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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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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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보수는 우파, 진보는 좌파와 비슷한 개념이다. 우파와 좌파라는 명칭의 유래는 프랑스 대혁명 시절에 생겨났다. 18세기 말경, 절대왕정과 귀족이 권력을 독점하여 무능과 부패, 사치와 향락을 일삼던 구체제를 혁파하고자 자본가와 시민, 농민까지 개입된 시민혁명이 일어났다. 이를 계기로 세계사는 정치 권력이 왕정에서 자본가로 옮겨지는 대전환점을 맞이한다. 그 당시 혁명의 과도기에 정치세력의 하나였던 지롱드파는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개혁을 이루자는 주장을 하며 국민공회가 열릴 때마다 항상 의회의 오른쪽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우파라 불렸다. 반면, 급진적인 개혁을 주장했던 세력은 자코뱅파인데 이들은 항상 왼쪽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좌파라 불렸다.

오늘날 고도화된 민주주의는 보수(우파)와 진보(좌파)의 두 축이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면서 발전되었다. 일반적으로 보수는 자유를, 진보는 평등을 민주주의의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국제적 시각이나 안보관에 대한 컨셉도 서로 다르다. 현대 사회의 핵심인 경제적 관점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개념은 더욱 명확하게 갈라진다. 보수는 정부가 시장에 과도한 개입이나 간섭을 하지 않는 시장의 자율성을 중시하며, 분배보다는 성장을 우선시한다. 그렇다 보니 필연적으로 부의 불평등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발생한다. 진보는 자유주의 경제체제를 비판하면서 체제를 급진적으로 개혁하고자 한다. 성장보다는 분배와 평등을 중시한다. 이 경우에는 기업의 경제활동을 제약하게 되고 개인의 자유를 축소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의 진보와 보수는 어떤 이념을 가지고 있을까.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이룬 세력이 보수세력이다. 그렇지만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어려 있었다. 군사정권 독재하에 급격한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인권탄압과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자 진보를 중심으로 민주화운동이 전개되었다. 독재를 타파하고자 정권에 항거한 진보는 숱한 탄압과 고초를 겪었고 불순세력으로 내몰려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받기도 했지만, 끝내 민주화를 이루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주도하고 이룬 세력은 진보라고 할 수 있다.

시대적 특수성에 따른 병폐도 있었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보수와 진보라는 두 축이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루어 서로 국가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그러므로 “시장의 자율성과 자유를 중시”하는 보수나 “복지와 분배를 통한 평등을 중시“하는 진보는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체계와 이념이 다를 뿐, 어느 한쪽이 틀린 것이 아니며 타도할 대상도 아니다. 필연적으로 공존해나가야 할 경쟁자이며 동반자이다. 본디 민주주의란 진보와 보수라는 두 바퀴가 서로 견제하고, 타협하고, 양보하며 굴러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 현실이다. 좌와 우의 이념적 정체성은 다르지만, 정의나 공정은 어느 한 편에 선 개념이 아니며 상대적 속성을 가진 것도 아니다. 좌파이든 우파이든 똑같이 적용되고 지켜져야 하는 사회 공통적. 보편적 가치이며, 시대를 관통하는 불변의 진리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사회와 정치를 들여다보면 정의나 공정을 서로 입맛에 맞게 왜곡하고 해석하여 같은 편이 아니면 무조건 경멸하고 혐오한다. 타협이나 양보의 여지는 전혀 없다. 상대를 짓밟아 궤멸시켜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 차 있다. 국민들 눈에 뻔히 보이는 분명히 잘못된 일이지만 절대로 인정하는 법이 없다. 희한한 논리로 변명하거나, 뻔뻔하게 버티거나, 어떻게든 상대방의 허물을 들춰내어 상쇄시키려 한다. 이런 거짓과 협잡, 비열한 정치로 인해 국민들마저 극심하게 갈라지고 찢겨졌다.

이와 같은 현상은 지난 몇 년간 더욱 심각해졌다. 과거 독재 시대에도 국민의 눈치는 살폈고, 정의라는 명분 앞에서는 순복했건만 지금 정치 현실에서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과거에는 부조리한 세상이었다면 지금은 정의와 부정의 경계가 허물어진 뒤틀린 세상이 되었다. 정권이 바뀌었을 때 ”세상이 이대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부정을 타파하고 정의를 바로 세워 모두에게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외쳤건만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고 말지 않았는가.

20대 대선 경쟁이 추잡한 네거티브 일색으로 더욱 혼탁해지고 있다. 어찌 되었든 이제 20일 후면 새로운 정권이 탄생할 것이다. 그런들 무엇하랴! 대선이 끝나면 패배한 쪽은 또 집요하게 5년간 물고 뜯을 것이고, 이긴 쪽은 자기 인사들로 모조리 채워 권력을 독점한 채 반대편을 무시하고 뭉개려 할 것이며 그렇게 진저리쳐지는 아귀다툼을 해댈 테니 말이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서 물고 물리는 이 혐오의 고리를 끊고 공멸의 길로 걸어가는 발걸음을 돌려세울 것인가. 그 누가 나타나 진정한 정의와 공정을 바로 세울 것인가. 한숨만 나온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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