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가장 소중한가
  • 경북도민일보
무엇이 가장 소중한가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21.12.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철우 칼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사람마다 대답이 다르다. 각자 인생관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당신의 삶에서 지금 없어진다면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하고 큰 상실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대답은 거의 비슷해진다. 놀라운 점은 후자에 대한 대답이 노인이나 젊은이나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다.

실증사례를 들어보자.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 로라 카스텐슨은 한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8세에서 93세 사이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일정한 시간이 자유롭게 주어진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겠느냐는 질문을 했다. 예상대로 연령대에 따라 대답은 확연하게 달랐다. 다음 질문은 당신에게 살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며 곧 멀리 떠나게 될 것이라는 전제조건을 제시한 뒤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겠느냐는 질문을 했다. 그러자 나이 차이가 사라지고 젊은이나 노인들 모두 거의 비슷한 대답을 했다. 실험에서 알게 된 사실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나이와 무관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카스텐슨 교수가 이십 대에 교통사고를 당해 죽음직전까지 갔었으며, 3주 동안이나 혼수상태에서 있다가 깨어났을 때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사실과도 거의 같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노인들의 대답은 결코 심오한 것이 아니었다. 삶의 숱한 경험에서 얻은 통찰력으로 지난날들을 뒤돌아보며 절절한 후회와 반성의 과정을 거치며 깨달은 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이라는 현재”와 “곁에 존재하는 사람들”이었다. 이에 반해 젊은이들은 ‘어떻게 하면 빨리 돈을 벌 수 있을까.’ ‘성공만 할 수 있다면 지금은 아무래도 괜찮아’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제조건을 제시하자 노인들과 똑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가치 기준이나 관점이 변화한 것이 아니었다. 미래에서 현재로, 성공한 후에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일로 삶의 초점이 옮겨진 것뿐이었다.

축약하면 두 가지다.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일은 현재라는 일상을 감사하고 기뻐하며 성실히 사는 것과, 곁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는 일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렇게 되기까지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까. 왜 죽을 때가 다 되어서야 뼛속 깊이 깨닫는 걸까. 이 평범한 사실을 실천하기 위해 그 긴 세월의 숙련을 반드시 거쳐야 되는 것인가. 세월의 가르침을 어찌 뛰어넘을 수 있으랴만 고요한 마음으로 이 평범한 진리를 곱씹어 내적으로 소화시켜서 가슴속에 온전히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사람은 멍석을 깔고 둘러앉아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고 했건만, 극성스런 코로나로 인해 유난히 적적하고 울적한 연말이다. 친구들과 만나 허물없이 싱거운 소리를 주고받으며 마음껏 웃고 떠들던 적이 언제였던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랜터 윌슨 스미스의 시 한 구절처럼 이 또한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다. 다만 우리는 살아있는 이 시간을 감사하며, 코로나로 인해 만나지는 못해도 가까운 사람들에게 문자로 안부라도 전하자. 인생에서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소중한 일이니까.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