철학을 음악의 테마로 녹여낸 것이 ‘렛 잇 비’다.

비틀스의 노래 중에 언제 들어도 가장 신나는 음악은 ‘오블라디 오블라다’가 아닐까.(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이다) 오래전 한 술집에서 방송사 기자인 친구는 불콰해지자 갑자기 피아노 앞에 앉더니 ‘오블라디 오블라다’를 연주하며 노래했다. 그 친구가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비틀스가 1968년 말에 발표한 ‘오블라디 오블라다’는 지금도 가끔 방송을 탄다.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코너의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된다. 폴 매카트니가 곡을 쓴 ‘오블라디 오블라다’는 자매이카 전통음악 스카(ska)에서 코드를 빌려온 것이다.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런던에서 활동하는 음악가 지미 스콧이 타이틀 제작과 코러스에 참여했다.

50년이 넘었건만 ‘오블라디 오블라다’는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고 새롭게 느껴진다. 노랫말은 데스몬드와 몰리가 시장에서 만나 사랑하고 결혼해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산다는 평범한 내용이지만.

장르의 융합 ‘보헤미안 랩소디’

퀸(Queen)의 ‘보헤미안 랩소디’는 1975년에 나왔다. 요즘처럼 세상이 빨리 바뀌는 시대에는 연식(年式)만 보면 쉰내가 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전연 그렇지가 않다. 지금 들어도 신선하고 새롭다. MZ세대 역시 조금도 거부감 없이 ‘보헤미안 랩소디’를 소비한다.

왜 그런가. 장르의 융합 때문이다. 약 6분짜리 ‘보헤미안 랩소디’를 찬찬히 감상해본다. 도입부는 ‘아카펠라’로 시작한다. 그러다 갑자기 발라드가 등장한다. 그러다 오페라가 나온다. 그리고 다시 강렬한 비트의 록 기타 사운드가 터진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 보면 이 대목이 비교적 상세하게 묘사된다. 프레디 머큐리는 이 음반 작업을 하면서 레코드사 프로듀서와 갈등한다. 프로듀서는 히트가 보장되는 ‘성공 공식’을 담기를 요구한다. 어떤 음을 반복적으로 쓰면 대중이 호응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프레디 머큐리는 이를 단호하게 거부한다. 히트하는 음악의 공통적인 특징을 가져다 써야 성공한다는 주장에 손사래를 친다. 그건 음악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기만행위라고 반발한다. 그러면서 록밴드에게는 이질적인 아카펠라, 발라드, 오페라를 과감하게 융합시킨다. 그 어떤 밴드도 시도하지 않았던 실험! 그런데. 불협화음을 일으킬 줄 알았던 이질적인 장르들은 서로 어우러져 오히려 록 음악의 강렬한 사운드를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프레디 머큐리는 이질적이고 다른 것을 멀리하지 않았다. 그는 진정한 혁신가였다. 나는 이것이 그의 다문화적 혈통 덕분이라고 판단한다.

‘여인의 향기’의 탱고 장면

일상의 평안이 가끔씩 권태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스트로 피아졸라(1921~1992)의 탱고를 듣는다. 올해는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이다.

탱고를 대중적으로 널리 확산시킨 게 영화 ‘여인의 향기’다. 탱고 신(scene)은 이 영화를 기억하게 하는 최고의 명장면이다. 이 탱고 장면에 나오는 음악이 ‘포르 우나 카베자’(Por Una Cabeza)다. ‘간발의 차이’라는 뜻. 시력을 잃은 퇴역 장교인 주인공이 레스토랑에서 만난 젊은 여성과 탱고를 춘다. 이 장면을 보고 탱고의 세계에 빠져든 사람이 주변에 여러 명 된다. ‘포르 우나 카베자’의 일부 소절은 연고전(고연전) 때 연세대의 응원가로도 편곡되어 사용된다.

남미 대륙에 국한되어 있던 탱고를 세계적인 음악 장르로 등극시킨 사람은 아르헨티나 작곡가 아스트로 피아졸라다. 그의 대표작 ‘리베르탱고’를 들으면 내면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진다.

탱고는 아르헨티나에서 기원한 음악이다. 그렇다면 탱고는 아르헨티나에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쿠바에서 오래전부터 유행해온 두 박자 춤 ‘아바네라’에 아르헨티나·우루과이 민속음악 ‘밀롱가’를 결합시켰다.

