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안보 위기와 신정부의 에너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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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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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세계는 에너지 안보, 식량 안보, 경제 안보 등 다층적 안보 위기에 직면해있다.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와 기후위기로 인해 이미 다양한 안보 문제가 제기되고 있던 상황에서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안보 위기를 극대화시키며 세계를 더욱 거대한 불확실성의 시대로 밀어넣고 있는 중이다.

러시아의 침공 직후부터 가장 큰 위기로 대두된 것은 에너지 안보 위기이다. 이미 기후변화 대응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 수급 불안정과 에너지 가격 급등을 야기했고 이에 따라 일부 국가는 당장의 에너지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증가시키는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추진해오던 에너지 전환 정책에 혼선이 생기고 있다. 그리고 에너지 안보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작년까지 기후위기 대응과 전 지구적 탄소중립이라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던 세계는 이제 각국의 자원 확보와 자국의 이익 보호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해 세계 에너지 전문가들은 1970년대 있었던 석유파동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보다 더 크고 오래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너지는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기간 산업으로, 세계는 그간 수차례 산업혁명과 위기를 겪으며 새로운 에너지원을 도입하며 경제 발전을 이룩해왔다. 1차 산업혁명은 석탄을, 2차 산업혁명은 석유와 전기를 확산시켰으며, 1970년대 두 차례 석유파동을 겪으며 그에 대한 대안으로 원자력과 가스가 확산되었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후변화와 3차 산업혁명 이슈가 대두되며 신재생에너지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며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석탄과 석유 기반의 안정적 에너지 공급 방식을 탈피하여 재생에너지 중심의 친환경적 에너지원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과정 중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이 돌발 변수는 에너지를 전환하는 과도기적 시기의 불안정성을 극대화시켜 석유, 석탄, 가스 등의 에너지 공급망 변화와 에너지 가격 급등을 야기하여 경제위기와 함께 세계적 탄소중립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주도하던 유럽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브릿지 역할로 활용하려 했던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생기며 에너지 안보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유럽은 난방과 산업용 외에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이미 높아진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 해결을 위한 백업 전원으로 천연가스 활용이 증가해왔다. 그리고 그간 석탄발전 비중을 낮추면서 천연가스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고, 그중에서도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40%까지 높아진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에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러시아가 에너지 자원을 무기 삼아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이 에너지 안보에 발목이 잡혀 세계 질서를 어지럽힌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과 러시아에 전쟁 자금을 간접 지원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며 유럽을 필두로 한 세계적인 탄소중립 정책 후퇴와 화석연료로의 회귀 움직임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IEA, UN 등 국제 기구들은 당장의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화석연료로 회귀하는 것은 더 위험한 선택이며, 각국의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자원의 무기화 방지를 위해서라도 탄소중립 정책을 더 가속화하여 탈탄소 사회로의 이행을 빠르게 추진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을 활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 중에서 유럽은 러시아 에너지로부터의 독립과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선택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REPower EU’ 계획을 발표하며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기존 40%에서 45%로 높이고 이를 위해 2030년까지 3,000억 유로를 투자할 것을 결정했다. 그리고 2027년까지 러시아 에너지로부터의 완전한 자립을 목표로 제시하고 이를 위해 LNG 수급을 다양화하여 러시아산 에너지를 대체해 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 에너지 수입국이자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전략이 더욱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6.6% 수준으로 낮은 상황이며, 천연가스 비중도 20% 이하로 높지 않고 러시아로부터의 수입량도 많지 않아 아직까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제재와 공급망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에너지 자원 확보 경쟁이 심화되면서 결과적으로 국내 LNG 수급과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석탄발전 감소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브릿지 에너지원으로 LNG를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그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전개될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도 탄소중립이라는 거시적 테두리 안에서 중단기적 에너지 위기 대응과 장기적인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과학적, 경제적 근거에 기반하여 설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간 에너지 정책에 투영되어 있던 정치적 이념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 그간 우리나라는 에너지 정책이 정치적 쟁점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에너지 정책에 대한 장기적 관점에서의 객관적 평가보다는 정권 교체를 근거로 에너지 정책 방향을 뒤바꾸곤 했다. 수소와 자원 외교가 그러했으며, 최근에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대립 구도를 형성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된 결과는 현재와 같은 안보 위기 시대에 에너지 자립은 고사하고 에너지 위기에 대한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 알 수 있다.

지난달 출범한 신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자력을 확대할 것을 예고하였다. 이에 따라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에너지 전환 정책의 틀과 방향성이 대대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에너지 정책 변화는 과거의 폐단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고 또 다른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의 화석연료 가격 급등과 에너지 수급 문제를 생각하면 원자력 활용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중단기적 대안으로 신규 원전을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신규 원전 건설에 소요되는 시간과 국민 수용성, 폐기물 처리 방안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위기 극복 대안으로 신규 원전을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유럽이 EU taxonomy(유럽연합 녹색 분류 체계)에 원자력을 포함시키고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에서 신규 원전 확대를 계획하고 있음에도 ‘REPower EU’에 원자력 발전소 추가 건설을 담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또한 장기적으로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을 위한 수단으로 원전을 어느 정도까지 활용할 것인지도 향후 결정되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안은 소수의 정책결정자들이 결정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지난달 인수위는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의 의미를 ‘이념편향과 분열을 극복하고, 국력을 결집해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를 열망’하는 ‘국민의 염원’에 있다고 해석했다. 신정부가 이러한 국민의 염원을 에너지 정책에도 투영하여 정치적 이념을 배제하고 불확실한 시대에 에너지 안보를 위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여 국민의 삶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를 기대한다.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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