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카드는 ‘신의 한수’ 였다
  • 손경호기자
한덕수 카드는 ‘신의 한수’ 였다
  • 손경호기자
  • 승인 2022.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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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제이(以夷制夷)란 말이 있다. 옛날 중국 본토 국가들이 주변 국가들을 다스릴 때 사용하던 전략으로 오랑캐를 이용해 오랑캐를 제압한다는 의미다. ‘후한서’ 등구열전(鄧寇列傳)의 ‘등훈전(鄧訓傳)’에 나오는 구절인 ‘이이벌이(以夷伐夷)’에서 비롯됐다.

분열시켜 지배하라는 뜻의 ‘디바이드 앤 룰’(Divide and Rule)도 마찬가지다. 고대 그리스 당시 세계의 패권을 장악한 마케도니아 왕국의 필리포스 2세가 처음 언급했다고 한다. 외세 혹은 지배자가 피지배민들을 분할시켜 서로 적대하게 만들어 통치를 용이하게 하는 수법이다. 분할 통치로 이용되는 것은 민족, 종교, 양극화, 피지배 국가의 기득권층 등이다.

민주당의 ‘영남후보론’, 윤석열 대통령의 ‘호남총리’ 등도 대표적인 ‘이이제이’, ‘디바이드 앤 룰’ 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 선거때마다 표출되는 ‘갈라치기’도 마찬가지다. 각종 선거때마다 진영 간 갈등을 부추기면서 갈라치기는 선거전략의 핵심이 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첫 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재석의원 250명 중 찬성 208표로, 찬성률 83.2%의 압도적인 가결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10일 만에 ‘총리 공백 사태’가 해소된 셈이다.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 불가능한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는 여야 협치의 산물이라기 보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용인술로 보는 게 더 현실적이다.

앞서 민주당은 한덕수 후보자가 국무총리 이후 사실상 ‘김앤장 로비스트’로 활동해 왔다며 공직자로서 부적격자로 규정했다. 압도적인 국회 의석을 차지해 총리 인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민주당이 전격적으로 ‘인준안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당초 민주당 지도부는 ‘한덕수 부결’ 쪽으로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반대하는 인사들이 줄줄이 임명되는 상황에서 다수가 ‘부결’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요식행위로 전락시킨 장본인들은 바로 민주당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국회를 패싱하고 30명이 넘는 장관을 마음대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결과’ 보고서(2021.03)에 잘 나타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3월1일 기준 국회가 공직 후보자 임명에 비동의하거나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비율은 문재인정부가 28.7%로 노무현정부(6.2%), 이명박정부(23%), 박근혜정부(14.9%) 가운데 가장 높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켜야 지방선거 결과가 좋을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강성 지지층 달래기용 부결을 촉구한 셈이다.

하지만 지지층만 챙기다 정권을 빼앗긴 대선이 발목을 잡았다. 지방선거 분위기가 민주당에 그리 호락호락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인 것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표적인 호남 출신 인사다. 더구나 과거 노무현 정부의 국무총리 출신으로 민주당 쪽 사람이다. 따라서 한덕수 임명동의안 부결은 호남 지지기반 민주당이 호남 출신 한덕수를 내치는 결과였을 뿐이다.

“한(덕수) 후보자를 부결시키면 즉사(卽死)하는 것이고, 연기하면 고사(枯死)하는 것”이라고 민주당에서 찬성 당론이 나온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한덕수를 낙마시켜 호남을 섭섭하게 하면 지방선거에서 역풍이 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결국 디바이드 앤 룰인 셈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부적격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본회의에서 찬성 표를 던질 수 밖에 없는 이유고, 윤석열 대통령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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