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위 완장은 권력이 아니다
  • 손경호기자
공관위 완장은 권력이 아니다
  • 손경호기자
  • 승인 202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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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에 최기인의 장편 소설을 드라마한 ‘똠방각하’가 TV로 방영됐다. 시골 좁은 바닥에서 안하무인으로 거들먹거리는 주인공을 통해 현실 세태를 꼬집은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은 주어진 직책을 완장에 새겨 팔뚝에 차고, 무능력하지만 능력이 있는 것처럼 허세를 부리며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다.

정치권에서 가장 큰 완장은 바로 공천을 쥐락펴락하는 공천관리위원회일 것이다.

국민의힘 당규에는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공천관리위원회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때는 공천심사위원회가 있었는데, 공천을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공천관리위원회로 바꿨다.

하지만 공천심사위를 공천관리위로 바꾸어도 공천때마다 사천(私遷), 막장 공천 논란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경우 경북지역에서는 이번 6.1 지방선거에서도 여지없이 공천 논란으로 시끌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포항지역 방문 당시 이강덕 포항시장 패싱 논란이 대표적이다. 언론을 통해 지역의 수장(首長)인 이강덕 포항시장이 배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출마 예비후보는 공식 행사장에 들이지 말라는 윤석열 당선인 측 요청이 있었다는 해명이 나오면서 오히려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만약 이 같은 해명이 사실이라면 윤석열 당선인의 뜻을 무시하고 경산시장 예비후보를 영일만대교 건설 현장 브리핑에 동행시킨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다. 송 예비후보가 SNS에 이철우 지사가 ‘행사에 오라’고 해서 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철우 지사의 오버인지, 이 시장을 패싱한게 당선인 뜻을 사칭한 거짓해명인지는 이 지사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밝혀야 한다.

국민의힘은 현역 단체장을 컷오프 시키기 위해 교체지수 적용도 추진하고 있다. 지지율이 높은 현역 단체장을 제거하고, 지지율이 더 낮은 후보를 내세워 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진행 중인 것이다. 한마디로 소가 웃을 일이다.

공관위가 동일 지역구의 동일 선거에서 총 세 번 이상 출마해 낙선한 인사를 공천에서 배제한 것도문제다. 이 조항은 당헌·당규에 없는 공관위가 이번 지방선거에 급조한 조항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탄핵 역풍으로 모두 보수정당으로의 출마를 꺼려했다. 당시 낙선이 뻔한 상황에서 당을 위해 ‘독배’를 마신 후보들에게 공관위가 공천 배제라는 큰 선물(?)을 안긴 것이다. 당시 당을 위해 선거에 첫 출마했던 인사들은 이번에 정치 신인에게 주는 가산점도 못받는 패널티 선물을 받는다. 한마디로 공관위가 ‘국민의힘’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만천하에 공표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축구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했다. 역대 최고의 성적이었다. 히딩크라는 외국 감독이 있었기 때문에 얻은 결과였다. 히딩크는 학연·혈연·지연으로 연결된 한국 사회에서 처음으로 연고주의에서 벗어나 실력으로 선수들을 선발했다.

우리나라는 승부를 가르는 스포츠 등에서 실력보다 연고주의가 작동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력이 아닌 학맥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일부 스포츠는 국제대회에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선거도 스포츠와 마찬가지다.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선거라는 장(場)에서 서로 겨뤄 승자와 패자를 가리기 때문이다. 지지율에 가점을 주고, 감점을 줘서 본선에 내보내면 승리할 수 있을까?

선거 출마자들의 실력은 바로 지지율이다. 공관위원이라는 완장은 무소불위 권력이 아니다. 공관위는 오버하지 말고, 공정한 선거 관리만 집중해야 한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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