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학습의 경주 속에 미래 혁신체제 발전경로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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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학습의 경주 속에 미래 혁신체제 발전경로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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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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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우리나라 경제·사회 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경우 단순·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직종 중심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불확실성이 강화될 노동시장에서 우리는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혁신체제 내 노동시장의 민첩한 대응역량이 더욱 요구됨을 시사한다. 디지털 전환이 향후 패러다임 전환 기술로서 역할한다면, 해당 기술과 보완적인 관계를 가지는 직무 중심으로 역량 축적과 숙련도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전환 중심 기술혁신이 유발하는 숙련 수요변화와 기술혁신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 축적 및 숙련 공급 간 공진화를 촉진하도록 혁신정책을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자리 불확실성 증가, 직무 수명 감소, 그리고 일자리 및 근무형태의 다양화 흐름에 민첩히 대응할 수 있는, 학습체계 형성에 있어 제도적 한계가 뚜렷하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세계 1위 수준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양적 투자 규모가 매우 높은 학교 교육과는 달리, 노동시장 진입 이후 직무역량 및 숙련도 축적을 위한 투자 수준은 매우 낮다. 예로, 우리나라 성인의 1년 동안 공식적, 비공식적 평생학습 참여율은 17.3%로서 선진국에 비해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숙련 및 지식 축적을 위한 교육 투자가 청소년기 교육에 국한되어 있으며, 노동시장 진입 이후 학습활동이 거의 정체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노동시장 내 직무역량 축적을 위한 낮은 투자는 근로 생애 단계별 직면하는 불확실성과 잠재적 위험에 노동자들이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이에,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직무능력은 OECD 회원국 중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을 보인다. 그리고, 이주호 외(2015) 연구는 우리나라 연령 코호트별 역량을 OECD 평균 수치와 비교하였는데, 16~24세에서는 OECD 평균보다 높지만, 점차 격차가 줄어들어 35~44세 이후 연령대에서는 OECD 평균보다 낮아지고, 45~54세에서는 격차가 늘어나 OECD 평균보다 크게 낮은 사실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또한, 우리나라 교육 및 학습체계는 구조 변화가 매우 빠르게 일어나는 기술변화 흐름에 민첩하게 적응하는데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예로, 우리나라 평생학습 훈련기관 상당수가 민관기관이나, 대부분 정부 지원사업에 의해 의존하는 열악한 상황이며, 정부 지원 직업훈련의 경우, 신기술분야 훈련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주요 정형화된 사실들은 향후 전개될 디지털 전환 중심 기술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데 있어, 근로자들의 직무 및 혁신역량 축적 상 한계가 더욱 확대될 것을 시사한다. 이는 디지털 전환 및 반복업무 편향적 기술진보로 유도되는 직무·숙련 수요변화로 인해 야기될 노동시장 양극화, 노동소득 감소, 소득 불평등 문제가 더욱 강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에 따라, 미래 디지털 전환 급속화에 따라 형성되는 수요 측면 숙련도(직무) 분포와 노동시장 내 평생학습에 따라 형성되는 공급 측면 숙련도(직무) 분포 간 불일치 정도를 완화시키는 것이 향후 산업 및 노동시장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Yeo and Lee(2020) 연구는 기술혁신이 유발하는 노동시장 내 숙련도 수요변화와 기술혁신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 축적 및 숙련 공급 간 공진화를 바탕으로 한 포용성 강화를 강조한 바 있다.
이에, “기술과 학습 사이의 경주(race between education and technology)”에서 적절한 힘의 균형이 존재할 때, 기술진보에 따른 노동시장 내 부작용(예, 노동시장 양극화, 기술적 실업 등)과 사회적 불평등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래 혁신체제의 성장경로는 디지털 전환 기술에 의한 직무·숙련 수요변화와 학습에 의한 숙련 공급 변화 사이의 정교한 균형 상태를 유지하면서 개척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혁신체제의 새로운 균형점으로의 이행을 추진함으로써, 국가 혁신체제의 시스템 전환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보았을 때, 미래 혁신체제는 디지털 전환 기술혁신과 숙련 공급 간 상호작용이 촉진되는 ‘학습(learning)하는 사회’로의 구조적 전환을 이뤄낼 필요가 있다. 그에 따라, 산업 및 혁신정책은 학습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집합적 노력에 의한 비정형 업무 중심 창조적 학습활동의 파급효과를 증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디지털 전환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기술 도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 및 조직 내 근로자들의 재교육 및 학습을 통한 개인의 전환이 있을 때 도래된다는 점을 상호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근로자들의 학습권이 보장될 수 있는 조직 및 작업환경 개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 및 조직을 살펴보면 평생학습에 대한 동기부여 및 유인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데, 이는 노동자들의 숙련도 향상을 통한 노동시장 유입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 및 기업 부문은 학습을 중시하는 조직으로의 일터혁신을 강조하며, 재직자들의 학습 수요를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직무 및 역량 중심 교육체계 구축을 이뤄낼 필요가 있다.

또한, 평생학습 및 직업 능력개발 인프라 부문의 전문성 강화를 실질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역량 있는 민간훈련기관을 통한 신기술분야 학습활동 확산 및 기업주도 학습체제 도입 및 확산을 이뤄낼 필요가 있겠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통합적 관점에서, 노동시장 경직성을 해소하기 위해, 급속한 디지털 전환 기술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향후 시장수요 및 기술변화 흐름을 반영한 인적자원 개발 체계를 강화함으로써, 미래 환경변화에 따른 인적자원 수요변화에 부응하는 학습체제로의 전환을 이뤄낼 필요가 있겠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변화 추세 및 인력 수요 예측과 함께, 이에 따라 요구되는 핵심역량을 파악하는 등 예견적 정책 인텔리전스 강화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혁신의 물결 속 적응하면서 발전경로를 개척해나가는 혁신체제의 끈질김과 탄력성은 ‘사람’이 가진 유연함과 적응력에서 태동한다. 이러한 사람의 적응력은 오랫동안 축적해 온 직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학습 경험에서 태동한다. 이에, 급변하는 디지털 전환 등 기술변화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공생공락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혁신체제의 끈질김과 유연성, 그리고 적응력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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