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제2의 서광삼’ 안 되려면
  • 모용복선임기자
지방선거 ‘제2의 서광삼’ 안 되려면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2.0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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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때만 되면 단골 출마자들
승리위한 구체적 전략도 없이
정치꾼들 사탕발림 말 현혹돼
선거에 나서지만 결과는 뻔해
유권자들을 가볍게 여긴 처사
선거실패 전철 밟지 않으려면
장기적인 전략 세워 실행해야
1972년에 발표된 이제하의 단편소설 ‘초식’에서 주인공의 부친인 얼음 도매업자 서광삼은 선거 때마다 단골로 출마하는 인물이다. 첫 번째 출마에서 입후보자 6명 중 끝에서 두 번째로 표를 얻었고, 두 번째 출마에서는 8명중에서 꼴찌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선거철이 다가오고 서광삼이 세 번째 출마를 위해 채식을 시작하자 다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참모들은 이번엔 당선이 틀림없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국 무표(無票)를 얻자 통곡을 한 뒤 제각기 흩어졌다.

반세기가 흘렀지만 선거판 풍경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지금도 선거철만 되면 몸이 근질근질해지고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려야 살아 있음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주변으로 하이에나 떼처럼 침을 흘리며 사람들이 몰려든다. ‘후보님만 한 인물이 없다’ ‘이번엔 반드시 당선될 것이다’라는 입에 발린 소리들이 달콤하게만 느껴진다.

며칠 전 한 음식점에서 이번 6·1지방선거에 출마한 한 인사(人士)와 우연히 만났다. 그는 정당 공천 경쟁에서 미끄러져 중도하차했다. 서광삼처럼 그도 선거철만 되면 선거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이름을 올린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인사가 되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표정은 어두웠으며 평소 장황하리만치 많던 말도 거의 없었다. 패인(敗因)을 물으니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부터 나왔다. 어느 후보는 무엇이 문제고, 또 누구는 무엇이 잘못됐다는 식의 말투가 사람을 질리게 만들었다. 문제는 본인에게 더 있는데 제 눈의 들보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사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전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의 강점을 유권자들에게 어필해야 할 방법을 알지 못했다. 꽤 괜찮은 공약이 많았지만 그것을 알리기 위해 언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도 않았다.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도 그리 대수로울 게 없었다. 그렇다고 시민들에게 인기가 썩 많은 것도 아니었다. 애초부터 공천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본인만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당장은 계획이 없다고 했다. 하기야 낙천한지 얼마나 됐다고, 성급한 질문일 수도 있다. 선거패배의 상처가 아물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짐작하듯 그는 다음 선거에도 나올 공산이 크다. 출마를 완전히 접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야 한다.

선거철만 되면 소위 ‘정치 모리배’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한몫 잡을 요량으로 ‘사탕발림’ 말로 출마 예정자들을 부추긴다. 그리고 벼락치기 공약과 전술을 들고 선거판에 뛰어들어 패하면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선거의 초식(初式)조차 모르고 유권자들을 너무 가볍게 여긴 당연한 결과다.

최근 지방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는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추진과 관련한 필자의 질문에 “맡겨만 주면 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의아했다.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이면 세부적인 추진 로드맵은 준비해야 당연지사. 선거에 임박해 급조된 느낌이 들어 더 이상 추가 질문은 하지 않았다.

50년 전, 서광삼은 출마를 위해 ‘초식(草食)’을 했다. 폭력과 비순수성으로 표상화된 ‘육식(肉食)’의 세계에 맞서려는 의지가 투영된 것이다. 서광삼은 비록 조롱거리로 전락하지만 부조리한 세상을 바꿔보려는 야망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선량들에겐 이러한 꿈이라도 있는지 의문이다.

모레 6·1지방선거 본 투표가 진행된다. 광역·기초자치단체장을 비롯해 광역·기초의원을 선택하는 선거다.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과 지역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행사다.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역 발전이 그들 손에 달렸다. 그리고 그들을 선택하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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