아바네라는 스페인에 뿌리를 둔 4분의 2박자 춤곡이다. 쿠바가 스페인 식민지이던 19세기 중엽 쿠바에 머물던 스페인 작곡가가 아바네라 곡을 쓰면서 알려졌다. 밀롱가는 탱고의 전신으로 불린다. 팜파스 초원의 목동들이 기타 연주로 부르던 노래가 도시의 대중을 파고들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여기에 아프리카 타악기 음악 ‘칸돔베’가 합류했다. 칸돔베는 아프리카 노예들이 거리를 행진하면서 북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음악이다. 흔히 탱고의 할아버지 격이라고 불린다.

탱고는 이렇게 유럽·남미·아프리카의 융합으로 탄생한 음악이다. 아바네라, 밀롱가, 칸돔베가 각각 개별적으로 존재할 때는 토속음악으로 머물렀지만 이것이 한데 모여 섞이니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가 태어났다. 그게 탱고다.

카를로스 조빙의 보사노바

2016 리우올림픽 하면 여러분은 어떤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골프 마니아라면 여자골프대표팀의 박인비가 금메달을 따는 순간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내 경우는 개회식 장면이다. 그중에서도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 모델 지젤 번천의 워킹이다. 메인스타디움에 설치된 런웨이를 지젤 번천이 걸어간다. 그때 ‘이파네마에서 온 여인’(The Girl from Ipanema)이 연주된다. 브라질 출신의 작곡가 카를로스 조빙(1927~1994)의 1962년 작품이다. 연주자는 카를로스 조빙의 손자인 피아니스트 다니엘 조빙. ‘이파네마에서 온 여인’은 보사노바(Bosanova) 라는 장르를 세계에 알린 작품이다.

브라질 사람들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고 즐기는 게 보사노바다. 리우올림픽 개회식을 준비하면서 주최 측이 ‘이파네마에서 온 여인’과 지젤 번천을 선택한 것은 최상의 선택이었다. 이것은 마치 2012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폴 매카트니를 등장시킨 것과 같은 맥락이다. 브라질이 만든 음악장르가 보사노바다.

솔직히 고백하면 나는 보사노바라는 장르가 있다는 사실을 10년 전에 알았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대학 동기가 유학 시절에 자주 들었다며 보사노바의 세계로 나를 인도했다. 얼핏 들으면 재즈 같다. 하지만 재즈 같으면서도 재즈가 아닌, 아주 특별한 음악 장르 보사노바.

젊은 날 조빙은 음악을 공부하면서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를 흠모했다. 드뷔시 음악을 체화시킨 뒤 재즈로 넘어갔고 재즈에 빠져 당대의 재즈 뮤지션들과 많은 공연을 했다. 다시 브라질 전통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음악을 섭렵했다. 보사노바는 클래식·재즈·브라질 전통음악이 화학적 융합을 일으켜 탄생한 새로운 장르다. 우리나라에선 유재하, 김현철, 조덕배가 보사노바에 영향을 받아 보사노바풍의 곡을 쓰기도 했다.

국악방송이 있다. 국악으로 편성된 국악전문 채널이다. 서울 예술의전당에 국악전용극장도 있다. 국가기간방송 KBS에서도 국악프로그램을 오래도록 유지한 적이 있다. 국악인이나 방송 관계자들에는 대단히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는 국악방송을 끝까지 시청한 적이 없다. 국악 가락은 쳐지고 늘어지고 궁상맞다는 느끼게 한다. 이런 것들이 국악은 어딘가 시대에 뒤처졌다는 선입견으로 작용한다.

지난해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온 이날치 밴드. 이날치 밴드의 ‘범내려 온다’를 들을 때마다 새롭고 신선하다. 외면받던 국악에 록을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 이날치 밴드. 국악만의 장점과 매력을 끄집어내 록과 결합한 음악이 록국악이다.

해금살롱이라는 국악밴드도 있다. 해금 연주자 정겨운이 리더다. 2018년 정겨운은 기타, 키보드, 드럼을 끌어들여 밴드를 새로 만들었다. 세 종류의 서양 악기와 협연을 하면서도 해금은 본연의 소리를 잃지 않는다. 절묘한 조화다. 해금살롱을 찾는 MZ세대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창조와 혁신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기존의 것에 이질적인 다른 것은 과감하게 접목시킬 때 융합이 이뤄진다. 혁신과 창조는 뒤섞임 속에서 싹튼다. 그런데 이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사람은 하던 대로 하려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이 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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