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스왈로스, 테드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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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르트 스왈로스, 테드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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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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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미·일의 프로야구가 막을 내렸다. 기나긴 겨울의 시작이다. 야구팬에게 야구 없는 4개월은 붕어빵 없는 겨울과 같다.

야구는 공정하고 정직한 스포츠다. 전년도 우승팀이라도 오만하고 방심하면 하루아침에 하위권으로 추락한다. 반대로 만년 꼴찌팀이라도 뛰어난 지도자 아래 절치부심 땀을 쏟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 언제든 치고 올라갈 수가 있는 게 야구다. 야구팬은 이런 팀에 감동하고 박수를 보낸다.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한·미·일 3국 중 올해는 일본 프로야구가 가장 큰 감동을 주었다. 일본은 퍼시픽리그와 센트럴리그 양대 리그 12개팀으로 운영된다. 2019~2020 시즌 센트럴리그 꼴찌팀은 야쿠르트 스왈로스, 퍼시픽리그의 꼴찌팀은 오릭스 버펄로스.

그런 두 팀이 공교롭게도 2021시즌에서 각각 리그 1위에 올랐고 결국 재팬시리즈에서까지 맞붙었다. 오릭스 버펄로스는 한국의 구대성, 이대호가 유니폼을 입었던 팀이다. 야쿠르트는 재팬시리즈에서 시리즈 성적 4대 2로 챔피언이 되었다. 20년 만의 우승!

1978년 4월1일 야쿠르트 홈 개막전

그날은 1978년 4월1일. 야쿠르트의 홈 개막전. 하루키는 당시 와세다대학을 나와 재즈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재즈 카페는 밤에 문을 열고 새벽에 문을 닫는다. 야구광이었던 하루키는 가끔 낮 경기가 있을 때 메이지 진구 야구장을 찾곤 했다. 어느 나라나 평일 낮 경기는 내야석만 차고 외야석은 텅텅 비는 경우가 많다. 하루키는 늘 그랬던 것처럼 외야석 잔디밭에 비스듬히 누워 생맥주를 마시며 야구 경기를 관람했다.

홈 개막전 상대 팀은 히로시마 카프. 1회말 홈팀인 야쿠르트의 공격. 메이저리그 출신인 1번 타자 데이브 힐턴이 히로시마 투수의 초구를 강타했다. “깡~”하는 소리와 함께 타구는 좌중간을 가르며 펜스까지 굴러갔다. 깨끗한 2루타!

그때 불현듯 하루키에게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루키는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그때의 느낌을 이렇게 썼다.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어느 날 돌연 뭔가가 눈앞에 쓱 나타나고 그것에 의해 모든 일의 양상이 확 바뀐다’라는 느낌입니다. 바로 그것이 그날 오후에 내 신상에 일어났습니다. 그 일을 경계로 내 인생의 양상이 확 바뀐 것입니다.”

개막전 경기가 승리로 끝나자 하루키는 뭐에 쓰인 사람처럼 지하철을 타고 신주쿠로 갔다. 신주쿠의 기노쿠니야(紀伊國屋) 서점에서 만년필과 원고지 뭉치를 샀다. 그리고 재즈카페 영업이 끝나면 주방에서 아침까지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소설을 무작정 써 내려갔다. 그게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9년 4월, 재즈카페 사장님은 소설가가 되었다. 하루키는 일본인이 다 아는 열렬한 야쿠르트 서포터스다.

소설가 존 업다이크의 명언(名言)

축구를 모르면 유럽인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과 마찬가지로 메이저리그를 모르고서는 미국인의 일상을 이해하기 힘들다. 뉴욕, 보스턴, 세인트루이스, 애틀란타,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에서 프로야구팀은 도시의 정체성이고, 야구 경기는 가족 간의 연대감을 이어주는 매개다. 한번 어떤 도시 야구팬이 되면 대대로 죽을 때까지 그 팬으로 남는다.

미국인이 사랑하는 소설가 존 업다이크(1932~2009)는 알아주는 야구광이다. 특정하면 보스턴 레드삭스 광팬이다. 그의 작품에는 메이저리그 이야기가 종종 튀어나온다. 보스턴 사람들에게는 야구는 생활이고 종교다. 레드삭스가 이기면 웃음이 번지고 패하면 얼굴이 굳는다.

메이저리그 팬들은 ‘존 업다이크’ 하면 전설의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1918~2002)를 자동으로 연상한다. 1936년 프로 생활을 시작한 테드 윌리엄스는 1939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해 1960년까지 ‘빨간 양말’을 신었다. 한팀에서 장장 22년간 뛰었다.

테드 윌리엄스는 홈런을 치고도 곧바로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떤 경우도 더그아웃에서 나와 환호하는 관중에 모자를 벗고 답례하는 법이 없다. 심지어 은퇴 경기에서조차도. 그는 홈런을 치고 들어와 곧바로 1루 측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관중들이 아무리 “테드”를 연호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거만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는 테드의 원칙이었다. 메이저리그에 막 데뷔했을 때였다. 그가 홈런을 치고 들어왔다가 더그아웃에서 나와 환호하는 관중에 모자를 벗어 답례했다. 그러자 야구 기자가 다음날 신문에서 홈런을 허용한 상대팀을 배려하지 않은 비신사적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테드는 이 지적을 가슴에 새겼다.

그러나 마지막 은퇴 경기에서도 테드가 이 원칙을 고수하자 미국 신문에 논란이 일었다. 이를 지켜보던 업다이크가 신문 인터뷰에서 딱 한 마디했다.

“신은 편지에 답장하지 않는다.”(Gods don‘t answer letters)

업다이크의 말이 활자화되었고 논란은 일순간에 사그라들었다.

미국에 야구 영화가 많은 까닭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 파크는 구장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디지털 시대라지만 스코어보드는 여전히 사람 손으로 숫자를 넘기는 방식을 고수한다. 이런 아날로그 방식에서 보스턴 팬들은 역사와 전통의 힘을 느낀다.

펜웨이파크에서는 8회가 되면 팬들이 야구장에서 떼창을 한다. 닐 다이아몬드의 ‘스윗 캐롤라인’이다. 1997년 야구장 음악담당 직원이 캐롤라인이라는 딸을 낳고 축하기념으로 노래를 튼 것이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42, 루키, 머니볼, 내추럴, 꿈의 구장, 메이저리그, 19번째 남자, 그들만의 리그…. 내가 단숨에 본 야구 영화들이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영화 ’내추럴‘은 1952년에 나온 같은 이름의 소설 ’The Natural‘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 버나드 맬러머드의 작품. 미국 중부의 깡촌 네브라스카 주에서 야구 재능이 있는 열아홉살 청년 로이 홉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시카고로 향한다. 시카고 컵스의 입단 테스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그 머나먼 여정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성과 호텔에 갔다가 총을 맞는 불운이 겹치면서 프로 입단이 좌절된다. 하지만 그는 야구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서른다섯 살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타고난 재능’을 발휘한다는 이야기다.

미국 작가들은 메이저리그 이야기를 계속 작품으로 녹여낼 것이고 야구 영화 역시 앞으로도 계속 제작될 것이다. 야구는 미국인의 생활 그 자체니까. 조성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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