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과 백남준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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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과 백남준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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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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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음을 사로잡는 대기업 이미지 광고가 새로 등장했다. 한화그룹광고다. 아마, 많은 사람이 나와 비슷한 감정으로 그 광고를 감상할 것이다. 우주선 발사 장면을 흑백 TV로 경이롭게 지켜보는 꼬마가 등장한다.

꼬마는 골판지로 만든 헬멧을 쓴 채 장난감 로켓을 하늘로 날리는 시늉을 한다. 이때 모차르트의 곡을 편곡한 ‘반짝 반짝 작은별’이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아래 광고 카피를 읽으면서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자.

“우리는 아폴로의 달 착륙을 보며 꿈을 키웠지만 너희는 누리호를 보며 우주의 꿈을 키우게 될거야. 우리는 700㎞를 날아갔지만, 너희는 달까지 화성까지 날아가겠지. 우리가 백지에서 깨우친 경험들이 교과서가 되었을테니. 다른 나라 기술을 너희들이 빌려오는 일은 이제 없을 거야….”

아이 같은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과학과 예술에서 큰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코흘리개 시절 품었던 꿈을 끝까지 간직하고 동심을 잃지 않고 살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 우주만한 꿈을 키운다. 그러나 커가면서 집에서 학교에서 꿈이 깎이고 잘려나간다. 나중에는 말린 무화과처럼 쪼그라든다.

‘가위손’ ‘찰리와 초콜릿공장’ ‘유령신부’ ‘비틀쥬스’ ‘크리스마스 악몽’ 등을 연출한 미국 영화감독·예술가 팀 버튼(1958~). 서울 DDP에서 ‘더 월드 오브 팀 버튼’(The World of Tim Burton)이 전시 중이다. 팀 버튼은 개막식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향적이고, 공동묘지 탐험을 즐기는 아이였어요. 어린 시절의 전 언어 구사력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렸어요. 성격은 내향적이었지만 다행인 것은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공포가 있으면 유머가 있다는 거예요.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무게 중심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그림이든 음악이든 내 안의 감정을 분출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해요.… 어린이일 때는 세상의 모든 것이 새롭고 시선이 다르죠. 이 강렬한 감정을 커서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해요. 실질적인 나이와 상관없이 아이 같은 시각을 세상을 바라보는 데 적용하면 좋겠어요.”

전시회를 천천히 보다 보면 그의 상상력의 한계가 어딜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관람객들은 깜짝깜짝 놀란다. ‘나도 어릴 적 저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는 어린 시절 품었던 호기심과 상상력을 한번도 제지당하지 않고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예순이 넘어서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백남준의 뉴욕 집 벽면에 붙어 있던 백남준의 그림들.


백남준의 집은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

나는 2011년 가을 ‘뉴욕이 사랑한 천재들’을 쓰면서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이 살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뉴욕 소호 머서 가 110번지. 부인 구보다 시게코(1936~2015)와 사전 약속을 하고 아파트 꼭대기층 로프트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 심장이 두근거렸다.

미디어 아트 창시자가 살던 사적 공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현관 문 앞에서 설레고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집안 구조는 직사각형 형태로 앞뒤로 길쭉했다.

꼭, 짧은 복도와 같았다. 그런데 한쪽 벽면에 그림들이 무질서하게 붙어있었다. 도화지에 색연필로 아무렇게나 그린 것 같은 그림들. 얼핏, 유치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PAIK이라는 서명이 없었다면 어린아이의 그림이라고 해도 그대로 믿을 것이다.

미디어 아트라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던 장르를 창조한 천재의 공간은 철들지 않은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였다. 실제로 구보다 시게코가 쓴 ‘나의 사랑, 백남준’을 읽어보면 “백남준은 어린 아이 같았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백남준의 집에서 나는 비로소 파블로 피카소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입체파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를 창조해낸 피카소는 어린이와 관련, 이런 어록을 남겼다.

“모든 아이는 예술가다. 어른이 되어 우리 안의 예술가를 어떻게 잃지 않느냐가 문제다.” 백남준은 할아버지 나이가 되어서도 어린아이의 마음을 간직한 채 작품활동을 했고 그렇게 눈을 감았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많은 시인과 소설가들이 젊은 날 프리드리히 니체로 인해 충격을 받았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또다른 세대들이 그런 경험을 하고 있을 것이다. 시인 장석주가 그런 경우다. 장석주가 젊은 시절 출판사를 열고 첫 번째로 낸 책이 ‘니체 전집’이었다. 시인은 최근 ‘어느날 니체가 내 삶을 흔들었다’라는 산문집을 펴냈다.

니체의 여러 저작 중 독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책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다. 니체 철학과 사상의 진수를 모아놓은 고농축 비타민 같은 책. 잠언 형식이어서 읽기에 편하다는 점도 매력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다 보면 곳곳에서 니체의 통찰력에 전율하게 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는 어린이에 대해 언급한다.

“어린 아이는 순진무구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스스로의 힘에 의해 돌아가는 바퀴이며 최초의 운동이자 거룩한 긍정이다.” 니체는 어린 아이의 정신으로 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거룩한 긍정을 부정하면서 인간은 상상력을 잃은 채 그냥 그냥 살아간다.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픽사 제작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는 있을 수 있겠지만. 픽사의 모토는 이렇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 보라.’

언젠가 대기업 고위임원과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는 식사를 하다가 “조 작가의 책을 읽고서 깊이 후회하고 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내 아들이 어렸을 때 호기심이 비상했다. 그런데 나는 집에서 아들의 호기심을 ‘이상한 행동’으로 보고 꺾고 제지하는 일만 했다. 한번도 아들의 호기심에 동참해서 그 동심의 상상력 속으로 들어간 적이 없다. 강압적으로 억눌렀다. 커 가면서도 아들이 좋아하는 일을 내 고정관념으로만 반대했다. 정말 후회한다. 천재 시리즈를 진작에 만났더라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레고.


어린이날을 즈음해 강원도 춘천에 레고랜드가 문을 열었다. 레고(Lego)는, 알려진대로 덴마크에서 만들어진 장난감이다. 1932년 목수 올레 크리스티얀센이 장난감 공장을 연다. 그리고 2년 뒤 장난감 회사 LEGO를 세운다. 덴마크어 레그 고트(Leg godt)의 준말이다. 레그 고트는 ‘잘 논다’(play well)는 뜻이다.

덴마크는 어린이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어린이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일상에서 어린이의 눈높이가 중시된다.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에서는 어른도 행복하다. ‘플라잉 타이거’라는 디자인 스토어가 있다. 갖가지 어린이용 완구들을 파는 곳이다. 어린이용 텐트부터 제품을 하나씩 보다 보면 그 발상과 상상력에 깜짝깜짝 놀란다. 레고와 플라이타이거가 덴마크에서 태어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덴마크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절대로 하지 않는 말을 한국 부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 쉽게 한다.

“제발, 철 좀 들어라!”

조성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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