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로운 1월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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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로운 1월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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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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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이다. 영어로 January

어느덧, 나는 ‘1월’을 60번 넘게 맞는 중이다. 얼마 전까지 나는 한 번도 궁금해한 적이 없다. 왜 1월이 영어로 January인지에 대해서. 떡국은 그렇게 먹었으면서도.

지금, 당장 탁상 달력의 1월을 보라. 1월에는 12월과 2월이 함께 표시된다. 1월은 지난해의 12월과 새해의 2월을 동시에 바라보도록 설계되었다. 지난해와 새해를 한꺼번에 바라보는 1월.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달력은 태양력(曆)이다. 조선인이 오랜 세월 써온 달력은 중국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조선인이 음력(陰曆) 달력 대신 양력(陽曆)을 채택한 것은 1895년 을미개혁 때. 김홍집과 유길준이 주도한 을미개혁은 태양력 사용, 단발령·종두법 실시, 소학교 설립 등이 핵심 과제였다.

양력은 태양력의 준말이다. 16세기 이전 유럽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었다. 그때까지 유럽에서는 율리우스력을 사용했다. BC 45년 율리우스 시저가 제정한 율리우스력은 1년의 길이가 365.25일.

2022년 1월

가톨릭 교회의 가장 큰 행사는 부활절. 로마 교황청은 부활절을 ‘춘분이 지난 후 첫 번째 보름달이 뜬 후 첫 번째 일요일’로 정했다. 문제는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은 춘분날을 맞히는 것. 율리우스력은 128년마다 하루의 오차가 발생했다. 400년이 지나면 3일이 앞당겨진다. 그 결과 부활절의 날짜가 들쭉날쭉했다.

로마 교황청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교황 그레고리오 13세는 역법(曆法) 개정을 지시한다. 그렇게 해서 1582년에 만들어진 것이 그레고리력. 종교개혁으로 개신교(루터교)를 받아들인 독일과 덴마크에서도 1700년대 초에 그레고리력을 도입하기에 이른다. 을미개혁을 주도한 김홍집이 도입한 태양력은 바로 그레고리력.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조선을 세계 표준에 맞추려 한 의미 있는 시도였다.


 

로마 바티칸박물관의 야누스 두상 /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1월의 기원은 로마신화에서

January의 어원은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야누스(Janus)다. 두 얼굴을 가진 신(神) 야누스에서 나왔다. ‘야누스’는 일상에서도 곧잘 사용된다. ‘야누스적 인간이다’ ‘야누스 같은 사람이다’…. 주로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고 보니 서울의 대표적인 재즈 카페 이름도 ‘야누스’다. 한국의 ‘재즈 대모’로 불린 박성연이 서울 신촌에 재즈 카페를 열면서 ‘야누스’라고 지었다.

라틴어로 야누스는 시작, 관문, 통로, 끝을 의미하는 신이다. 야누스 신은 앞과 뒤를 동시에 본다. 시야 범위가 360도다. 1월의 ‘뒤’ 12월이고, ‘앞’은 2월이다. ‘뒤’는 과거고, ‘앞’은 미래다.

그리스-로마신화에는 같은 신을 이름만 다르게 부르는 신들이 여럿이다. 표기와 발음이 달라 동양인이 서양문화에 입문할 때 헷갈리기 일쑤다.(나는 지금도 헷갈린다) 그리스신화의 최고의 신(神) 제우스. 제우스에 해당하는 로마신화의 신은 주피터. 지혜의 여신 아테나를 의미하는 로마신화의 여신은 미네르바. 하지만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야누스에 해당하는 그리스 신은 없다.

1월은 지명에도 등장한다. 브라질 제1의 도시가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 2016년 하계올림픽이 열렸던 도시 리우데자네이루는 포르투갈어로 ‘1월의 강’이라는 뜻이다.

포르투갈은 어쩌다 본국보다 몇십 배 더 큰 브라질 땅을 식민지로 삼게 되었을까. 그리고 도시 이름을 ‘1월의 강’이라 했을까.

1453년 오스만투르크의 콘스탄티노플 함락. 이슬람세계가 실크로드 무역로를 장악한 대사건. 이후 유럽인은 지중해에서 눈을 돌려 대서양 서쪽을 염원하게 된다. 대항해시대의 개막!

대항해시대의 선두 주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1492년 콜럼버스가 인도로 착각한 신대륙에 도착하면서 두 나라의 탐험 경쟁은 치열했고, 과열 양상까지 빗게 된다. 두 가톨릭 국가의 탐험 경쟁이 자칫 무력 충돌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대두되자 1493년 로마 교황 알렉산드르 6세는 타협 조정안을 제시한다.



토르데시야스 조약(Treaty of Tordesillas).

‘아프리카 서쪽 끝에서 1500㎞ 떨어진 지점에 (수직으로) 직선을 그어 서쪽에서 발견되는 모든 땅은 스페인령, 동쪽에서 발견되는 땅은 포르투갈령으로 한다.’

