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장수 맘대로’인 지방선거 공천 감점 기준
  • 손경호기자
‘엿장수 맘대로’인 지방선거 공천 감점 기준
  • 손경호기자
  • 승인 202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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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 길을 가다가 공자와 맹자 중에 누가 스승인지를 놓고 말다툼이 벌어졌다. 그런데 세 번째 사람이 맹자가 공자의 스승이라고 말해 맹자가 공자의 스승이 됐다. 다수결의 맹점을 꼬집는 이야기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최근 6.1지방선거에서 현역 국회의원 출마자는 10%를 감점하고, 5년이내 탈당 후 무소속 출마자에 대해서는 15%를 감점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최고위원회의에서 표결에 붙여 다수결로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정당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새로운 규칙을 정할때에는 모두가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일부가 권력을 이용해 막무가내식으로 규칙을 정한다면 그 것은 다수의 횡포가 된다. 문재인 정부는 압도적인 국회 의석을 가지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법안들을 밀어붙였고, 결과는 ‘권불오년’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이 현역 국회의원 출마자들에 대해 10% 감점을 한 근거는 정당할까? 최근 3.9 국회의원 재·보선 공천 당시 국민의힘은 서초구청장을 중도사퇴한 조은희 예비후보에 대해 패널티로 경선 득표율에서 5%를 감점했다. 불과 3개월 차이도 나지 않는 선거에 적용되는 패널티가 5%나 차이가 난다. 공당(公黨)의 공직후보자를 추천하는 기준이 동네 엿장수의 가위질처럼 ‘엿장수 맘대로’로 적용되는 것이다.

10% 패널티가 현역 국회의원들의 발목을 잡게 되면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역 자치단체장과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국회의원 선거 패자들 입장에서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자동으로 제거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4년 전 지방선거 당시 참패해 광역단체장이 몰살 수준까지 전멸했다. 따라서 현역 의원들의 출마가 봉쇄될 경우 약체 후보들이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민주당 출신 현역 단체장 등에게 단체장 자리를 쉽게 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무소속 출마자에 대한 감점 기준은 왜 또 5년이내일까? 지난 지방선거를 기준으로 하면 4년이고, 총선을 기준으로 하면 2년인데 말이다.

국민의힘의 뿌리는 1997년 신한국당과 통합민주당의 신설합당을 통해 창당한 한나라당이다. 하지만 법적 기준으로만 보면, 국민의힘은 2020년 2월 17일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 등의 보수정당들이 신설 합당한 정당이다. 결국 2년 전 창당한 정당이 5년 전 행위를 단죄하고 나서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 같은 감점 규정은 소급 적용으로 인해 위헌적 행위이라는 문제를 발생한다.

국민의힘 지도부에는 바른정당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 당대표도, 최고위원도 탈당 전력이 있다. 전당대회에서 탈당 전력자들에게 패널티가 적용되지 않았다. 대선 경선에서도 탈당 전력자들에 대한 패널티는 없었다. 만약 이들에게 15% 감점을 적용했으면 선거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감점 기준이 꼭 필요하다면 반드시 당헌·당규에 포함시켜야 한다. 소급적용이라는 꼼수 대신 규정을 제정한 이후부터 적용해야 한다. 물론 정당이 당헌·당규에 이 같은 감점 기준을 포함시킨다면 선거 출마희망자들은 대부분 복당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정당의 ‘갑질’은 결코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더구나 감점 기준을 5년 이내로 하면 지난 대선때인 2017년 1월 자유한국당을 집단 탈당한 세력들은 이 규정에 포함이 되지 않게 된다. 지선·총선보다 더 큰 대선에서 해당행위를 한 인사들에게는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이다.

무소속 출마자에게 패널티를 부과하기로 한 것도 문제다. 이렇게 되면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 등으로 출마한 인사들에 대한 패널티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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