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보의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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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보의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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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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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정해보자. 탄핵 이후 민주당은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 총선까지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자만하지 않았다. 국민 앞에 더욱 겸손했으며 정의로운 나라,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탄핵을 딛고 들어선 정부였기에 국민통합을 최우선 정치과제로 두고, 인재는 이념적 편향성을 배제하고 능력 위주로 등용했다. 과거 역사는 왜곡하지 않고 교훈을 받아들여 자유민주주의 발전의 등불로 삼았다.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며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면서 평화통일을 추구했다. 언론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되 거짓과 선동에는 결연하게 대처했고, 사법부는 정치적 중립성을 철저히 유지했다. 무엇보다 잘못한 점이 있으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했다.

저렇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국민의 아낌없는 신뢰와 지지 아래 역대 가장 성공한 정부가 되었을 것이며, 정권도 재창출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모든 게 반대였다. 세월호 참사 분노의 불길과 함께 대통령 탄핵으로 사회는 혼란했고 국민은 불안했다. 누가 보더라도 이런 국가적 혼란 상태에 국가지도자가 되었다면 가장 먼저 찢어진 국민을 통합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나라를 만드는데 사력을 다했어야 했다.

가장 민주적인 정부가 될 것이라 기대했건만 문재인 정권은 적폐 청산이라는 미명하에 갈라치기와 정치보복, 반대진영 타도의 길로 직진했다.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정의의 개념을 변질시켰으며, 공정을 짓밟았다. 대외적으로는 북한엔 굴복하고 중국엔 굴종했다. 외국을 수십 번 들락거렸지만, 성과는 없고 국민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드는 망신거리만 남겼다.

부자와 대기업을 혐오하며 세금을 마구 걷어 세수는 증가했지만 그걸 다 쓰고도 나랏빚은 연간 백조원씩 늘어나 나라 곳간을 거덜 냈다. 그 누구보다 국민화합에 힘쓸 줄 알았건만 사화에 버금가는 정치적 칼날을 마음껏 휘둘렀다. 전직 대통령 2명, 전직 국정원장 4명, 장·차관 수십 명을 비롯해 120여 명이 구속됐고 천 명이 넘는 인사들이 수사를 받았다. 모욕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인사도 여럿이었다.

원자력 발전(發電)에 무지한 정권이 몽상가적 발상으로 탈원전을 외치며 7,000억 원을 들여 수리한 월성원전을 폐기하고, 건설 중인 원전의 공사마저 중지시켰다. 이 때문에 원전 관련 부품을 만드는 기업 수십 곳이 도산했고, 고도의 전문지식과 기술력을 가진 전문인력들은 해외로 뛰쳐나갔다. 대학의 원자력 관련학과의 학생은 아무도 지원하지 않아 씨가 말랐다. 전국의 산야를 파헤쳐 중국산 태양광 패널로 뒤덮었지만 전력생산량은 미미했다. 대체에너지 수입으로 인해 흑자를 내던 한전은 적자로 돌아섰다. 이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면 대체 얼마나 될까!

뒤이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희한한 용어를 앞세워 경제를 피폐하게 만들자 국민과 재계의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자 어느 날 갑자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말은 쑥 들어가 버렸고 퇴임하는 날까지 입 밖에도 나오지 않았다.

인사가 만사인데 능력이나 자질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정치적 성향이 같은 동조자들로만 채워 넣었다. 노조가 아무리 깽판을 쳐도 정권 창출의 공로를 못 잊은 탓에 못 본 척했다. 유리멘탈에 옹졸한 성품을 가졌는지 조금만 쓴소리를 해대도 삭여내지 못했다. 이념적 정체성도 모호했다. 대체 무엇을 추구하는지, 어떤 꿈을 꾸고, 어떤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지 알 수도 없었다. 지지율에만 급급할 뿐 국가를 위한 자기희생적인 사명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회정의와 공정은 어떠했는가? 문재인 정권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단연 ‘내로남불’이었다. 교묘하게 정의의 잣대를 비틀었고 공정의 가치를 훼손했다. 비판하는 세력은 어김없이 타도와 청산의 대상으로 치부했다. 국민의 절반이나 되는데도 말이다. 반쪽 아니 삼 분의 일 쪽 대통령이었다. 그 때문에 국민은 갈가리 찢어발겨졌고 보수와 진보는 전장 앞에 선 적군처럼 무조건 혐오하고 경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탁현민이 기획하고 연출한 보여주기 쇼는 얼마 가지 못해 환호에서 탄식으로 그리고 비아냥으로 전이되었고, 결국 김정숙 여사의 패션쇼로 종지부를 찍었다. 가식적 행태에 국민은 진저리를 쳤다.

한 달 전쯤에 뉴스를 통해 들은 말이다. “저 성공한 거 맞죠? 한 번 더 출마할까요?” 지금까지 들어본 말 중에 가장 끔찍한 말이었다. 바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하는 날 청와대를 떠나면서 지지자들을 향해 한 말이다. 구중궁궐에 갇혀 국민의 아우성을 듣지 못한 걸까? 아니면 뻔뻔스러운 걸까? 지난 5년은 실망과 분노에 찬 5년이었다. 편 가르기와 칭송을 갈구한 연극뿐이었다. 국민 분열로 나라가 깊게 병든 퇴행의 5년이었다. 전직 대통령마다 비극적인 끝을 맺는 정치보복 악순환의 고리를 어디선가 끊어야 하겠지만, 세월이 좀 더 흐르면 문재인 정권의 지난 5년은 역사의 냉혹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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