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청 브리핑 룸
  • 모용복선임기자
포항시청 브리핑 룸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2.0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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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 공약·입장 표명 위해
시청 브리핑 룸 방문 잇따라
선거는 풀뿌리민주주의 핵심
정치행위는 의회서 이뤄져야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시행
자치분권 실현 초석 놓여져
민의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시의회 브리핑룸 설치 시급
6·1지방선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후보들은 저마다 선거사무소 현판을 내걸고 얼굴 알리기에 분주하다. 또 자신들의 공약과 입장을 유권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뿌리기에 여념이 없다.

포항시청 브리핑 룸도 후보들이 공약발표와 입장 표명을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다. 지방선거 초반에는 포항시장 출마자들의 독무대였다. 특히 후보가 난립한 국민의힘 포항시장 예비후보들은 공천을 따내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이곳을 찾아 공약을 쏟아냈다.

포항시장 후보자 공천이 마무리 된 이후에는 도·시의원 출마자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최근에는 각 당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들이 잇달아 브리핑 룸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1일에는 국민의힘 공천에서 탈락한 도·시의원 출마자 7명이 무소속 연대를 통한 출마를 선언했다. 후보들은 기자회견 후 붐비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 내려왔다. 평소에 필자도 자주 계단을 이용하지만 이날 흰 점퍼 부대가 대열을 지어 8층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며 불현듯 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대부분 현직 의원들인 이들이 왜 제 집인 의회를 놔두고 굳이 이곳까지 와서 기자회견을 하는 걸까?”

깊이 고민할 것도 없었다. 현재 포항시의회에는 의자 몇 개만 갖춘 협소한 기자실만 있을 뿐 정견을 발표할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고를 마다 않고 더 넓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청 브리핑 룸을 찾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정치 이벤트이다. 따라서 이를 위한 모든 정치행위는 지방정부가 아닌 국회의 성격을 띤 지방의회에서 이뤄져야 한다. 국회의원이 국회를 놔두고 정부기관을 방문해 브리핑을 한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더욱이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의원들이 의회 대신 집행기관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시민단체들이 시청을 찾아 기자회견 하는 모습은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들은 주민 대의기관인 의회에서 주장을 펼치고 치열한 토론을 벌여야 한다. 지방정치의 요체(要諦)는 민의의 실현이며, 이것이 이뤄지는 곳이 지방의회이기 때문이다. 시청도 시시때때로 주민들과 지지자들이 들이닥치면 행정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다. 시청 브리핑 룸은 시정(市政) 설명을 위한 본래의 위치로 돌려놓아야 한다.

올해 1월부터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으로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이 본격 시행됐다. 이에 발맞춰 포항시의회도 직원 24명을 의회 소속으로 임용했으며, 정책지원관도 내년까지 자체적으로 뽑는다. 지난 3월엔 상설 윤리특별위원회와 인사위원회가 구성됐다. 명실공히 자치분권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이 놓인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민의의 실현이다. 지방정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주민들이 의회를 찾아 자유롭게 주장을 펼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민의 실현을 위한 소통과 열린 공간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현재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문제는 지방정치의 중앙정치에의 종속성이다. 그와 더불어 지방의회가 여전히 지방정부에 예속돼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브리핑 룸은 이러한 현상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인사권 독립은 지방정부에 대한 탈(脫)종속화를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지방정치가 의회에서 활발히 이뤄져야 진정한 독립이 가능하다. 브리핑 룸은 단지 하나의 방을 넘어 지방정치가 실현되는 산실(産室)이다.

포항시의회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8대 의회 시작과 함께 개선을 하려고 시도했지만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현재 있는 공간을 잘만 활용하면 해결방안이 없지도 않다. 의회의 역할과 본령(本領)을 생각한다면 답은 분명하다.

이제 10여 일 후면 6·1지방선거가 열리고 새로운 지역일꾼들이 민의의 전당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제9대 포항시의회가 시작되는 것이다. 9대 의회가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브리핑 룸 마련이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4년 후 그들은 또다시 제 집을 나두고 남의 집을 기웃거려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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