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중심의 근거기반 입법의 국회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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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중심의 근거기반 입법의 국회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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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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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1일자로 국회미래연구원에 ‘삶의질데이터센터’가 신설되었다. 데이터 기반 연구를 통해 행복한 미래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출범하였다. 해외는 저출산·고령화, 4차 산업혁명의 도래, 삶의 질 추구, 불평등 심화, 신종 감염병 등장 등 미래사회에 발생할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의 정책 및 국가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해오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의 근거중심, 근거기반의 정책활동은 정책이 ‘what works and why’에 대한 지식의 안내가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빅데이터 시대를 맞이하여 산업 분야에서 먼저 데이터의 무궁한 가치를 인지하고 생산과 활용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 다른 한편으로 영향을 미치는 공공정책의 경우 이러한 가치를 인지하고 데이터 생산 및 활용에 노력하는 면은 매우 미흡하다. 그나마 이러한 활동의 대부분이 행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반면, 입법부 중심의 독립적인 증거기반의 정책·입법 지원 기능은 전무하다. 행정부에서 각종 정책 관련 데이터와 정보의 대부분을 생산 및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입법부는 자료요구권 등으로 이러한 행정부의 자료에 의존한 정책 평가 및 국정감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 내에 연구 조직이 신설되고 그 안에 연구 근거를 바탕으로 삶의질 향상을 위한 정책 수립(evidence-based policy making)을 가져올 수 있는 데이터센터의 신설은 매우 의미가 있다.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근거 중심의 정책설계 및 입법 활동은 어떤 점에서 국회에 기여할 수 있을까? 첫째, 입법 과정에서의 정치적 논란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책이 실제로 어떠한 효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엄밀한 평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본격적인 정책 시행 이전에는 대부분 행정부 주도의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그 과정과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시범사업에 있어서 데이터에 기반하여 정책의 어떤 점이 효과적이었고 어떠한 부작용이 있었으며, 정책의 효과와 부작용의 이유에 대해서 알기가 쉽지 않다. 나아가 이러한 시범사업이 평가 후 환류되어 더 나은 정책으로 진화하는 모습은 거의 보기 어렵다. 국회에서는 정치적 성향 또는 일부 여론에 치우친 정치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다보니 명분만 챙기고 실제 효과는 뒷전인 정책과 입법이 많다. 이에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 근거 중심의 정책설계 및 입법 활동은 이러한 예산과 시간상의 비효율을 줄여주고 정책이 정치적 색깔을 벗고 고유의 효과를 높이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둘째로 연구와 입법 사이, 학문 세계와 국회 사이의 간격을 좁혀 국회의 정책 역량 강화하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지식 전파(knowledge translation)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의 연구자로 몸담으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 특히 주요 의사결정자들, 심지어 연구자들도 연구와 정책, 논문과 보고서, 연구보고서와 정책보고서를 구분하는 인식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연구기관은 연구보다는 정책에 대한 쓸모가 있어야 하고, 논문보다는 보고서가 중요하며, 연구보고서보다는 정책보고서가 더 가치 있다고 평가한다. 이는 기초연구는 등한시해오다가 외국에서 붐이 일자 당장 실용화를 요구하는, 한국 특유의 당장 쓸모를 찾으려는 조급함에 기인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간극을 좁히려는 지식 전파(knowledge translation)의 활동이 그만큼 국내에 전무하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둘은 구분될 것이 아니라 간극을 좁혀 연장선에 올려놔야 한다. 후자가 없다면 전자는 쓸모가 없어지고, 전자 없이 후자는 주장이나 견해와 다를 바 없다. 국회미래연구원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 근거 중심의 정책 설계 및 입법에 기여한다면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교정하고 연구 근거에 기반한 정책 설계를 도와 국민의 삶의 질을 실효성 있게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국회미래연구원을 포함한 국회 내부에서 이러한 근거기반 정책설계 및 입법 활동을 증진시키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첫째, 입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데이터센터가 국회에 독립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국회지원 조직 간의 협력을 통해 이뤄지거나 국회도서관 등 단일 기관에 위임하는 형태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센터를 통해 행정부의 정책 성과를 평가하고 입법을 지원하기 위한 데이터의 생산과 축적, 유지 및 확산을 위한 기능이 국회 내부에 필요하다.

둘째,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여 정책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연구 기능이 필요하다. 상임위 또는 국회의원의 요청 또는 연구자의 필요에 따라 정책 평가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시의적으로 데이터를 생산 및 수집하며, 평가 연구를 설계 및 수행할 수 있고, 이를 입법부 및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각 분야의 연구자 및 조직이 필요하다. 행정부 중심의 시범사업의 경우, 국회 내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필수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셋째, 이러한 지식 전파(knowledge translation)의 기능을 담당하는 기능을 국회가 도맡는 것도 필요하다. 국회는 입법을 통해서 정책을 실현시키는 곳인 만큼 그 근거가 되는 지식이 어떻게 정책화되는지에 대한 정책입안자 및 연구자, 국민 대상의 교육과 사업이 진행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국회미래연구원에 ‘삶의질데이터센터’가 이러한 국회의 근거중심의 정책입안 활동의 마중물이 되어서, 국회하면 정쟁과 주장이 난무하는 것이 아닌 근거와 논리가 중심이 되는 곳으로 인식 전환이 되길 기대해 본다. 허종호 국회미래연구원 삶의질데이터센터장 겸 보건의료 담당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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