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영웅’의 추락
  • 모용복선임기자
‘슈퍼 영웅’의 추락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2.0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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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영웅 헨콕 주연 윌 스미스
아카데미 시상식서 폭력 논란
아카데미 회원자격 박탈 이어
각종 영화에서도 줄줄이 하차
이준석 대표 장애인 비판발언
公黨의 대표로서 부적절 논란
사회적 영향 생각해 신중해야
동서고금을 통틀어 영웅(hero)에 대한 이야기는 인기 있다. 비범한 힘을 지닌 영웅이 온갖 시련 끝에 마침내 악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는 재미를 넘어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한다.

우리 역사상 실존 영웅들을 들자면 이순신, 김유신, 을지문덕, 광개토대왕과 같은 전쟁영웅들이 떠오른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이러한 영웅들의 활약상을 듣고 읽으며 이들처럼 영웅이 되는 꿈을 꾼다.

요즘 영웅들은 주로 만화나 영화 속에 등장한다. 슈퍼 히어로의 원조 격인 슈퍼맨을 비롯해 배트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헐크 등이 장르를 넘나들며 악으로부터 세상을 구한다. 이들을 모두 합쳐 놓은 듯한 헨콕도 빼놓을 수 없다. 10여 년 전 만들어진 영화 속 까칠한 슈퍼 영웅 헨콕 역을 맡은 배우는 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 그가 최근 폭력 논란에 휩싸이며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윌 스미스는 지난달 27일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자로 무대에 등장한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아내 제이다 핀캣 스미스의 삭발 헤어스타일에 대해 농담을 던지자 화를 참지 못하고 무대 위로 올라가 그의 뺨을 가격했다. 이후 자리로 돌아온 윌 스미스는 아내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말라고 소리치며 여전히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 장면을 생방송으로 지켜본 전 세계 수많은 영화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폭행 사건 뒤 윌 스미스는 영화 ‘킹 리차드’로 생애 처음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지만 비난이 쏟아졌다. 그는 결국 SNS를 통해 ‘사랑과 친절의 세상에 폭력은 있을 수 없다’며 크리스 록에게 사과했다. 지난 1일에는 성명을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내 행동은 충격적이고, 고통스러웠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동이었다”며 재차 사과한 뒤 아카데미 회원에서 자진 사퇴했다. 아카데미 측은 윌 스미스의 뜻을 즉각 받아들였다. 하지만 징계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측은 “아카데미는 어떤 형태의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입장과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의 무결성을 훼손하고 행동 기준을 위반한 윌 스미스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오는 18일 이사회에서 퇴출 혹은 규정에서 허용하는 제재를 포함한 징계 조치를 할 예정이다.

회원 자격이 박탈되면 향후 아카데미가 제공하는 모든 행사를 비롯해 영화 상영에 참여할 수 없다. 또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을 투표할 유권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뿐만 아니라 ‘나쁜 녀석들’을 비롯해 그가 주연을 맡은 각종 영화 제작도 줄줄이 중단되고 있다. 사실상 할리우드에서 퇴출되는 게 아니냐 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윌 스미스처럼 상대의 신체에 직접적인 해를 가하지는 않지만 정신적 피해를 입히는 폭력도 있다. 언어적 폭력이다. 언어적 폭력은 다수, 또는 불특정 다수를 향하므로 파급력은 오히려 물리적 폭력을 뛰어넘는다. 특히 정치인을 포함한 사회 지도급 인사들의 언어 폭력은 장삼이사(張三李四)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대해 비판 발언을 쏟아내 논란이 일고 있다. 장애인들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6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승차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인 관점으로 불법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애인단체의 항의에 대해서도 사과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대표의 발언이 전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바쁜 출근길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집단행위는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는 공당의 대표이자 곧 집권당을 이끌어갈 인물이다. 자신의 발언이 미칠 파장을 생각해 발언에 신중해야 하는 엄중한 자리다. 법과 원칙을 내세우기에 앞서 사회적 약자의 외침에 귀 기울이는 정치 지도자의 덕목이 요구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동권은 장애인들에게 있어 생존권이다. 공당의 대표로서 먼저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살피지 않고 ‘비문명’ ‘불법’이라는 말로 몰아붙이는 것은 분명 언어적 폭력이다.

정치 지도자나 스타 등 저명인사들이 행하는 폭력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폭력사건으로 인한 스타의 추락을 보며 ‘난폭한 영웅’ 헨콕의 대사가 떠오른다. “사는 게 쉽지 않습니다. 전 여러분과 다르니까요.”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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