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들 제치고 정치 초보로 대통령 당선
첫 서울대·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기록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 청와대 벗어나
용산 집무실 이전 추진… 국민과 소통 의지
美 백악관처럼 집무동 수평 배치 방안 유력
6·1 지방선거 ‘여소야대’ 해결할 시험대
압도적 지지 보낸 대구·경북 기대감 커
오는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지난 3월9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1639만4815표(48.56%)를 득표해 1614만7738표(47.83%)를 얻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0.73%라는 근소한 표차로 제치고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9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임용된 8전9기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 입문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노라하는 정치 거물들을 물리치고 대통령 자리를 거머쥔 것이다. 2021년 6월에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부터 계산하면 대통령선거 출마선언 후 10개월이 채 안되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벼락치기 당선인 셈이다.
윤석열 당선인을 대통령으로 키운 것은 문재인 정부라고 할 수 있다. 검찰총장 취임 직후 발생한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여권과 갈등을 빚은 것이 현직 검찰총장이 야권 대선 후보가 되는 전무후무한 상황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서울대 법대 출신 첫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대한민국 수재들을 이야기할때 빠지지 않는 곳이 서울대 법대이다. 그러나 서울대 출신들은 그동안 대통령 당선과는 운이 멀었다. 너무 똑똑해 서로들 뭉치지 않는다는 정치권 속설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이러한 징크스를 깨고 서울대 법대 출신 첫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출신 첫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판사 출신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에 출마하기는 했지만 당선에는 실패했다. 윤 당선인이 2022년 대선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운 셈이다. 미국의 경우도 CIA나 FBI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윤석열 대통령 시대는 취임 전부터 기존 대통령들과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바로 구중궁궐로 비유되는 청와대를 벗어나 새로운 용산 대통령 시대를 여는 첫 대통령이 되는 점 때문이다.
청와대는 폐쇄적이고 불통 이미지로 인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처럼 되어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재임 또는 퇴임 후 불운한 운명을 맞이한 것도 모두 국민과 동떨어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윤 당선인이 제왕적 대통령의 상징인 청와대시대를 마감하고 광화문 시대를 약속한 것은 진정한 소통의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청와대를 국민들에게 돌려주고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더 가깝고, 열린 공간으로 나오겠다는 것에서 윤 당선인의 소통을 위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후에는 청와대 본관인 영빈관을 비롯 녹지원과 상춘재 모두 시민들에게 개방될 예정이다.
현 정부와의 마찰로 윤 당선인 계획대로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직후 바로 용산에서 근무를 시작할 수는 없게 됐다. 하지만, ‘청와대 시대’가 끝나고 ‘용산 대통령 시대’가 열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취임 후 충분한 검토를 거쳐 청와대를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용산 집무실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생각에서다.
더구나 탈청와대 공약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을 이행하지 못해 국민들을 실망시킨 바 있다. 윤 당선인은 또다시 청와대 이전 약속을 저버리면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애초 탈청와대 방안으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나 대안으로 검토한 외교부 청사로의 이전을 검토했다. 그러나 광화문 이전은 비용이 용산 이전과 비교해 몇 배는 더 들고, 통신 제한이 일어나면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용산 대통령 시대를 개막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용산 대통령 집무실은 어떤 모습일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들이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을 언제든 지켜볼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에서 벗어나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 집무실은 미국의 백악관과 같은 모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즉,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층에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 참모들의 업무공간을 미국 백악관 집무동인 ‘웨스트 윙’(West Wing)처럼 수평적으로 배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즉,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의 경우 같은 층에 비서실장실을 비롯 정무·공보를 맡은 비서진의 업무 공간을 둘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청와대가 본관과 비서동이 분리돼 있어 대통령과 참모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 원활한 소통과 업무의 효율을 제고하기 위해 백악관처럼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진을 같은 공간에 배치하려는 것이다.
특히 개방과 소통을 위해 대통령실 주변도 최대한 국민에게 개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오는 6월경 주한미군기지 부지를 반환하면 즉시 시민공원으로 개방하고,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사의 최소 범위만 백악관같이 낮은 펜스를 설치하고, 집무실 주변까지 시민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과 함께 큰 시험을 치러야 한다. 바로 6월1일 지방선거다. 현재 국회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이 172석이고, 국민의힘은 110석으로 국민의당 3석을 합쳐도 민주당에 비해 수적 열세인 상황이다. 윤 당선인에게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여소야대’라는 커다란 벽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초박빙으로 승부가 엇갈렸기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당이 승리할지는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해야만 윤석열 정부가 국정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만약 지방선거에서 패할 경우 국회와 지방 모두 민주당이 장악하게 되어 윤석열 정부는 국정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게 된다.
대구(득표율 75.14%), 경북(득표율 72.76%)은 윤석열 당선인의 전국 득표율 48.56%보다 월등히 높은 지지를 보냈다. 제20대 대선에서 윤 당선인이 70%이상 득표율을 올린 곳은 대구와 경북 단 2곳뿐이다. 사실상 초박빙 승부였던 제20대 대선에서 대구·경북의 압도적 지지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큰 지지를 보내준 대구·경북지역은 앞으로 윤석열 정부에 대해 기대를 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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