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 열기가 쉽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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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상회담 열기가 쉽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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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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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계기 한일정상 간 양자 회담은 기대와 달리 결국 개최되지 못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7월10일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여러모로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건 이해가 간다. 그러나 한일 양국의 산적한 현안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또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 ‘환영’했던 일본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최근 일본 정부의 냉랭한 태도는 의아하기까지 하다.

한국에선 참의원 선거 이후 한일관계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 집권 자민당이 승리하면 기시다 총리는 정치적 안정을 얻을 수 있을 테고, 그 이후엔 한일관계 개선 노력이 현실화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 있다.

그래서 이달 중하순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불발됐을 때까지만 해도 ‘나토에선 한일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나토정상회의 환영 갈라 만찬과 한미일 정상회담, 그리고 한·일·호주·뉴질랜드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정상이 대화를 나누긴 했다. 그러나 두 정상이 단독으로 만나는 기회는 없었다. 윤석열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최악’으로 내몰렸던 한일관계가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 ‘해빙기’를 맞이한 건 사실이다. 일본이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을 받아들이고, 한일 정부가 김포~하네다(羽田) 항공노선을 운항 재개를 결정했단 소식만으로도 한일관계가 금방 풀릴 듯하다. 또 윤석열 정부가 선제적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를 얘기하고, 일본과의 대화를 적극 추진하는 모습에서 관계 개선 기대도 커졌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일본은 ‘입국 비자 면제’처럼 빨리 풀어야 할 중요 사안에 대해선 주저하는 모양새다. 한일 간 왕래가 이전처럼 복원되길 원하는 양국민의 기대에 비해 일본 정부의 걸음은 너무 늦다. 더구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가 여전히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입장은 강경하기만 하다.

최근 일본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한일관계 개선이 쉽지 않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한국에 대한 일본 내 불신이 깊고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 등장 직후 한국에 대한 일본의 태도가 완전히 변화됐었다”고 한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지만 윤 대통령에 거는 기대는 컸다는 얘기다.

일본 정치권은 윤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강조했단 점에서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국제관계에서 일본과 ‘같은 인식’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했다. 즉, ‘윤석열 정부는 중국 편향 정책을 펼치지 않을 것’이란 안도감이 있었다.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움직여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독도 해양조사선 활동 이후 윤석열 정부에 대한 일본 정치권의 기대는 ‘반신반의’로 변했다. 일본 정치권엔 ‘조건 없는 대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먼저 일본을 자극했다’는 인식이 강하다. 현재 한일 정부 간 대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독도 해양조사선 활동으로 일본을 자극한 윤석열 정부의 속내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이런 일본의 불신은 한국의 정치 시스템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과 문화 차이에 따른 오해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특히 ‘한국에선 정부가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다“는 일본의 오해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다. 일본 내 한국 전문가조차 윤석열 정부가 처해 있는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제약요인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와 관련한 한국 내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가 코앞에 왔음에도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데 대해 초조해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문제에서 별다른 제안은 하지 않은 채 한일 대화를 추진하는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차근차근 신뢰를 쌓고 강제동원 관련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빠른 태세 전환과 우회 전략은 이해하기가 힘들단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와 달리 지금 일본 정치권에선 한국에 대한 ’전략적 협조‘ 기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반면 강제동원 관련 문제 해결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일본의 대한(對韓) 강경파들은 ”윤석열 보수 정부도 문재인 정부 때처럼 반일(反日)엔 변함이 없다“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기대했던 한미일 안보협력에 한국이 열의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일례로 그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가져온 동북아시아 질서 변화에도 ’한국은 별다른 위기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비판한다. 일본 정부는 동북아의 불안정(대만 문제, 북한 핵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 국방비 증가, ’적(敵) 기지 공격‘ 능력 보완, 헌법 개정 등을 추진하려고 하건만 윤석열 정부의 대응태세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 한일 양국의 안보 인식 차이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자민당 내에서 한국에 비판적인 그룹은 3선 이하 국회의원들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시대에 당선된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한일관계를 ’특수 관계‘에서 ’보통 관계‘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그들은 아베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반성과 사죄는 더 이상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한국에 양보를 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한국에 양보를 하면 할수록 수렁에 빠져 손해만 본다‘는 주장이다. 일본과 직접 교섭하는 외교당국자는 ”최근 일본의 대(對)한국 정책에서 국회 외교부회가 이렇게 영향력을 발휘한 적은 없다“고 당황해 할 정도다.

참의원 선거 이후에도 기시다 총리가 한국에 대한 자민당 내 강경 목소리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국이 한일관계를 낙관적으로만 생각해선 안 될 부분이다.

일본 정치권에서 한국에 대한 강경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는 상황에서도 한국은 아직도 일본의 태도 변화에 무감각하다. 한국 정부의 대일(對日)정책 재점검이 시급하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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