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의 소통과 질문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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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의 소통과 질문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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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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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지인들을 만나면 상당수가 자녀와 소통이 어렵다는 고민을 토로한다. 아이가 말수가 줄어들었고 웃지 않는다는 정도의 고민은 아주 양반이다. 심한 경우 대화는 커녕 묻는 말에 겨우 “응”,“아니”정도의 대답에 그치고, 별일도 아닌 말에 화를 내고, 마음 잡고 야단이라도 한번 치면 돌아오는 건 반항 가득한 아이와의 더 큰 갈등뿐이라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고 상전도 그런 상전이 없다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을 삭히며 힘들어 한다. 애가 대학에 빨리 가서 집에 아주 안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상처의 골은 너무도 깊어 메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더 답답한 건 열심히 키우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헌신했는데 자식들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 이유가 짐작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부모를 괴롭히는 자식에게 원망이 가고 자식은 나쁜 아이가 돼버린다.

아주 오래전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제목과 달리 “우리 부모가 달라졌어요.”의 내용이었다. 우리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아이의 나쁜 습관과 태도를 바꿔 달라는 부모의 신청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정작 부모의 태도와 습관이 달라지니 아이가 저절로 달라진다는 프로그램으로 기억된다.

자식의 양육과 교육에서 왜 부모는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는 걸까? “과연 나의 양육과 교육이 올바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묻지 않고 부모인 내가 옳고 자식은 어려서 모르기 때문이라는 정답 신화와 조급증에 발목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부모는 아이가 서툴게라도 밥 수저를 들고 스스로 밥을 먹으려는 걸 기다려주지 않는다. 정답이라는 맹신 앞에서 아이의 서툰 과정을 기다려줄 존중과 인내는 너무 한가하고 답답한 노릇일 뿐이다. 밥 수저를 든 부모는 아이 입에 먹을 것을 넣어주며 밥알이 떨어지지 않고 제대로 먹이는 것에 열중하느라 손을 뻗어 스스로 수저를 잡으려는 아이의 손길을 매정하게 뿌리치지 않았던가? 아이가 물으면 정답을 바로 알려주고, 엉뚱한 질문을 하면 쓸데 없는 걸 묻는다고 핀잔을 주지 않았던가? 아이가 서툴게 말하면 제대로 말하도록 기다려 주고 도와주기보다는 부모가 서둘러 말을 고쳐 말하고 아이의 생각을 묻고 소통하기보다는 뒤 쳐질까의 염려로 조기교육에 열정적이었고, 부모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을 군소리 없이 착하게 실행하는 아이를 칭찬하지 않았던가? “네 생각은 어때?”나 “왜 그렇게 생각해?” 라는 질문을 자녀들에게 어려서부터 해본 적이 있는가?

남들보다 똑똑하게 키우고 싶어서 부모가 일방적으로 정한 길을 급하게 달려오느라 부모와 자녀 사이에 깊은 골이 생겼다면 질문과 대화로 자녀를 존중하면서 키우고도 노벨상 수상자의 23%에 이르게 한 유대인 부모교육에서 우리는 한번 쯤 자신을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유대인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부모와의 시간을 통해 친밀한 사랑을 느끼고 아이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가정 안에서 대화하고 소통하는 가운데 타인과의 관계 형성을 배우는 양육과 교육철학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에게는 ‘마따호세프’라는 단어가 있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묻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아이에게 생각이나 의견을 물을 때 하는 말이다. ‘마따호쉐프’란 “네 생각은 어떠니?”와 “왜 그렇게 생각하니?”라는 질문을 통해 아이는 존중받는 인격체로 자라면서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며 독립적이고 창의적이면서도 유연한 생각의 힘을 키우는 성인으로 자란다. 유대인 교육은 듣는 교육이 아니라 묻는 교육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자녀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들었냐?’고 묻지만, 유대의 어머니들은 ‘선생님께 무슨 질문을 했니?’라고 확인한다. 유대의 교육은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스스로 어떤 결정도 못한 채 부모의 입만 바라보던 아이가 어느 날 공부를 하거나 기술 같은 것조차도 배우려고 하지 않고, 아예 취업을 하려는 의지조차 없이 백수로 지내는 캥거루족들이 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정답을 서둘러 가르치기 보다는 저마다 가지고 태어난 기질과 성향을 존중하고 아이 안의 거인을 이끌어 내주는 교육이 정말 이상적인 이론에 불과한 것이 아님은 유대인 교육에서 이미 보았지 않은가? 이제 우리는 더디 가더라도 정답의 신화에서 벗어나 자녀에게 의견을 묻고 자녀 스스로가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해서 행동하도록 이끄는 존중과 다양성의 교육풍토를 내 자녀들에게 유산으로 물려 줘야 하지 않을까?

박종대 경북새희망교육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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