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과 포스코의 상생, 그리고 애증
  • 이진수기자
포항과 포스코의 상생, 그리고 애증
  • 이진수기자
  • 승인 2022.02.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항·포스코 반세기 상생 동반자
건설노조 파업·주식 갖기 운동
포스코 위기마다 시민들 팔 걷어
최근 지주사 전환에 갈등 고조
포항·포스코 하나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최대 난관 해결해야
경북 포항이 올해 들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오는 3월 9일 대통령 선거가 아닌, 포스코의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지주사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의 서울 설치이다.

포항 시민들은 지주사와 연구원을 서울이 아닌, 포항에 두어야 한다며 포스코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시민들의 이 같은 주장은 1968년 포항에 설립된 포스코가 공기업으로 출발, 국민기업 또는 지역기업으로 포항과 포스코는 둘이 아닌, 하나라는 깊은 인식에서부터 비롯됐다.

포스코로 인해 포항은 동해안의 작은 어촌에서 경제, 교육, 첨단 산업의 연구개발(R&D) 기관 등에서 전국의 선도 도시로 도약했다.

경제 대들보인 포스코가 일자리 창출 등으로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환경오염을 감내하며 포스코가 포항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따뜻한 애정을 보냈다.

그리 멀지 않은 지난 시간을 되돌리면 두가지가 떠오른다.

2006년 6월 30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조업하던 포항건설노조가 포스코에 인금인상과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갔다.

급기야 포스코 본사 건물 점거로 경찰이 대대적으로 투입되는 등 파업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사상 초유의 사태로 지역경기는 급격히 침체됐으며 포스코는 글로벌 기업의 이미지가 훼손됐다.

수만명의 시민들은 ‘경제살리기 범시민 궐기대회’를 잇달아 개최하는 등 노조의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결국 83일간의 긴 파업이 종식됐다. 그 해 여름은 시민들의 포스코 사랑이 거리에 가득했다.

다른 하나는 포스코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이다.

2006년 포스코는 아르셀로 미탈 등 세계적 철강사들로부터 인수합병이라는 위기설이 나돌았다.

시민 및 공무원들은 2년이나 ‘포스코 주식 한 주 더 갖기 운동’을 전개했다.

당시 포스코 1주는 40만 원으로, 50만 포항시민이 한 주씩을 더 갖는다면 2000억 원. 이는 포스코 전체 주식의 1%에 불과해 비록 ‘언발에 오줌누기’이나 시민들은 이렇게 해서라도 포항의 자랑인 포스코를 우리 손으로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경영권 방어 목적보다는 포스코에 대한 사랑의 상징적 의미다.

건설노조 파업 때나 주식 더 갖기 운동은 포스코 위기 때마다 시민들이 포스코를 지키기 위해 들고 일어선 것이다.

이는 타 도시의 기업들과 사뭇 다른 포항만의 아름다운 모습을 전국에 보여준 사례다.

그런 상생이 안타깝게도 지금은 상호 첨예한 갈등을 보이고 있다. 포항의 곳곳에 포스코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물결을 이루고 있다.

포스코는 기업 발전과 우수한 인재 유치를 위해 지주사와 연구원을 서울에 두어야 한다는 경영 논리다.

반면 시민들은 포스코의 뿌리는 포항이다는 정서와 국가 정책인 지역균형발전에도 어긋난다며 포스코의 입장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날 포스코에 대한 시민들의 사랑이 올해 들어서는 지주사 전환에 따른 배신감으로 표출되고 있다.

포항과 포스코의 역사는 무려 반세기.

기업 성장에 환경오염 등의 그늘이 있었고, 때로는 서로간 오해와 다툼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격한 대립과 갈등은 처음이다.

기업 경영과 지역 정서라는 입장차가 벌써 한달인 가운데 대화조차 없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이 문제가 대선 정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누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 상생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심도 있는 논의와 혜안으로 난관을 풀어야 할 과제이다.

지역이 살고 기업도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포항이 포스코며 포스코가 포항’이다는 하나의 대승적 차원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50년 동반자적 관계가 앞으로 50년으로 이어져 포항에 100년 기업이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포항과 포스코의 상생, 그리고 애증의 모습을 보여주는 요즈음이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