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남매 어머니의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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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남매 어머니의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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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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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칼럼

인류 역사는 전쟁으로 점철되었다. 지난 3천 년 동안 지구상에는 역사에 남을 만한 큰 전쟁만 3,300여 번이 있었고, 지금까지 멸망한 60개 국가 중에 50개 국가가 전쟁으로 사라졌다. 전쟁은 왜 일어날까.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대체로 영토분쟁, 자원이나 이권 쟁탈, 종교와 이념의 충돌, 정치권력자의 야욕 등이 주된 요인이다. 1939년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된 세계 2차 대전에서 7,000만 명이 사망하고 유럽 전역이 폐허가 되자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세계 각국이 모여 UN을 창설해 국제질서와 평화를 유지하고자 했다. 그러나 전쟁은 멈추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6·25전쟁, 베트남 전쟁, 걸프전을 비롯한 크고 작은 전쟁들이 지속되었다.

지난 2월 24일, 세계 각국의 경고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푸틴은 결국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을 저지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구소련 붕괴 이후 헝가리, 폴란드, 체코, 리투아니아 등 대부분의 위성 국가들이 나토에 가입하고 EU에 합류하는 것을 지켜보며 분노했던 푸틴은 러시아 턱밑에 있는 우크라이나마저 서방세계로 넘어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전 세계적인 비난과 경제제재를 감수하면서까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가 정말 이것 때문만일까.

푸틴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첫 번째, 러시아는 유럽 전체 천연가스 수요량의 35~40%를 공급한다. 이로 인해 벌어들이는 달러는 러시아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이 가스관이 우크라이나를 통과한다는 점이다. 러시아로서는 반드시 우크라이나를 굴복시켜 친러시아 정권을 세워 돈줄인 가스공급관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싶었을 것이다. 두 번째, 우크라이나에는 철광석과 석탄, 니켈 티타늄, 흑연 막대한 광물자원이 매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비옥한 영토로 인해 유럽의 3대 곡창지대로 손꼽힌다. 지정학적으로도 러시아가 유럽에 진출하는 관문이자 전략적 요충지에 있다. 그런 까닭에 러시아는 어떻게든 우크라이나를 다시 손아귀에 넣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세 번째로는 푸틴의 야욕이다. 구소련 붕괴 후 러시아는 급격히 쇠락했다. 우리나라보다 180배나 큰 영토를 가졌지만, 오늘날 국가 총생산 경제 규모는 우리나라보다 낮다. 미국과 유럽에 비해 점점 축소되어가는 자국의 영향력에 대해 푸틴은 큰 굴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세계를 향해 한번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장기집권으로 인해 고조되는 러시아 국민의 불만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부수적인 효과도 노렸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은 푸틴의 뜻대로 흐르지 않았다. 절대우위의 전력으로 3일 안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젤린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청소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총을 들고 결사 항전에 나서자 러시아군은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별다른 전과를 올리지 못하고 막대한 전력손실만 발생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크라이나의 한 여성 군인이 러시아군과 전투 중에 총에 맞아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인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48세의 그녀는 12명의 자녀를 둔 어머니였기 때문이었다. 국경 부근의 최전선에서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져 그녀가 속한 부대원들 대부분이 전사한 상태였지만 그녀는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홀로 싸우다 복부에 총을 맞아 숨졌다. 12명의 자녀는 그녀가 사망한 지 2주가 넘었지만,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해 슬픔 속에 눈물만 흘리고 있다고 한다. 뿌연 포연 속에 복부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피를 쓸어안으며 전선 뒤편 저 멀리 생때같은 자식들 머무는 곳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12명의 아들딸 얼굴들이 낱낱이 스쳐 갔으리라. 마지막 눈길 들어 먼 하늘, 먼 땅 바라보며 소원했으리라. 내 모든 사랑과 가치는 조국의 존재 속에 꽃피는 것이리니 포탄이 떨어지는 땅이여! 피를 뿌려 적시며 이 목숨 드리오니 기꺼이 받아 지켜주소서.

전쟁보다 더 큰 비극이 없고, 전쟁보다 더한 참상은 없다. 그러나 불의에 맞서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쟁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언젠가 끝날 테지만 국제법과 국제질서를 위반하고 평화를 짓밟고 도륙한 푸틴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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