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이기만 한 사외이사는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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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이기만 한 사외이사는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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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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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회사 이사회 내에 소위원회들이 있다. 감사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소위원회는 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기업지배구조에서 통상적으로 필요한 것들도 있고 전략위원회, 환경위원회 등 개별 기업의 특수한 필요에 의해 설치되는 것들도 있다.

국내에서는 소위원회가 사외이사들만으로 구성되거나 사내이사 1인만 포함하는 식으로 이사회의 독립성을 더 강화하기 위해 설치되고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보상위원회의 경우 오너 회장의 보수를 책정하거나 경영진을 평가하는 기능을 가지는 것이 보통이므로 사외이사들만으로 운영되어야 객관적이라는 생각에 기초한다.

미국에서 감사위원회가 이사회 내에 따로 설치되게 된 것은 1938년 이후다. 맥키슨이라는 이름의 회사가 요즘 가치로 3억 달러가 훨씬 넘는 대형 회계부정을 저지른 것이 계기였다. 상장회사들은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외부감사 선정은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게 되었다.

1980년대에는 대형 스캔들이 계속 일어나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도입되었다. 그리고 21세기 초에 발생한 엔론사건으로 강력한 회계개혁법이 전격 제정되었다. 이 법에서도 감사위원회가 초점이다. 이사회 내 소위원회의 기능으로 전체 이사회가 막지 못하는 부정이 근절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최근 옥스퍼드대 르네 아담스 교수팀의 연구는 이사회경영을 개선하기 위한 지속적인 기업지배구조개혁에도 불구하고 기업부정이 근절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기업들의 적응력 때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이사회와 소위원회를 정비하려는 입법적 조치에 대응해서 이사회 구성과 권한을 조정하는 방식이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소위원회 활용으로 이사회 기능을 경영진에 유리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대다수 기업들이 소위원회를 이사회의 효율적 운영 차원에서 활용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사회 구성원들간 정보 흐름이 왜곡되는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본다.

가장 문제적인 상황은 소위원회 구성원이 아닌 사내이사가 소위원회의 운영에 ‘초청’되어서 형식적인 권한을 행사함이 없이 사실상 소위원회의 결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런던정경대 필립 에지언 교수팀 연구에 의하면 형식적 권한과 실질적 권한(영향력)의 차이 때문에 이 경우 사내이사는 소위원회의 정식 멤버였을 경우와는 다르게 행동한다.

소위원회가 활성화되면서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관련 활동은 늘어난 반면 사내이사들의 활동은 감소했다. 자본시장은 소위원회들로 인해 사외이사들의 정보력이 줄어들었고 이사들간 커뮤니케이션도 비효율적이 된 것으로 본다고 한다. 가장 나쁜 소식은 소위원회의 활성화로 형식적 권한이 축소되기 시작한 사내이사들이 실질적 파워를 유지하기 위해 이사회에 공급되는 기업정보를 감소시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정보가 부족한 사외이사들은 사내이사들의 의견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고 그 정보에 기초해서 권한을 행사한다.

아무리 제도적인 개혁이 이루어져도 이사회는 사내이사들이 주도한다. 회사를 속속들이 잘 알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는 독립성과 전문성은 있지만 회사 자체에 대한 정보는 현격히 부족하고 추가적인 정보의 입수에 노력을 기울일 여력은 크지 않다. 인센티브도 제한되어 있다. 위에 소개된 연구를 참조한다면 소위원회를 활용한 과도한 사외이사 독립성 추구는 사외이사의 기능을 저하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사외이사는 회사 외부에서 경영진을 감시감독하는 공적기관이나 시민사회 멤버가 아니다. 대원칙으로, 사외이사는 경영진과 함께 기업가치 제고와 회사의 ESG 추구에 진력해야 하는 ‘원팀’의 일원이다. 경영진 감시감독은 그 차원의 일부다. 이사회 내 소위원회가 독립성 차원에서 활용되는 것은 좋지만 행여 원팀을 해체시켜 이사회 내 정보의 공유를 저해하고 그 결과 사외이사가 기여는 없이 독립적이기만 한 결과를 낳으면 안된다.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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