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지처를 버리려는 ‘기업시민 포스코’
  • 모용복선임기자
조강지처를 버리려는 ‘기업시민 포스코’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2.01.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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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지주사 전환 추진 관련
포항시장·시의장 등 상경 항의
포스코 글로벌 기업 성장 뒤엔
포항 시민 고통과 희생이 있어
철강 비중 낮아지자 포항 소외
기업시민의 바람직한 처사 아냐
철강왕 제철보국 의미 되새겨야

포항시 공직자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27~28일 잇따라 서울로 향했다. 물론 명절을 쇠기 위한 상경(上京)은 아니다. 오늘(28일) 열리는 ‘포스코그룹 지주회사 전환 추진’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에 대해 강력 항의하고 들끓는 포항민심을 전하기 위해서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10일 이사회를 통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선언했고 이날 주총을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상장사로 유지하고 철강사업을 하는 포스코는 비상장사로 물적 분할한다. 만일 포스코홀딩스가 서울에 설립되면 포스코 포항 본사는 사실상 역할이 유명무실해져 환경문제를 유발하는 포항제철소 공장만 남는다는 것이 포항시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다.

이강덕 포항시장과 정해종 시의회 의장은 주총 하루 전날인 어제 상경해 국회 정론관에서 포스코 지주사 전환 추진에 따른 기자회견을 갖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은 “수도권 집중화가 심각한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수도권 기업들이 지방으로 옮겨와야 하는데 오히려 포스코 지주회사를 서울에 설치하고, 미래기술연구원을 수도권에 두는 것은 지역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포항시민과 함께 해온 포스코가 국가와 국민 앞에서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대책을 밝혀주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이제 수도권 시대를 넘어 지방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면서 “만약 포스코 지주회사 전환이 지역균형발전의 국가적 대원칙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과 정 의장은 서울에서 1박을 한 후 28일 상경하는 시의원들과 함께 주총이 열리는 포스코센터를 찾아 항의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1만 명대를 찍고 포항에서도 100명 턱밑까지 도달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더군다나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벌어진 이번 상경소동은 그만큼 이번 사태가 절박함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포항시민과 포스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포스코는 50년 전 제철보국의 기치 아래 포항에 첫발을 내디딘 후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가경제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 과정에서 포항시민들의 희생과 고통이 수반됐으며, 그럼에도 시민들은 지역과 국가발전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며 지역기업에 대해 무한애정을 보냈다. 

포스코도 포항시민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지난 2018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포항시와 상생협력을 약속하고 신소재·신성장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경영이념으로 ‘기업시민’을 천명하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포항발전을 위해 적극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투자나 공헌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주회사가 서울에 설립되고 연구기관마저 서울에 설치된다면 그야말로 포항은 ‘속빈 강정’이 되는 셈이다.

철강산업 호황기에 포항을 기반으로 발전해 온 포스코가 최근 들어 철강분야 비중이 낮아지자 슬며시 포항을 등지려고 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반세기 동안 동고동락을 함께 해온 포항시민들이 배신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필부도 조강지처(糟糠之妻)는 버리지 않는 법이다. 하물며 기업시민을 표방하는 대기업이 경제논리만 좇는다면 이는 글로벌기업 다운 모습이 아니다. 나아가 그동안 쌓아온 소중한 자산인 긍정적 이미지에도 상처가 생겨 기업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포스코는 ‘철강왕’ 박태준 회장이 주창한 ‘제철보국’ 의미를 되새겨 진정 포항과 국가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돌이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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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구경 2022-01-27 19:11:38
기업시민은 무슨... 기업사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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