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와 질문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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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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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2014년에 교육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책이 나왔다. 제목이‘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인 이 책은 2015년 EBS다큐프라임‘시험4부’에서도 내용이 다뤄졌다.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에 재직했던 이혜정 박사가 수년간 진행한 서울대 최우등생들의 특징과 공부법에 관한 연구를 다룬 책이다. 우리나라 최고 명문인 서울대의 최우등생들 인터뷰를 포함하여 1100명의 학생들에 대한 심층조사 결과물을 실은 이 책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서울대의 최우등생들 인터뷰에 의하면 “A+점수의 비결은 강의들은 내용을 모두 다 받아적고 의문을 품지 않고 앵무새가 되어 다 외우면 된다.”는 참으로 어이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소문을 접한 학생들이 최우수학생들 곁으로 모여들어 그 노하우를 배우려 북새통을 이루고 비법을 전수받은 학생들의 입소문으로 수업 시간이면 교수의 농담까지 받아 적는 키보드 소리만 가득한 강의실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비판적 사고와 논리적 주장을 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A+를 받기 위해 교수의 강의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받아 적는 학생들의 노트북의 키보드 소리가 가득 찬 서울대 강의실의 광경을 상상해 보아라.

서울대 공대는 서울대를 비롯해 한국대학의 위기감을 느끼고 2015년과 2016년에 서울대학교 공과대학교 백서’(부제-추종자를 넘어 선도하는 대학으로)를 써서 혁신을 멈춘 국내 산업계와 ‘추종자’에 머무르고 있는 국내 대학 이공계의 모습에 대해 통렬하게 자기반성을 했고 시대를 이끌 인재를 키우기 위한 노력을 다짐했다.

20세기 우리가 교육의 롤모델로 여겨왔던 일본은 현재 어떠한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존의 주입식·획일식 교육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 속에, 2013년 1월 아베 신조 총리가‘경제회생’과‘교육재생’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선언하면서 신메이지 유신이라는 국가 재건 핵심 전략으로 교육개혁이 추진해왔다. 2013년 6월에 2020년 수능(센터시험) 폐지를 선언했고, 동시에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과정을 자국어로 번역, 공교육에 도입하여 교육 대개혁의 모델로 확산하고 2015년부터 단계적 추진을 하고 있다.

‘현재의 나는 나의 과거가 만들어낸 것인가?’ 이 문제는 실제 2015년도 프랑스의 대입 자격시험‘바칼로레아’의 인문계열 철학 문제이다. ‘바칼로레아’는 1808년 나폴레옹 1세의 칙령으로 창설된 프랑스의 논술형 대입 자격시험을 말한다. 시험은 프랑스어, 외국어, 역사 및 지리, 수학, 철학을 공통으로 치르고 이 외에는 각자가 희망하는 전공분야에 따라 계열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일본이 국가적 차원에서 질문과 토론의 토대로 논술식 교육으로 대전환한 이유는 무엇일까?

2020년에 필요한 직원의 10대 역량 (GRAY 2016) 중의 1위는 복잡한 문제해결을 꼽고 있다. 거의 모든 대학의 인재상 역시 글로벌한 문제해결 역량이다. 손이 하는 일을 로봇이 하고 있고 머리로 하는 일은 인공지능이 하는 21세기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창의적 문제해결역량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이 나아갈 길을 사실은 우리의 입시제도가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주입식 교육의 폐단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능시험은 단순 암기가 아닌 기본개념과 추리, 분석, 종합, 평가 등의 사고력을 측정하고 있지만 줄세우기식의 비난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획일적인 입시를 국가적 차원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가? 공정성의 시비라는 여론에 맞서야 하는 표심의 뇌관을 정치인 누구도 정면으로 돌파하기 힘들어 보인다. 어쨌든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잠재력을 발굴하기 위해 채택된 것이 1997년부터 시행한 수시전형이라는 교육적 대안은 21세기 문제해결능력을 키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수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탐구력과 자기주도학습 능력은 혼자서 알아서 공부하는 자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의문점을 가지고 교과서의 영역을 벗어나 기사나 보고서, 다큐멘터리 영상이나 책에서 호기심을 채워줄 많은 정보를 통해 자율적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태도를 기르는 목적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수시의 성공은 끊임없는 왜? 라는 의문과 호기심을 가지고 스스로 학습과 활동하여 진정성을 가진 앎과 배움의 태도를 지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배움을 활용하여 타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 속에서 세상에 놓인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인재를 육성하는 발판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해결을 위해 질문의 중요성은 참으로 크다.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잭 안드라카 라는 소년의 사례를 통해 한번 생각해 보자. 불과 15세의 어린소년 잭 안드라카는 췌장암 진단키트를 발명해서 60년간 변하지 않는 방법으로 췌장암을 진단해 온 의료계에 엄청난 놀라움을 가져다 주었다. 자신을 끔찍하게 사랑했던 삼촌이 췌장암으로 죽자 삼촌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그에게 췌장암은 늦게 발견되기 때문에 생존 확률2%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삼촌의 사망이 너무나 안타까웠던 그 소년은 어떻게 하면 빨리 췌장암 진단을 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800달러의 비용보다 값싸게 검사를 받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의 이와 같은 의문에서 시작한 노력으로 결국 5분 만에 3센트의 비용으로 검사결과를 알 수 있는 혁신적인 진단키트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문제해결은 문제인식에서 오고 그 문제인식은 숱한 질문과 의문에서 온다는 걸 엿볼수 있다. 위대한 질문은 위대한 결과를 낳는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 질문과 의문을 가지며 학습할까? 바닷물의 밀물과 썰물이 달의 인력과 원심력 때문이라는 내용을 접하면 우리 아이들은 그 정보를 기억하는데 매몰되어 있지 않은가 돌아봐야 한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단순 암기하는 것에 그치는 아이들로 키워서는 21세기를 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 정보력은 이미 인공지능에 묻거나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해결되고 있다. 왜 바다에 밀물과 썰물이 생기지? 밀물과 썰물이 달의 인력과 원심력 때문이라면 달의 인력과 원심력의 원리는 무엇일까?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제로인 무조점은 어디에 있으며 왜 그런 일이 생기는 걸까? 그렇게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고 묻는 아이들로 키워야 21세기를 살아갈 수 있다. 문제해결능력을 키우기 위해 질문과 토론이 생활화 되어야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공부나 하라는 말 대신 미래를 위한 역량을 키워줄 교육시스템,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는 더 많은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 미래는 우리의 자식들인 그들의 삶이기 때문이다.
박종대 경북새희망교육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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