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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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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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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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적대적으로 인수하려고 한다. 4월 4일에 트위터 지분 9.1%를 취득해 최대주주가 된 머스크는 원래 4월 9일 자로 회사 이사회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사회 합류를 취소하고 4월 14일에 회사 인수 제안을 냈다. 경영진과 이사회는 많이 놀랐을 것이고 주주들은 반색했을 것이다. 머스크가 지분 9.1%를 샀을 때 주가는 27% 폭등했었다. 2013년 기업공개 후 최대 상승폭이다.

트위터 이사회는 머스크가 제시한 주당 54.20달러(회사 가치 430억달러) 가격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머스크의 인수 제의를 거절하고 전형적인 경영권 방어 장치 포이즌 필(Poison Pill)을 설치했다. 당시 시가는 45.08달러였다.

회사의 이사회는 외부의 인수 제안이 있을 때 최대한 높은 가격에 거래를 성사시킬 의무를 진다. 포이즌 필은 경영권 방어 장치라기 보다는 장애물을 설치하고 그 철거 대가로 거래 가격을 높이는 협상 용도에 쓰인다. 즉, 이사회가 주주들에게 최대한 높은 주식값을 받게 해 주는 도구다. 트위터는 85% 이상을 기관과 일반주주들이 보유하는 회사다.

전형적인 포이즌 필은 ‘누구든지’ 회사 이사회의 동의없이 일정한 지분을 취득하면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 주주만 빼고 모든 주주들이 아주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받을 수 있게 한다. 주주들은 싼 값에 신주를 받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모두 청약을 하게 되고 그러면 바로 그 ‘문제 주주’의 지분은 급격히 희석된다.

이 구조는 우리나라에서라면 상법의 대원칙인 주주평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우리처럼 주주평등 원칙이 있는 일본에서는 오래전에 불독소스가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아 포이즌 필을 설치했는데 소송이 최고재판소까지 올라갔다. 법원은 포이즌 필이 원인제공자가 ‘누구든지’ 작동하는 것이므로 주주 차별이 아니라는 취지의 논란 많은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미국에는 주주평등 원칙이 없어서 포이즌 필이 널리 활용된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지분이 포이즌 필을 작동시키도록 설정하는가다.

예컨대 10%정도로 낮게 정해두면 경영권은 안정되겠지만 기관들이 큰 물량을 살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누군가 쉽게 포이즌 필을 작동시켜버리면 회사는 헐값에 대량으로 신주를 발행해야 한다. 그렇다고 20% 정도로 지나치게 높게 정해두면 경영권 방어에 의미가 없다.

종래 미국 기업들은 15%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자 다수 기업들이 경영권 안정을 위해 새로 포이즌 필을 도입하면서 이 수치는 12%로 낮아졌었고 어떤 경우는 10% 아래, 심지어는 5%로 설정되었다. 이번에 트위터는 고전적인 관례인 15%를 선택했다. 아무래도 머스크는 가격을 높여야 할 것 같고 회사가 일단 매물로 나온 셈이어서 사모펀드 등 제3의 경쟁자가 나설 가능성도 크다. 트위터 포이즌 필의 적법성에 대한 소송도 발생할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트위터를 적대적으로 인수하려는 머스크가 2010년 자기 회사 테슬라를 증시에 공개할 때 경영권 방어 장치를 꼼꼼하게 챙겨놓았다는 사실이다. 테슬라는 정관을 고쳐서 향후 이사 선임 등 회사의 사무에 중요한 사항에는 주주총회에서 주식 66.6% 동의가 필요하도록 해두었다. 머스크 지분은 21%다. 12%의 우호주주만 확보하면 거부권을 가진다.

머스크의 현재 계획은 트위터 주식 전량 인수 후 상장폐지다. 머스크가 당초의 이사회 합류 계획을 접고 회사를 인수하기로한 데는 트위터 이사회 구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트위터 이사회는 창업자 잭 도시, 전 세계은행 총재 로버트 졸릭 등 11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잭 도시는 특이한 개성이 머스크 못지않은 강적이다. 또, 이사회는 원래 머스크에게 지분 14.9% 이상 취득은 안된다는 조건을 냈었기도 하다. 머스크는 이 이사회에 열두번째 이사로 들어가서는 ‘표현의 자유’ 구현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보았던 것 같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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