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흑구 문학관 건립을 생각한다
  • 이진수기자
새로운 한흑구 문학관 건립을 생각한다
  • 이진수기자
  • 승인 2022.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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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한흑구문학관 새로 건립 추진
문학관은 뛰어난 문인 기리는 곳
시민들 생소한 작가 문학관 건립은
충분한 타당성과 담론 전제되야

 

경북 포항에 한흑구 문학관이 새로이 건립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포항시와 한국예총 포항지회를 중심으로 한흑구 문학 기념 사업 추진위원회(추진위)가 구성되면서 문학관 건립이 본격 추진되고 있습니다.

본명이 세광(1909∼1979)인 그는 평양에서 태어나 1948년 포항에 정착해 수필, 소설 등을 쓰면서 포항 문단을 이끌었던 작가로 포항시가 2012년 호미곶 구만리에 조그만 한흑구 문학관을 건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추진위가 한흑구 문학관을 포항 시내에 새로이 건립하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명분과 타당성이 다소 결여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무엇보다 문학관 건립은 작가의 작품성과 대중성이 중요합니다.

작가의 작품과 삶을 총체적으로 모아 놓은 공간이 문학관인 만큼, 후세에 까지 기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100년은 유지돼야 합니다. 그러니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대단한 작가여야 문학관 반열에 오르는 것입니다. 개인이 아닌, 지자체의 예산이 들어가는 문학관은 더욱 그렇습니다.

흑구의 문학이 그 수준일까요. 문학평론가가 아닌 내가 어떻게 평가할 수 없으며, 그를 폄하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전국은 물론 포항시민들 조차 흑구의 이름과 작품이 생소한 것으로 보아 그가 베스터셀러 또는 스테디셀러 작가는 아니다는 것입니다.

일부 문인은 그가 문학적 능력에 비해 저평가된 작가라고 합니다. 그렇 수도 있겠지만 좋은 작품은 당대는 물론 세월이 흘러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마련입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것입니다.

지난 2월부터 3월 23일까지 흑구 문학관 관람객은 고작 30여 명, 지난해는 100여 명으로 지역 주민은 “문학관을 찾는 사람, 하루에 한 명 보기도 힘들다”고 했습니다.

작가의 현주소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유족과 지인들이 그의 다른 작품을 발굴하고 있다지만 새로 지을 문학관을 채울 자료도 현재로써는 태부족입니다.

다음은 문학관이 들어설 입지 선정입니다.

기존 호미곶 구만리의 문학관은 그의 대표작인 수필 ‘보리’의 배경이 된 지역이라 그곳에 문학관을 둔 것입니다.

추진위는 동빈동에 새로 문학관을 지을 계획입니다. 작가가 이곳을 즐겨 찾았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문학관의 접근성에 중점을 둔 것입니다. 호미곶은 찾아 가기가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일견 타당합니다. 하지만 복잡한 도심 건물에 둘러 쌓인 문학관은 오히려 답답하며 품격이 없습니다. 전국 대부분 문학관이 도심과 거리 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호미곶과 구룡포, 동해, 장기 지역은 빼어난 자연 풍광과 함께 과메기, 돌장어, 산딸기 축제 등 다양한 축제가 사시사철 열립니다.

유배마을 체험, 연오랑 세오녀 테마파크, 일본 가옥거리, 새천년 기념관 및 해맞이 축전, 해안둘레길과 포구는 아름다움과 정취를 품고 있습니다.

포항시가 이곳의 숲과 해양경관, 인문·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복합휴양공간의 ‘호미반도 국가해양정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조성되면 순천만, 울산에 이어 세 번째 국가정원입니다.

현재의 문학관을 그대로 운영하지 않고, 굳이 새로이 만든다면 호미곶에 알맞은 건물을 짓고, 빈터에 보리밭을 조성하는 것이 오히려 작가의 이미지와 운치에 맞지 않을 까요.

이런 지역적 특성을 활용하면 포항의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작가나 관광객들은 혼탁한 도심보다 이런 곳에 매력을 느낍니다.

올 들어 포스코 지주사로 인해 포항은 심한 갈등을 빚었습니다. 포스코가 지주사 본사를 포항이 아닌 서울에 두기로 하자 포항시와 시민들이 들고 일어선 것입니다.

‘포항이 곧 포스코’다는 시민정서와 국가균형발전으로 지방소멸을 막겠다는 대의명분이었으며, 포스코도 결국 시민 여론을 수용했습니다.

접근성을 이유로 도심에 문학관을 지을 경우 포스코가 업무 효율성을 위해 서울에 본사를 둔다는 기업논리와 다를 바 없지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내로남불’을 포항이 보여주는 것입니다. 호미곶, 구룡포 등 지역 주민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시내에 지을 문학관 규모는 상당할 것입니다. 사유지를 매입할 경우 예산은 더욱 늘어날 것이며, 직원 채용 등 관리에 따른 비용 모두 시민 혈세입니다.

3년전 지역 문인들의 문학관 건립 움직임이 잠시 있었으나 어느 날 수그러지더니, 포항 출신으로 서울에 있는 이대환 작가가 지난해 포항시에 문학관 건립 건의로 급물살을 타게 됐습니다.

흑구 문학에 별 관심이 없던 지역 문화예술계 임원들로 추진위가 구성되고, 서울의 대학 교수들에게 흑구의 문학·생애에 대해 연구를 의뢰했습니다.

이런 기획을 이 작가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7월 한흑구 문학연구 학술대회와 건립 타당성 조사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 문학관이 건립될 것으로 보입니다.

작가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문학관은 기획사의 스타 만들기가 아닙니다. 작가는 오롯이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입니다. 분위기를 띄워 반짝 스타를 만드는 연예계와는 사뭇 차원이 다릅니다. 일부의 의도된 한흑구 문학관 건립이 아닌, 폭 넓은 담론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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