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검수완박’ 입법 강행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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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검수완박’ 입법 강행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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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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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칼럼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강력한 검찰개혁을 기치로 내걸었다.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검찰개혁을 주요 국정 과제로 거론하며 야당과의 난타전 끝에 결국 공수처를 만들었고 검경 수사권도 조정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광범위했던 직접 수사 범위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현재 검찰에게 남은 수사권은 6대 주요 범죄(경제, 부패,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참사)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에 대한 개혁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그러나 민주당에는 각별한 의미가 하나 더 있다.

조국 사태 이후 검찰에 이를 갈던 민주당은 다수의석으로 법안들을 밀어붙여 검찰의 송곳니를 하나둘 뽑으며 마음속으로 쾌재를 외쳤으리라 짐작된다.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룬 현 정권과 민주당은 “이쯤하면 되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세상사 아니던가! 3.9대선에서 패배하고 만 것이다. 그것도 그토록 미워하던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말이다.

며칠이 지나고 선거 패배에 대한 충격이 가시기 시작하자 앞날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현 정권의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울산시장 부정선거 개입, 라임 옵티머스 사건, 타이이스타젯 특혜 의혹 등 굵직한 사건들이 수사 또는 재판 중이다.

이재명 전 후보는 더욱 심각하다.

그 유명한 대장동을 비롯하여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성남 FC 등 여러 가지 사건들이 수사 중이기 때문이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이럴 바엔 욕 좀 먹더라도 검찰이 수사를 아예 할 수 없도록 아작내 버리자.”며 검찰수사권 완전박탈 이른바, 검수완박을 힘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이야말로 국민 위에 군림한 특권 검찰을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말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 국민이 몇이나 되겠는가?

과연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었더라도 국가 사법 체계 근간을 바꾸는 법안을 그 흔한 공청회 한번 하지 않고 모든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채 한 달 만에 졸속으로 밀어붙였을까. 어쩌면 발의조차 하지 않았을 이 법안을 이토록 다급하게 처리하려는 의도는 뻔하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서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에 통과시켜 공포하려는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진짜 문제는 이것이다.

이 법안이 위헌성으로 얼룩져 있고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시민단체나 공정위 등에서 억울한 사람을 대신해 고발한 경우,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하면 고발인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한다. 이에 더해 경찰 수사에 오류가 있거나, 부실하거나, 부당하거나, 실수가 있거나, 미진하거나, 수사를 신속하게 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어디에다 하소연해야 하는가? 또한 검찰은 70년간 축적된 수사 노하우와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6대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마저 없애버리면 고도로 전문화되고 지능화된 경제범죄나 고위층이 연루된 권력형 범죄에 대해 당장 경찰이 대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OECD 국가들은 대부분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만 정권교체가 임박한 시점에 토론 한번 하지 않고 국가 사법 체계를 불구로 만들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오죽하면 법조인들이 이 법안을 범죄인 만세법이라고 할까. 이제 형사소송법 개정안마저 3일 국회를 통과해 검수완박을 위한 입법이 모두 마무리됐다. 거악 척결은 이제 경찰이 손으로 넘어갔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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