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판알 튕기지 말고 단일화에 나서라
  • 손경호기자
주판알 튕기지 말고 단일화에 나서라
  • 손경호기자
  • 승인 202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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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대선전 막이 본격적으로 올랐다.

옛날 임금을 용(龍)에 비유했다. 용안(龍顔, 임금의 얼굴), 용상(龍牀, 임금이 정무를 볼 때 앉던 평상) 등이 바로 그것이다. 임금이 입던 옷은 용포(龍袍)다. 왕이 집무 시에 입던 정복은 곤룡포(袞龍袍)라고 했다.

요즘도 입신출세의 관문은 용문에 오른다는 뜻의 등용문(登龍門)이라고 일컫는다. 각종 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을 잠룡(潛龍)이라고 부른다. 아직 하늘에 오르지 않고 물속에 숨어 있는 용을 일컫는다. 요즘 같은 대선 시즌에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대선 출마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대선후보로 등록하면 현룡(見龍)이라고 할 수 있다. 힘을 키운 용이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비룡(飛龍)은 하늘을 나는 용이고, 항룡(亢龍)은 더이상 올라갈 곳이 없어 추락할 일만 남은 용을 말한다. 그래서 항룡 뒤에는 항상 후회한다는 유회(有悔)가 따라 붙는다.

동양의 항룡유회는 서양으로 치면 레임덕(lame duck)이라고 할 수 있다. 레임덕은 일반적으로 임기 만료를 앞둔 공직자를 ‘절름발이 오리’에 비유한 말로 권력 누수 현상을 빗대어 표현하는 말이다. 재선에 실패한 미국 현직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레임덕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레임덕이 더 심화되면 ‘죽은 오리’인 데드덕(dead duck)이 된다. 따라서 ‘데드덕’은 ‘레임덕’보다 더 심각한 권력공백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5년 단임제인 우리나라의 경우 임기말 레임덕 현상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에서 탄핵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헌법재판소 판결 전까지 기간은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3~14일 이틀간 20대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이 진행됐다. 그동안 물 속에서 힘을 키우던 수많은 대선후보군들이 후보등록을 통해 현룡으로 나서는 것이다.

대선후보 등록을 위해서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5억 원의 선거기탁금을 납부해야 한다. 후보자들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군소후보들은 후보 등록을 포기하거나, 지지선언을 하고 대선 레이스에서 하차하게 된다.

대선후보 등록 첫날인 13일에는 이건개 대선 예비후보가 사퇴하고,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러한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단일화를 공식 제안하고 나섰다. 그동안 야권 단일화 요구에 거부 반응을 일으켰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어서 국민적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안 후보는 야권 단일화 방식으로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 여론조사 방식이었던 국민 참여경선을 제안했다. 당시 여론조사 기관 2곳이 각각 1,600명을 대상으로 ‘적합도’(800명)와 ‘경쟁력’(800명)을 절반씩 물어 조사한 결과를 합산해 단일후보를 결정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안 후보에게 결코 유리하다고 할 수는 없는 방식이다.

국민의힘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바로 여론조사만 실시하면 되기 때문에 단일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게 된다.

일대일 담판에 따른 단일화를 요구해온 윤 후보는 이 같은 방식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큰 상태에서,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농간에 넘어가 야권분열책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정권교체가 중요하다면 주판알 튕기지 말고 단일화에 나서야 한다. 정권교체보다 자신의 대통령 당선이 더 중요하다면 단일화 같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그냥 각자 대선에나 집중하라.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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