두 나라는 토르데시야스 조약에 서명했다. 당시의 선박은 모두 바람으로 움직이는 범선. 두 나라의 탐험선들은 카리브해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였다. 탐험가들은 카리브해 위아래로 북미대륙과 남미대륙이 붙어있는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보다 더 상세한 지도가 있는 포르투갈이 항해술에서 스페인을 근소하게 앞서 있었다. 포르투갈은 다음 해인 1494년 토르데시야스 선을 서쪽으로 밀자고 주장해 이를 관철한다. 아프리카 서쪽 끝에서 2000㎞ 지점, 서경 46도 부근에 세계를 분할하는 새로운 선이 그어진다. 스페인은 남미대륙이 그렇게 동쪽으로 툭 튀어나와 있을 줄 꿈도 꾸지 못했다.

포르투갈 탐험대는 2000㎞ 안쪽의 동쪽 바다를 제집 앞마당처럼 마음대로 돌아다닌다. 1498년 마침내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돌아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한 사람이 나타난다. 포르투갈 탐험가 바스코 다 가마(1469~1524)다.

또다른 포르투갈 탐험대는 1500년 브라질을 발견한다. 브라질의 해안선을 탐험하던 포르투갈 탐험대는 1520년 1월 1일, 좁고 긴 협만(峽灣)을 발견해 정박한다. 탐험대는 이곳을 강의 하구인 줄 알았고, 1월 첫날 발견했다고 해서 ‘1월의 강’이라고 불렀다. 강(rio)과 1월(janeiro)을 합친 말이다. ‘리우데자네이루’는 이렇게 태어났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일본 열도에 최초로 도착한 서양인은 포르투갈 사람. 포르투갈인은 총포(銃砲)와 함께 기독교를 일본에 전해주었다. 바로 토르데시야스 조약을 뒷배로 삼아 동쪽으로, 동쪽으로 항해하다 아프리카, 인도, 중국을 찍고 마침내 ‘동방견문록’에 나오는 ‘지팡구’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포르투갈이 아프리카의 모잠비크, 인도 서해안의 고아·다만·디우, 중국 마카우를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 토르데시야스 조약이다.



시간 개념이 문명의 기초

2021년 1월에 업로드된 ‘세계인문여행’ 68회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이었다. 인류문명의 위대한 발명품 중 최상위에 드는 게 바퀴라는 내용이었다. 이 연재 칼럼을 읽은 농심 윤성학 홍보부장이 뜻밖의 카톡 독후감을 보내왔다. 여러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한 윤 부장은 자신도 바퀴를 소재로 시를 쓴 적이 있어 공감한다며 ‘바퀴 시’를 첨부했다. 그러면서 윤씨는 ‘바퀴는 2위고, 1위는 시간’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언젠가 ‘시간’에 대해 한번 써보겠노라며 이 메모를 수첩에 기록했다.

지구상의 영장류 중 인간만이 끝없이 이어져 흐르는 세월을 시간으로 나누고 쪼개 사용한다. 시간 개념을 갖게 되면서 인류 문명이 시작되었다. 거칠게 말하면, 1년만 살아보면 시간은 비슷하게 흘러간다. 아침이 되면 해가 뜨고 저녁이 되면 해가 진다. 해가 뜨면 일어나 움직이고 해가 지면 잠을 잔다. 해가 조금 일찍 뜨느냐 늦게 뜨느냐, 날이 춥냐 덥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북반구의 여름을 보자. 여름을 구획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간만이 여름을 유월, 칠월, 팔월로 구분했다. 음력은 24절기로 더 잘게 나눠 입하,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라고 했다.

인간은 시간을 나누고 구분 지으면서 매듭을 짓고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의 좌표 위에서 축적을 거듭하며 축조된 것이 인류 문명이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척 놀랜드가 나무에 날짜를 기록하는 모습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

톰 행크스가 주연한 ‘캐스트 어웨이’(Cast Away)란 영화가 있다. 태평양 무인도에 혼자 표류했다가 기적적으로 구출된 특송회사 페덱스 직원 척 놀랜드가 주인공이다. 영국 작가 다니엘 디포의 장편소설 ‘로빈슨 크루소’를 21세기에 맞게 각색한 이 영화는 인간의 조건과 관련해 몇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주인공이 윌슨 배구공에 ‘윌슨’으로 이름 붙이고 수시로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인간은 외로움을 견딜 수 없다. 말을 잊어버린다. 또한 애인 켈리를 반드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나무나 바위에 작대기를 그어 날짜와 월을 기록한다. 시간의 흐름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필사적이다. 마침내, 무인도에서 1500일을 지냈다는 것을 바위에 기록한다.

12월31일과 1월1일이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인간은 12월31일과 1월1일 사이에 연도(年度)를 끼워 넣었다. 연도는 대나무의 마디와 같다.

January. 우리는 미래의 시간에 살 것인가, 과거의 시간에 살 것인가.

조성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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