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표심 잡으면 大選 승리 보인다
  • 모용복선임기자
노인 표심 잡으면 大選 승리 보인다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1.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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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풍경
20대 대통령선거 90일 앞으로
여야 후보 청년표심 잡기 사활
노인층 위한 대선 정책은 전무
지지율 쏠림 현상으로 관심 밖
청년보다 노년층 공략 더 쉬워
감동정치 하면 노인 표심 요동
65세 이상의 고용·빈곤·자살률
OECD 회원국중 부끄러운 1위
노인들 어깨서 짐 내려 준다는
公約아닌 空約이라도 부르짖는
가슴 따뜻한 대선 후보 그립다
모용복 선임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가 9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후보마다 청년층 표심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30세대 표심 향배에 따라 대선판도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최근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공동선대위원장 중 한 명으로 발탁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청년 보좌역을 대통령실과 모든 부처에 배치하겠다’며 청년 보좌역 모집에 나섰다. 한 술 더 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대선 캠프에 ‘청년 내각’을 출범시켰다.

청년인재 영입은 대선 때마다 으레 등장하는 선거판 풍속도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무게감은 이전과 다르다. 소위 ‘조국사태’ 이후 ‘공정’을 부르짖으며 정치권에 꾸준히 존재감을 부각하더니 급기야 대선판도를 가를 ‘캐스팅보트’로 떠올랐다. 이에 여야 후보는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MZ마케팅’에 공을 들이며 구애작전에 혈안이다. 혹시라도 청년층 눈밖에라도 날까 몸조심하는 모양새가 역력하다. 청년들이 여야 후보 모두에게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자극제가 되고 있다.

반면 노인층을 겨냥한 정책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굳이 찾는다면 지난달 대한노인회장 취임 1주년 기념식에서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월 100만원 노령수당 지급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 정도다.

이번 대선에서 노인층이 정치권으로부터 외면받는 이유는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60대 이상 지지율 쏠림현상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래서 지지를 받는 쪽도, 그렇지 않은 쪽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전자는 잡은 물고기에 미끼를 줄 이유가 없으며, 후자는 미끼를 던져봤자 소용없다는 판단에서다. 어차피 지지세가 결정난 마당에 괜히 공을 들여 헛심을 뺄 이유가 무엇이냐는 이유다.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데서 비롯된 소치(所致)다. 사실 청년층보다 노년층 표심공략이 더 쉽다는 것은 과거의 사례가 말해준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6070대 이상 어르신들은 투표하지 않고 집에서 쉬셔도 괜찮다”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비하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여당은 어르신들의 매서운 회초리를 맞고 선거에 참패했다. 정동영 말 한 마디에 50만표가 날아갔다는 얘기까지 있다. 그만큼 선거는 감수성과 직결되는 게임이다. 특히 나이가 들면 이성보다 감성이 많아지고 자식걱정, 나라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노인층 표심이 감동에 쉽게 움직일 수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번 대선에서 노인층 표심이 콘크리트처럼 보이는 것은 지금까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후보나 공약이 없었다는 반증이다.

최근 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고용률은 34%로 OECD 회원국 평균 14.7%의 2배를 훌쩍 넘기며 1위에 등극했다. 만년 1위였던 아이슬란드(31%)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노인 3명 중 1명이 정년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우리나라 노인 40% 이상이 벌이가 평균(중위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OECD 발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43.4%에 이른다. 이 역시 OECD 1위로서 회원국 평균 15.7%에 3배 가까이 높은 비율이다. 한국은 65세 이상 노인이 800만 명이나 되는 고령화 사회다. 또한 독거노인도 166만 명에 이른다. 노인 자살률도 부동의 1위다. 지난 2016년 기준 인구 10만명 당 노인 자살률은 53.3명으로 OECD 평균(18.4명)의 2.9배나 됐다. 자식을 위해, 가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평생 죽도록 일만 해온 노인들이 늙어서도 쉬지 못하고 일터로 내몰리고 있다.

이처럼 노인들이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데도 이들을 위한 대선정책은 전무하다. 투표를 쉬게 하는 ‘폄하정치’가 아닌 일을 쉬게 하는 ‘감동정치’를 펼치면 표심은 움직인다. 늙기도 서러운데 짐조차 져야 하는 고달픈 노인들의 어깨에서 짐을 내려놓게 해준다는 ‘공약(公約) 아닌 공약(空約)’이라도 외치는 가슴 따뜻한 후보가 그립다. 노인 표심을 움직이면 대선 승리가 보인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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