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 전제하지 않은 ‘총경의 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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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 전제하지 않은 ‘총경의 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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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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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경찰서장(총경)들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집단행동을 벌이는 놀라운 장면이 연출됐다. ‘경찰 수사 중립’의 제도적 확립을 외치는 그들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체의 통렬한 자성(自省)이 전제되지 않은 채 마치 정치꾼들처럼 정부 정책을 대놓고 반대하는 사상 유례가 없는 선동적 행동은 천박한 일탈이다. 처절한 반성문부터 먼저 쓰고, 수사 중립성을 담보할 신실한 대안을 함께 내놓고 시작했어야 옳았다.

권력기관의 질서를 유지하는 통제력의 핵심은 인사권이다. 그동안 경찰 수뇌부 인사권은 청와대 민정수석, 파견 경찰(치안비서관)을 통해 대통령이 직접 행사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동안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경찰청 고위직의 인사작업은 청와대에서 다 했다. 인사철마다 어떻게든 대통령이나 청와대에 선을 대려고 발버둥 치는 욕망을 무수히 지켜본 사람들은 작금 총경들과 경찰들이 외치는 ‘경찰 독립’ 주장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 행정관 하나라도 악착같이 끈을 만들어서 인사청탁을 일삼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그게 그들이 부르짖는 ‘경찰 독립의 요체’인가 되묻고 싶어진다. 물론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가 경찰 조직을 포괄적으로 설득하고 공감하면서 제도변화를 모색하는데 주도면밀하지 못한 ‘미욱함’까지 변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치안유지의 일선 지휘관인 총경들의 이 같은 집단행동은 민심을 어지럽힐 따름 백해무익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한강의 기적과 함께 우리 경찰의 위상 또한 괄목할 발전을 해온 것은 맞다. 그러나 권력의 잘못을 눈감고, 봐주고, 뭉개는 데 앞장선 흑역사가 말끔히 정리된 것은 아니다. 선거 여론 조작 사건 수사는 질질 끌었고, 택시기사를 때린 폭행범 차관은 친정권 인사라고 봐줬다. 청와대와 내통하여 대통령 친구의 당선을 돕기 위해 광역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아직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경찰의 으뜸 임무인 ‘수사’는 독립성이 부여돼야 한다. 그러나 경찰은 그 존재 자체가 독립적이어서는 안 되는 조직이다. 넓게는 국민의 조직이어야 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부의 통제 안에 있어야 한다. 정권에 빌붙어 저질렀던 온갖 일탈들을 낱낱이 분석하여 성찰하면서, 미래에는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부터 제시하는 게 순서다. 국가 질서의 보루인 경찰 조직마저 그 우두머리들이 나서서 정치 선동에 집단항명이라니, 이 나라는 지금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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