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안보·에너지 딜레마 어떻게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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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안보·에너지 딜레마 어떻게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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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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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TV와 신문에 보도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참담하다. 종전(終戰)의 키를 쥐고 있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언제 끝낼 지 종잡을 수 없으니 지구촌 전체가 극도의 불확실성 속에 갇혀 있다.

전쟁의 소용돌이권에 있는 유럽국가들은 안보 불안에 휩싸이고, 전 세계가 에너지 공급 불안에 떨고 있다. 푸틴의 전쟁 돈줄을 끊기 위해 미국을 필두로 러시아 석유수입 금지 조치가 확산되고 있다. 독일은 고민에 빠졌다. 독일은 전쟁 초기 이같은 수입금지 압력 분위기에 미온적으로 대처했으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이 드러나면서 단호한 조치를 피할 수 없게 됐다.

GDP 4조3000억 달러의 독일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 경제대국이다. 세계 10위의 한국 경제규모 보다 2배 이상 크다. 이런 독일을 움직이는 에너지의 25%가 러시아산 화석연료다. 전쟁 발발 전 독일은 천연가스 수요의 55%, 석유의 35%, 석탄 50% 이상을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세계는 지금 독일이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하고 있다. 한 세대 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체제가 붕괴된 후 독일과 러시아는 평화무드를 탔다. 독일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시베리아의 석유와 가스를 대량 수입하면서 독일경제와 러시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미국 등 일부 서방국가들은 독일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경계했다. 그러나 엥겔라 메르켈 등 독일 정치 지도자들은 독일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이 파이프라인이야말로 두 나라 사이 평화를 나르는 통로라고 굳게 믿고 발트해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대형 파이프라인 ‘노드스트림2’ 프로젝트를 밀어부쳤다.

이런 믿음은 지난 2월 24일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 단추를 누르면서 여지없이 깨졌다. 2차대전 이후 최대 지상전투가 벌어지면서 푸틴에 의해 유럽안보 지형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독일은 러시아 석유와 가스 수입 대금으로 매일 평균 2억유로(약 2600억 원)을 러시아로 보낸다고 한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주변 나토 동맹국들도 독일을 향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과감하게 줄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러시아 석유와 가스를 수입하는 건 전쟁범죄에 돈 대는 거다. 공범자가 되지 말고 끊어라”라고 재촉했다.

독일의 처지가 난처해졌다. 독일 및 나토국가 안보에 위협으로 등장한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에너지 수입을 줄여야 할 당위성이 커진 반면, 독일 경제와 소비자들은 러시아 산 석탄 석유 가스에 깊숙이 길들여져서 단시간에 이를 단절하기가 어렵다. 독일은 유럽연합의 경제 제재 조치에 부응하여 석탄과 석유 수입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천연가스 수입만은 손대지 못하고 있다. 8000만 명의 독일 국민 절반 이상이 러시아산 가스로 난방과 요리를 하고, 탄소중립 정책의 변환에너지로서 가스에 의존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엥겔라 메르켈 총리에 이어 올해 새로 출발한 숄츠 사민 녹색 연립정부 총리는 이 딜레머를 풀어야 할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크리스티안 린트너 재무장관은 “러시아산 수입 에너지 의존도를 높인 게 실책”이었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하벡 경제·에너지 장관은 카타르와 워싱턴을 잇따라 방문하며 천연가스 수입선 확보에 나섰다. 카타르는 러시아를 제외하면 세계 최대 가스매장량을 갖고 있으며 미국은 나토동맹국으로서 유럽국가 가스 공급에 전략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독일은 안보정책과 에너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판이다. 독일은 탄소중립에 가장 앞장서 있는 나라이며 동시에 탈원전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독일은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고 이후 원자로 폐쇄정책을 추구해 왔으며 올해 마지막 3기의 원자로 폐로가 예정되어 있다.

숄츠 총리는 친러시아 정책을 밀고 나갈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독일의 에너지 정책은 탄소중립까지 맞물려 한층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독일의 탈원전 여론 또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수면 아래서 잠자고 있을 뿐이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독일이지만 이번 에너지 위기는 또 하나의 반성의 기회가 되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산업발전에 독일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해 왔다는 성찰이다. 독일에 설치되는 태양광 전지셀(Cell)의 95%, 패널의 85%가 중국산이다. 한마디로 독일을 움직이는 에너지가 러시아와 중국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사실을 새로이 깨닫게 된 것이다. 미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기업을 해외에서 국내로 끌어들이는 공급망 확보 방안처럼 독일도 태양광 셀과 패널을 독일 기술로 독일 공장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독일의 고민이 남의 얘기가 아닌 것은 한국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제조업 국가이면서 해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또 태양광 발전 설비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도 한국의 산야도 중국산 태양광 셀과 모듈로 덮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 안보 및 탄소중립과 관련하여 한국에 던지는 교훈을 독일의 고민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김수종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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