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방대법원의 판례변경과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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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방대법원의 판례변경과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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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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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몇가지 기준들 중에 임신 6개월 이전 태아 낙태 금지와 허용이 있다. 원칙적 금지를 지지하면 보수고 원칙적 허용을 지지하면 진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3년에 내린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에서 허용을 택했다. 이를 금지하는 법률은 위헌법률이라고 보았다.

보수진영은 지속적으로 이 판결을 비판했고 변경을 시도해왔다. 그러자면 대법원 구성을 바꾸어야 하는데 대법관을 임명하는 대통령선거와 대법관 후보를 인준하는 의회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선거 때마다 중요 이슈인 이유다.

트럼프 임기 중에 보수성향 대법관들이 임명되었고 결국 판례는 지난 6월 24일 돕스 대 잭슨(Dobbs v. Jackson)판결로 변경되었다.

미국 연방헌법 수정 제5조와 제14조에 따르면 누구도 적법절차에 의하지 않고 생명, 자유 또는 재산을 박탈당하지 않으며 모든 사람은 법률에 의한 평등한 보호를 받는다. 로 판결은 이 규정들에 근거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낙태 문제는 이 조항의 규율 대상이 아니어서 미국 각 주의 법률이 관장할 사안이라고 보았다. 미국의 각 주가 법률로 이 문제를 정리할 때까지 혼란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판결이 나오자 ESG의 실천 개념 중 하나인 ‘포용’과 관련해서 다수 기관과 기업들이 입장을 내놓았다. 이번 판결은 ESG 이념을 실천해야 하는 기관과 기업들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공립대학 총장들이 반응했다. 미시간대 총장은 판결이 학생과 교직원들의 건강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는 비판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판결이 의대 교육과 연구에 미칠 파장을 주시하면서 미시간대 병원이 학교 구성원들과 지역사회의 소외계층을 위한 낙태 관련 기존 지원을 중단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버클리대 총장도 대법원판결에 비판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중립적 입장을 취해야 하는 대학의 리더들로서는 이례적이다.

이번 판례변경은 단순히 낙태 허용과 불허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로 판결은 여성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적 활동 범위와 입지, 그리고 기여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새 판결은 양성평등과 포용을 추구하는 ESG의 이상에 배치될 수 있다. 새 판결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내놓은 미시간대, 버클리대 총장 모두 여성 총장들이다. 자신들이 속한 세대와 자신들의 성공은 로 판결이 가져온 30년간 사회 변화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인사들이다.

다음이 기업이다. 기업들은 판결문의 내용과 함의를 신중하게 분석한 후에 방침을 정해 공표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JP모건체이스가 직원들이 낙태를 허용하는 주로 여행하는 데 소요되는 여행경비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최대의 사업장인 월마트는 신속히 회사의 입장을 내놓지 않아 각계의 비난을 받았다. 사실 5월 2일에 판결문 초안이 유출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덕분에 기업들로써는 대비할 시간이 어느 정도 있었다. 그러자 주주들이 나섰다. 월마트의 한 주주는 판결문 초안 유출사건 직후에 대법원 판례가 변경되는 경우 회사의 대응을 묻는 주주제안을 냈다. 13%의 주주가 동조했다. 메이시백화점을 포함한 몇몇 다른 회사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기업이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주에 따라서는 새 법률을 만들면서 기업의 지원을 불법으로 규제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사안에 대한 특정 기업의 입장이 ESG 관련 평가에 영향을 미치고 그 때문에 평판이 나빠지면 투자와 인재 확보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정치뿐 아니라 국제정치도 ESG와 상호작용하면서 기업과 경제, 그리고 일부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장 큰 요인이다. 첫째, 방위산업이 ESG 측면에서 평가절하되던 현상이 없어졌다. 사회적으로 유해하다고 여겨진 살상용 무기가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지키는 데 필요한 도구라는 시각이 강해졌고 방위산업체들에 투자가 증가해 해당 산업의 주가가 상승했다.

둘째,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해당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상승했다. 그간 투자자들이 ESG 때문이 아니라 해당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해서 투자를 줄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EU가 2027년부터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완전히 끊을 계획이기 때문에 석탄 사용량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탄소 제로 달성이라는 목표를 흔들리게 할 것이다.

ESG를 통해 정치와 기업경영의 동조화가 심화되고 있다. 동시에 정치가 ESG의 확산과 진전에 장애요소로 등장하기도 한다. 돕스 판결 일주일 후인 6월 30일에 미국 연방대법원은 연방환경보호국이 발전소 배출 온실가스를 규제하는 권한을 제한하는 판결(W. Virginia v. EPA)을 내렸다. 이 또한 ESG 차원에서 작지않은 제약을 발생시킬 것이다.

그러나 ESG라는 일종의 정치적 이념이 법원의 판결을 통해 넓은 범위에서의 이해관계 조정과 여론의 검증을 거치면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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