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명품의자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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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명품의자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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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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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SK하이닉스 직원이 블라인드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었다. 회사가 새로 열가지의 임직원 복지 혜택을 도입하는데 그중 전 직원에게 시가 100만 원이 넘는 명품 의자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해당 직원은 “오늘 취해서 집에 못 들어 갈 것 같다”고 대대적인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를 소개하는 신문 기사에 회사 주주인 것으로 짐작되는 네티즌이 댓글을 하나 남겼다. 이런 식으로 복지를 자꾸 (과도하게) 확대하면 주주는 뭐가 되느냐는 못마땅한 내용이다. 그러자 그 댓글에 답글이 달렸다. “주식 좀 샀다고 회사가 님 것이 아님.”

불만의 댓글을 남긴 사람이 만일 SK하이닉스의 주주라면 투자하기 전에 회사 정관을 읽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대다수 주식투자자들이 귀한 돈을 투자하면서 회사 정관도 한번 챙기지 않는다. SK하이닉스 정관의 첫 문장은 “경영활동의 궁극적 목적은 구성원 행복이다‘로 되어 있고 두 번째 문장은 ”경영활동의 주체인 구성원은 ‘구성원 행복’과 함께 ‘이해관계자 행복’을 키워나감으로써 지속적 행복을 추구한다“고 되어 있다.

다른 회사들이 어떻게 하는지와는 별론으로 SK하이닉스는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모여서 구성원과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기업활동의 궁극적 목적으로 설정하고 결의를 거쳐 정관으로 확정한 것이다. 따라서 주주가 임직원 복지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그것이 회사의 재무를 심각하게 해치는 정도가 아닌 한 자기모순이 된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이념을 핵심으로 하는 ESG시대가 오기 전에 예일대 한스만 교수와 하버드대 크라크만 교수는 이른바 ‘회사법 역사의 종말’을 논한 적이 있다. 기업의 지배구조에 관한 이념적 모델로 경영진 중심, 종업원 중심, 국가 중심 모델 등이 모두 그 경쟁력을 상실했고 주주이익 중심 모델만이 생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회사법은 임무를 다했고 그 역사는 종말을 맞이했다는 설명이다.

동 교수들에 의하면 주주이익 중심 모델은 다른 모델들이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 시장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논리(logic), 비교(example), 경쟁(competition) 등 세 가지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 주주이익 중심 모델은 효율성, 글로벌 경쟁력, 시장 경쟁력 등을 통해 우월성이 입증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 세대를 풍미했던 이 이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가 퇴조하자 힘이 약해졌다. 그래도 두 교수는 자신들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제 ESG시대 도래로 우리와 달리 경영진의 주주이익 배려가 법률적 의무로 정착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다시 주주이익 중심 모델에 대한 회의론이 부상하고 있다.

우리 법은 회사의 ‘주인’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는다.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회사는 독립적 법인격을 가진다. 회사의 주인은 회사 자신이다. 회사 경영책임을 진 경영진과 이사회는 ‘회사’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사업의 결과로 축적되는 이익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이사회가 정한다. 이사회는 분배를 결정할 때 그 분배가 회사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그러면 주주들에게 배당을 많이 하는 것이 회사에 이익이 될까, 아니면 임직원들에게 보상을 많이 하는 것이 회사에 이익이 될까. 그것도 아니면 이익을 회사에 유보해서 연구·개발(R&D)와 인수·합병(M&A) 재원으로 써서 회사 자신에게 분배하는 것이 맞을까. 경제 상황, 재무 상황, 장단기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서 그때그때 결정을 해야 한다는 원론적 답밖에는 없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주주이익이 언제나 우선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포용’의 시대다. 그러나 주주들이 상황에 따라 배당과 주가 하락을 감수하듯 임직원들도 보상과 복지의 확대뿐 아니라 동결, 삭감도 감내해야 한다. 사회변동, 전쟁, 경제위기 등 온갖 풍상을 겪고도 존속하는 서구의 오래된 기업들을 보면 이 두 가지 규칙(지혜)이 회사를 지속가능하게 했음을 잘 알 수 있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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