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분산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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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분산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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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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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칼럼

책임이란 어떤 자리나 위치에 있는 자가 수행하는 일과 관련되어 그 결과에 대해 지게 되는 의무나 부담을 말한다. 법률적으로는 위법한 행위를 한 사람에게 불이익이나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민사적 책임과 형사적 책임이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책임이 있다. 가정에서의 책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 국민으로서의 책임을 가지고 있다.

특히 국민 개개인의 권리가 집약되어 선출된 공직자의 책임은 일반 국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중하다.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힘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권력을 얻게 된 자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국민으로부터 주어진 권력을 무책임하게 남용하지 않는지, 국가 미래와 국민을 위하여 책임감 있게 권력을 사용하는지 살펴야 한다는 점이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대철학자이자 작가인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한 말이다. “자신의 잘못이나 부주의로 생겨난 잘못은 즉시 책임을 져라”라고…. 진부한 말 같지만, 넌더리 나는 정치 행태에 요즘처럼 이 말이 가슴에 쩍 달라붙었던 적이 없었다.

민주당은 학계와 민변을 비롯한 여러 변호사 단체, 시민단체, 60%를 훨씬 웃도는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검수완박 법안을 졸속으로 통과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짜놓은 각본처럼 국무회의를 연기해가며 의결을 거쳐 공포했다. 위헌성이 다분히 내포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많은 피해를 줄 수 있는 법안이라고 각계각층에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부당성을 호소했건만 민주당과 국회의장은 막아서는 야당 여성 의원을 구둣발로 짓밟으며 강행처리하고야 만 것이다.

향후 이 법안이 시행되어 여러 가지 문제점과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국회의원은 민생과 국가 사법 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법안을 어찌 저리 거리낌 없이 밀어붙이는가? 그 이유를 한번 따져보자. 어떤 직무 분야이든 책임자는 한 사람이다. 대통령도 한 사람이고, 장관도 부처에 따라 각 한 사람이다. 따라서 직무수행에 따른 책임소재를 물을 대상이 명확하다. 부동산 정책이 잘못되면 국토부 장관이 질타받고, 국가안보가 불안해지면 국방부 장관이 욕을 먹는다. 즉, 직책을 가진 사람의 직무수행이 잘못되면 그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어떠한가. 개개인이 입법권을 가진 헌법기관이라고 하지만 동등한 권한과 자격을 가진 다수이다. 의원이란 합의체의 한 구성원을 말한다. 의사결정과정에서 구성원이 많으면 무조건 이긴다. 이게 민주주의이고 민주주의 체제의 맹점이기도 하다. 어떤 법안에 문제가 많다면 그 법을 발의한 국회의원에게 책임이 있지 않은가.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어떤 법일지라도 의결과정에 다수의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곧 악법이 시행되어 부작용을 낳는다고 해도 다수의 동의하에 통과된 법이기에 특정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돌덩어리도 여러 조각으로 부서지면 결국 먼지가 되듯,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된 법안에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다수결의 특성에 의해 책임이 분산되어 먼지처럼 흩어져 버린다. 결국 그 법에 종속되어 살아가는 국민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다.

검수완박으로 인해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를 민주당은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야당과의 협의나 면밀한 심의가 되지 않은 법안 자체도 문제지만, 자기 진영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불과 18일 만에 졸속 처리하는 과정에서 온갖 꼼수와 편법을 동원한 거대세력의 횡포에 더욱 분노하였다는 것을…. 민주당의 법안 강행처리와 이에 무기력하게 대응하는 야당을 지켜보며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국회는 조종을 울렸다. 해산함이 마땅하다.”라고 일갈했다.

사회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잘못된 것이 보이지만 보려 하지 않고, 들리지만 들으려 하지 않는, 그래서 선과 악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침묵의 합창단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악의 기여자”라고 했다. 국민이 권력을 주었지만 그 권력이 공정하고 엄중하게 행사되는지, 도리어 권력이 더 큰 악을 만들지는 않는지 감시하고 경계해야 할 책임은 사회구성원인 국민에게 있는데 그 책임을 다하지 않기 때문에 세상이 부조리하고 부당하게 유지된다는 즉, 방관자들에 대한 냉혹한 질타이다.

6·1 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국민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민의로 심판해야 할 때이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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