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 능력과 질문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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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 능력과 질문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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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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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대한민국에서는 너무나 중요한 화두이다. 집집마다 아이들의 교육비는 가계지출 중 가장 앞서고, 질 좋은 교육을 위해 사람들의 살 곳이 몰려 있어서 부동산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만큼 대한민국에는 교육이 중요하다. 세계 유래없는 경제대국의 기적을 이끈 저력도 단연 교육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육에 대해 말할 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육의 목표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일 것이다.

기업에서 2020년에 필요한 직원의 10대역량 (GRARY, 2016) 중에서 가장 첫 번째로 꼽는 역량은 복잡한 문제해결 능력이다. 대학도 거의 대부분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가장 핵심적인 인재상이나 비젼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업에서 직원에게 요구하는 가장 핵심역량과 대학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꼽는 교육의 목표는 한마디로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육의 목표는 산업의 구조와 흐름과 단연 연관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과거 기업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홍보하고 알려서 판매하는 공급자 중심의 판매방식이라면 이제는 소비자의 불편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제품과 서비스가 판매되는 소비자 중심의 판매구조를 가지고 있다. 교육도 교사라는 공급자 중심에서 학생이라는 소비자 중심의 교육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과거 표준화 전문화 시대였던 20세기 교육은 객관화된 지식이 중요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교안을 가진 교사의 주도로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얼마나 정확히 기억시키는지를 초점에 두고 가르쳐왔다. 똑똑한 사람을 일컬어 ‘걸어 다니는 사전’이라 했고, 백과사전을 외우고 심지어 사전을 외우며 세상의 지식을 쓸어 담기 위한 공부를 했다. 하지만 인터넷과 인공지능의 발달한 지금 단순 지식을 많이 저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곧 인터넷과 인공지능과 경쟁하는 것과 다름없는 현실이 되었다. 이제는 지식의 양적 경쟁이 아니라 고도화된 문제를 해결하는데 지식과 경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교육의 중요 쟁점이 된 것이다.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학문과 학문의 연결과 기술과 기술간의 연결, 그리고 학문과 기술간의 연결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하기에 개인의 아이디어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집단의 역량에 의해 발현되는 집단 지성, 다중이 만들어내는 협력적 지성이 중요한 시대에 사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협력하면서 정보와 지식, 경험과 가치를 나누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갈 능력을 길러주는 데 큰 힘을 쏟아야 한다.

대학에서 대표적으로 혁신을 이끌고 있는 교수들은 문제해결 능력에 대해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몇 년 전부터 그분들의 강연을 통해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고려대를 탈바꿈시켰던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은 총장 재직 시절 고려대학교에 합격하여 꿈에 부푼 신입생들을 향해 “학벌의 시대는 끝났다. 여러분들에게 유람선은 오지 않는다. 여러분은 ‘개척하는 지성인’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한다. 10년이 지나면 지식의 절반이 쓸모없어지는 지식의 반감기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지식을 습득하는 게 아니라 고도화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업과 공감능력이 필요하고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근육을 키우기 위해 질문과 토론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이야기가 강연의 핵심 내용이었다.

문제해결능력과 질문지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언뜻 연결이 안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문제 해결은 질문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예를 들면 스티브잡스가 2007년 출시했던 스마트폰은 “인터넷과 전화기와 아이팟(음악 플레이어)을 하나의 기기 안에 담는다면 어떨까?”의 질문에서 비롯되어 세기의 발명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 전화기, 아이팟은 각각 별도의 기기로 만들어진 별개의 제품이었고 그것을 번거롭게 다 들고 다니던 불편함을 해소하고 하나의 기기에 담으려는 발상은 참으로 엉뚱한 질문의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또 다른 예는 요즘 누구나 편하게 쓰고 있는 서울버스 무료앱이다. 이 앱은 2009년 고2학생 유주완군이 만든지 3개월만에 40만건이 넘는 사용자(당시 아이폰사용자 55만명)가 다운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앱이었다. 앱개발은 “우리집 앞 버스정류장에 언제 버스가 오는지 안다면 얼마나 편할까?”라는 질문으로 만들어졌다. 버스 도착시간을 모를 때는 불안한 마음으로 무조건 버스정류장까지 서둘러 가야 했지만, 이 버스앱으로 버스 도착시간을 알게 된 이용자는 밥을 먹고 가도 되는지?, 지금이라도 빨리 뛰어가면 탈 수 있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어 시간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이 질문도 역시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버스 이용자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질문의 힘은 이 시대 교육의 목표인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바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암묵지라 할 수 있다. 외워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내재화되어 있어서 언제 어느 상황에서라도 응용해서 적용할 수 있는 암묵지인 것이다. 이러한 암묵지의 일종인 질문능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는 평소 생활 속에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생활화해야 하지 않을까? 문제해결능력이 교육의 목표가 되고 있는 이 시대에 교사와 부모는 학생들의 질문에 귀 기울여 주고 함께 고민하는 교육 풍토를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교사의 설명식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의 호기심과 탐구심으로 인한 자발적 자기주도적 교육의 풍토는 어른이 먼저 길을 터 줘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아이들의 입을 막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박종대 경북새희망교육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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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주 2021-12-10 13:24:27
공감합니다^^ 응원하겠습니다

김현숙 2021-12-10 13:18:55
응원합니다

김윤정 2021-12-07 18:07:34
최고세요 화이팅입니다

문성재 2021-12-07 15:35:33
교육의 힘을 기르는 첫출발에서의 근본적인 내용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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