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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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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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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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려 할까. 먼저 가장 중요하며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찾아 마무리 지으려 한다. 그다음으로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고, 또 자신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가치관도 일순간에 바뀐다. 모든 순간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무심코 스쳐 가던 풀잎 하나도 아름다워 보인다. 곁에 있는 사람들이 더없이 귀중해지고 더 사랑해주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워 뒤돌아서서 눈물을 훔친다. 작은 일에 안달하며 다투었던 일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끊임없이 걱정한 일들이 얼마나 쓸데없는 것이었는지, 덧없고 무가치한 일에 시간을 얼마나 낭비해버렸는지 뼛속 깊이 깨닫는다.

독일에서 전설처럼 전해져 오는 이야기가 있다. 황제의 왕명 출납을 맡아 일하던 신하가 있었다. 황제의 성품을 세세히 파악하여 비위를 잘 맞추어 주자 황제는 능력이 출중한 신하라며 총리로 임명했다. 높은 지위와 부를 갖게 되자 그는 점점 교만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자 모든 사람들이 교만해진 그를 싫어하고 마음속으로 경멸했다.

어느 날 그는 사냥하러 갔다가 숲속에서 작은 성당을 발견하고 잠깐 잠이 들었는데 근엄한 모습을 한 신이 나타나 3이라는 숫자를 보여주고 사라졌다. 잠에서 깬 그는 곰곰이 생각했다. “신이 내게 벌을 내린 것이다. 3이란 그 숫자는 틀림없이 내게 남겨진 날이 3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남겨진 3일을 어떻게 살까 고민하다가 3일 만이라도 총리로서 황제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고 그 3일을 성자처럼 살았다.

그런데 3일이 지났으나 죽지 않았다. 그는 3일이 아니라 3개월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그는 3개월을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자 주변에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졌다. 어느새 3개월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그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살아온 날 들을 참회하며 죽음을 맞으려 했다. 그런데 또 죽음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3년이라고 생각하고 3년을 또 그렇게 살았다. 3년이 지나는 동안 그의 삶을 지켜본 황제가 감동하고 말았다. 온 신하들과 백성들도 감동했다.

마침 황제가 병으로 죽게 되었는데 황제는 총리를 다음 황제로 세우라고 유언을 남겼다. 그러자 모든 신하와 국민이 제 일처럼 기뻐하며 황제의 유언을 받아들였다. 3년이 되는 날 그는 황제로 등극하게 되었다. 그가 바로 1314년 프랑크푸르트의 다섯 제후들에 의해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로 추대된 루트비히(Ludwig) 황제이다.

우리는 매일 하는 것을 일평생 반복한다. 동트는 아침과 석양의 노을을 매일 보고, 매일 하는 일을 하고, 미래를 꿈꾸며 기다리는 이런 모든 일이 다 하루 안에 들어 있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는 인생 전체의 축소판이다. 모든 내일은 오늘을 딛고 온다. 매 순간을 사는 일이 하루를 만들고 그 하루가 쌓여 일생이 된다. 미래란 미래에 관한 현재의 결정이며 다른 문을 통해 들어오는 과거이다. 따라서 오늘을 아무렇게나 산다면 결코 좋은 내일을 맞을 수 없다. 하루를 사는 일을 마지막처럼 정성을 다하고, 하루를 사는 일을 평생을 사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

바람처럼 날아가기에 한 번 지나가면 다시 살아볼 수 없는 시간, 모든 순간을 뜨겁게 사랑하며 성실하고 진지하게 살아야 한다. 하루를 마무리 짓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되돌아보며 감사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하루를 살자며 다짐해야 한다. 그런 하루하루가 쌓이고 쌓여 가다 보면 지금 당장은 모르지만 1년 혹은 2년, 5년 후에는 많은 것이 달라진다. 당신이 날마다 그리던 꿈, 당신이 벗어나고자 했던 운명, 당신의 얼굴까지….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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