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대구 중·남구 지역은 곽상도 의원이 화천대유 사건과 관련해 국회의원직을 자진사퇴하면서 이번에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대구 중·남구는 서울 서초을과 함께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치부되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국민의힘 공천을 받으려는 예비후보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23일 현재 대구 중·남구 보궐선거 예비후보로는 10명이 등록되어 있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1명을 제외하면 9명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여기에 자천타천 출마가 거론되는 인사들도 너댓명은 족히 넘는다.
문제는 출마 예정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2020년 21대 총선 당시 타 지역에 출마했다가 낙천 또는 낙선한 ‘낙방거사 (落榜居士)’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대구 중·남구가 타 지역 낙방거사들의 총집합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진훈·이인선 두 사람은 대구 수성구에서 공천탈락 또는 낙선했다. 특히 이인선 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은 수성을 선거구에서 20·21대 공천을 받고도 연거푸 낙선했다.
대구 동구을 선거구에서 공천 탈락한 도태우 변호사도 일찌감치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대구지역 탈락자들만 중·남구로 몰려든 것은 아니다. 트롯가수 김혜연의 노래 ‘서울 대전 대구 부산’처럼 지역구를 이곳저곳 옮긴 경우다. 경북지역에서 3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1대 총선때 서울 중랑구을 지역구에 도전해 경선에서 탈락한 바 있다. 이번에 대구 중·남구에 도전장을 내면서 ‘경북 서울 찍고~대구’인 셈이 됐다.
이 밖에도 출마설이 도는 이두아 전 국회의원은 달서갑 선거구 공천에서 탈락했다.
비단 대구 중·남구 뿐만이 아니다. 서울 서초 선거구의 경우도 타 지역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던 전희경·정미경 전 의원의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3월9일 치러지는 재·보선에 21대 총선 타지역 낙선·낙천자들이 대거 움직이고 있다.
인삼은 씨를 뿌린 뒤 1년 정도 자라면 캐내 다른 밭에 심는다. 이때 캐낸 묘삼을 옮겨심는 과정에서 뇌두가 없으면 탈락, 상처가 나도 탈락, 모양이 미워도 탈락한다고 한다. 정치인의 지역구를 옮기는 기준이 인삼만도 못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역구 바꿔치기는 재·보선에서 뿐만이 아니다. 20대 총선 당시 대구지역에 출마했다가 실패하고, 21대 총선에서는 경북으로 방향을 바꿔 출마한 인사들도 일부 있다.
보통 야당(野黨)에서 여당(與黨)으로 당적을 옮길때 ‘철새 정치인’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춥고 배고픈 야당을 벗어나 힘있는 여당에서 새롭게 둥지를 틀기때문이다. 하지만 정당이야 자신의 소신과 맞지 않을 경우 옮길 수 있는 여지는 있다.
진정한 정치 철새는 정당보다 지역구를 옮기는 게 아닐까. 자신이 공들여온 지역구를 헌신짝 버리듯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만 생기면 기웃거리는 떳다방 후보로 치부될 뿐이다.
이번 대구 중·남구 보선에는 기존 정치인들과 함께 올드보이들도 일부 눈에 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최근 대구를 찾은 자리에서 국회의원 재보선 공천의 경우 경선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닥치고’ 경선으로 후보를 선정한다면 공천은 ‘떳다방 정치인’과 ‘올드보이’를 위한 전리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대표도 기초단체장 이상부터는 토론회를 거치도록 하는 등 무조건 인지도가 높은 현역 등이 유리한 상황을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 아닐까.
경선이 인지도만 높은 기존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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