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연금액을 늘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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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연금액을 늘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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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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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오르지 않던 일본에서 올해 들어 기름값, 식비, 전기료 등이 모두 오르고 있다. 그 와중에 연금 수령액은 떨어지고 있다. 일본은 부부 기준 표준적인 가구가 받는 국민연금과 후생연금의 합이 22만엔(210만원 정도)이다. 그런데 6월에 수령하는 4, 5월분 국민연금이 전년에 비해 0.4% 감소했다. 2021년의 0.1% 감소에 이어 2년 연속 감액된 것이다. ‘연금액을 늘릴 방법이 없을까?’ 일본 사람들의 고민이다.

일본은 2022년부터 공적연금 제도를 바꾸면서 연금 수급 개시(開始) 연령을 늦춰 연금액 증액의 기회를 주고 있다. 통상 연금을 받는 연령은 65세부터고 본인의 의사에 따라 60~70세 사이에 개시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 최장 5년을 앞당겨 받거나 5년을 연기해서 받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개정으로 75세까지 연금 개시 연령을 늦춤으로써, 이제 일본은 60~75세까지 연금 개시 연령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늦춰 받는데 대한 보상은 연금 증액이다. 1개월 앞당겨 받으면 연금액이 0.4% 줄어드는 데 반해 1개월 늦춰 받으면 연금액이 0.7% 증가한다. 만일 60세로 앞당겨 받으면 연금액이 24% 감액되고 70세로 늦춰 받으면 42% 증액된다. 이번에 법 개정으로 75세까지 연기하게 되면 연금액이 무려 84% 증액된다. 일본의 <주간동양경제> 올해 4월23일자 기사에 따르면 연금총액기준으로 70세에 연금을 개시한 사람은 81세가 되면 65세에 연금을 받기 시작한 사람을 앞지르게 되고 75세에 개시한 사람은 86세가 되면 앞지른다. 70, 75세로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춘 사람은 대략 11년이 지나면 65세 받은 사람보다 유리해지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기대여명을 감안하면 일본은 현재로서는 70세 정도에 연금을 개시하는 게 적당하다.

일본이 연금 수령 연령을 늦출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준 이면에는 정년 연장이 있다. 일본은 이미 1998년에 60세 정년을 의무화했고 2013년에는 65세까지 연장했으며 2021년에는 사실상 70세까지 취업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이에 기반하여 올해부터 연금 개시 연령을 75세까지 늦출 수 있게 한 것이다. 정년 연장을 통해 근로소득을 오래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준 뒤에 연금 개시 연령을 늦출 수 있는 선택권을 준 셈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역시 조기 수령과 연기 수령 제도가 있다. 자신의 연금 개시 연령을 기준으로 최장 5년을 앞당기거나 5년을 연기해서 받을 수 있다. 만 63세부터 연금을 받는 사람은 58세부터 받거나 68세에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감액은 1년에 -6%, 증액은 1년에 7.2%이다. 5년을 앞당겨 받으면 30% 더 줄어들고 5년을 늦춰 받으면 36% 더 늘어난다. 일본과 달리 아직 정년이 60세이고 실질적으로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는 연령이 50대 중반인 우리나라로서는 늦춰 받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을 늦춰 받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2021년 기준 연기 연금 수령자, 즉 연금을 늦춰 받는 사람은 7만 8천명으로 한 해 사이에 33% 늘었다. 전체 노령연금 수령자 177만명의 4.4%에 불과하지만 2016년의 2만명에 비하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작년 국민연금 최고액 수령자는 66세로 매월 239만 9710원을 받았는데 이는 2016년에 받을 국민연금을 5년 연기해서 연금액이 36% 불어났기 때문이다.

지인들에게 국민연금 수령을 연기해서 더 받으라고 권고하면 머리로는 수긍하는데 행동은 다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일찍 죽으면 손해라는 것과 연기 신청을 한 번 밖에 하지 못하기에 대체 몇 년을 신청해야 할지 헷갈린다는 것이다. 5년을 늦춰 받자니 너무 길고, 3년도 좀 긴 것 같고, 2년을 하자니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무엇보다 지금은 일자리가 있지만 언제 일자리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도 있다. 일단 1년 연기하고 두고 보면 좋을 텐데 한 번 밖에 연기를 못하니 그러질 못한다. 그래서 올해 6월부터는 국민연금 수령 연기 신청 회수에 제한을 없앴다. 1년 연기하고, 또 1년 연기하고 5번을 연기할 수도 있다. 제도적 장애가 하나 없어진 셈이다.

무엇보다, 연금 수령을 늦추었다가 일찍 죽으면 손해라는 생각은 연금의 본질을 오해한 데서 비롯됐다. 연금은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상품이 아니다. 국가는 개인의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한 게 아니라 노후의 불확실성을 줄여주기 위해서 만들었다. 예를 들어, 노년에 사기를 당해 재산을 잃었거나, 크게 아파서 목돈을 지출했거나, 인지증이 생겨 자산 관리를 잘 못하거나, 혹은 너무 오래 살아 모아 둔 재산이 바닥날 수 있다. 이럴 때도 연금을 통해 최소한의 인간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연기 연금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말하자면 ‘혹시 빨리 죽으면 손해’라는 관점이 아닌 ‘혹시 너무 오래 살았을 때도’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

연기 연금은 고령 전반 수령액보다 고령 후반 수령액을 늘려 준다. 우리보다 장수 사회가 빨리 도래한 일본이 국민연금 수령을 75세까지 연기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준 이유다. 앞으로 장수 사회에서는 보다 오래 일하고 수명도 더 길어질 거라는 뜻이다. 우리도 환경변화에 적응하여 연금의 연기 수령을 적극 검토해보아야 할 듯하다. 연기 신청 회수에 제한이 없어졌으니 일단 1년 연기만이라도 한번 해보는 게 어떨까 한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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