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산업의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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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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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긴 줄을 서는 풍경은 이제 익숙하다. 그런데 아무리 명품 브랜드 상품이라 해도 아이템에 따라서는 생산한 것들이 다 판매되지 않고 재고로 남을 것 같은데 재고는 어떻게 처리될까?

몇 년 전에 166년 역사의 유서 깊은 영국의 명품패션기업 버버리가 재고를 수년간 소각 처리해 온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버버리는 2017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 약 3,700만 달러어치의 재고품을 모두 소각해서 폐기한 것으로 기재했다.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재고품이 도난을 당해 저가로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게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러자 그린피스 같은 환경단체가 회사를 비난했는데 버버리는 재고품 소각이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집행되었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향후 재고품 소각 처리를 중단하겠으며 사회단체 등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 온라인 사이트에서 2천 달러 이상을 호가하는 여우모피코트를 포함, 의복류 제품의 생산에 천연모피를 사용하는 것도 중단하기로 했다.

사실 재고품 처리에 관해서라면 버버리만 폐기처분을 해 온 것은 아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예컨대 스위스의 명품기업 리치몬트는 고가의 장신구나 카르티에 시계 같은 물건의 재고를 항상 폐기 처분해 왔다. 수년간 누적된 것이기는 하겠지만 어떤 해에는 그 액수가 5억6천만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폐기처분의 이유는 마찬가지다.

작년 초에 버버리는 중국에서 불매운동의 표적이 된 적이 있다. 버버리의 총매출 40%가 중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큰 타격을 입었다. 영국이 신장 위구르족 인권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중국 제재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기관들과 몇몇 개인이 중국 정부의 맞제재를 받았는데 중국 소비자들은 버버리를 공격했다. 버버리가 나이키와 함께 신장지역에서 생산되는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는 이유다. 텐센트는 일일 사용자 수 1억이 넘는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에서 버버리와 협업한 스킨을 내렸고 중국의 유명 배우는 버버리 브랜드대사직을 내려놓았다.

버버리는 명품업계 최초로 2040년까지 환경친화기업화를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패션어벤저스’운동 지원계획도 밝혔다. 이 운동은 패션상품의 쇼핑과 소비를 UN의 지속가능성 기준에 맞추자는 소비자 운동이다. 특히 패스트 패션을 지양하고 재활용, 교환 등을 장려한다. 버버리, 마리클레어 등 패션과 명품 기업들도 참여해서 ‘패스트패션’을 줄이는 데 노력한다.

케링은 2009년에 케링재단을 설립해서 여성인권 신장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에 조력하고 있다. 2019년에 동물복지에 관한 EU의 표준을 준수하기로 결정했고 18세 미만 모델의 화보 촬영과 패션쇼 출연을 금지했다. 2025년까지 제품 소재의 생산과 가공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40% 감소시킨다는 목표도 세웠다. 에르메스는 버섯가죽으로 만든 비건핸드백을 선보였고 루이비통은 자투리 실크를 소재로 액세서리를 제작한다. 프라다, 구치도 재생 나일론으로 다양한 제품을 만든다.

버버리의 CEO가 천명했던 것처럼 ESG시대에는 “패션명품의 생산과 소비는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동반한다.” 사회적 책임은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도 포함한다. 예일대 경영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 또는 불참하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A~F학점 리스트를 작성해서 널리 공유하고 있는데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해당 기업들의 ESG 평가에 반영되게 하려는 목적이다. 페라가모, 롤렉스, 스와로브스키 등이 러시아시장 완전철수로 A를 받은 것이 보인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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