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누구를 위한 다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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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누구를 위한 다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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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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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節氣)상 입추와 처서가 지나고 가을의 상큼함을 맞아야 하는데 지속되는 무덥고 칙칙한 늦여름 날씨만큼이나 지역사회의 혼돈과 답답한 현상에 더욱 덥고 심란해 지는 느낌이다. 시내뿐만 아니라 읍·면 지역에도 나붙은 각가지 포스코 관련 현수막 홍수(?)에 지역민들과 포항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지역 이미지를 훼손하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일부 언론 매체에서 ‘평양거리를 연상케 한다’는 표현에는 동의 할 수 없지만 천편일률적인 문구와 색채가 품위 있는 선진도시 포항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말 포스코의 물적 분할로 만들어진 ‘포스코홀딩스’의 본사 소재지 문제와 새롭게 건립되는 미래기술연구원의 수도권 배치 등 포항지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해오고 있는 포스코가 ‘탈(脫)포항’ 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강덕 시장의 ‘1인 시위’를 비롯한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걷잡을 수 없는 위기를 맞은 바 있었다. 하지만 지난 2월, 가까스로 포항시와 포스코가 문제 해결을 위한 다소 미흡(?)한 합의지만 쌍방이 난국을 봉합하자는데 의견을 모아 진정 국면에 들었으나 합의사항 이행 지체와 일부단체에 대한 고발, 소송제기 등으로 다시 불붙은 포스코문제가 지역사회를 더욱 혼돈의 세계로 몰아가고 있다.

그사이 세계적 경제 침체와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등에 맞물린 지역 경제가 인구 50만 붕괴, 포스코 일부 공장 가동 중단,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어려움에다 연이은 코로나 재(再)확산으로 밑바닥 경제가 싸늘하게 식어 경보음이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제 살리기에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할 때에 갈등과 반목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작금의 우리 지역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길거리마다 나부끼는 현수막 내용처럼 반세기 넘는 공존의 역사를 이어온 포스코가 포항을 떠나려하는 걸까? 경북도 유일의 대기업 포스코가 균형발전을 내팽개치고 지방소멸에 앞장서는 어리석음을 택할 것인가. 포항시민의 헌신과 희생으로 세워진 오늘의 포스코 정체성을 “국민기업이 아니다”라는 한마디로 ‘영일만 신화’를 깔아뭉개는 파렴치한 글로벌기업으로 낙인찍히기를 정녕 원하고 있는 것인가. 갈등과 반목의 연속이 과연 누구를 위한 다툼인지 지역의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고 있어 사뭇 염려스럽다.

급기야 포스코 현장의 산업 역군들이 회사를 비방하고 헐뜯는 일부 시민단체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인간띠잇기와 입장문 등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호소하고 나섰다. 그들 또한 지역을 사랑하는 포항시민들이다. 이러한 모습이 포스코와의 공존 역사에 처음 인 듯 더욱 마음이 무거워 진다.

우리지역과 포스코문제가 전국적 이슈가 되어 귀추를 지켜보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눈에 띄지 않는 쪽이 있어 부끄러움이 앞선다.

갈등과 다툼을 풀어야 할 당사자인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과 포항시장을 비롯해 행보를 달리하는 김정재, 김병욱 국회의원과 도·시의원들이다. 또한 포항만의 문제가 아닌 경북도의 미래도 걸린 사안인데 이철우 지사의 존재도 보이지 않는다. 요란한 현수막 시위에만 열을 올리고 아무도 이렇다한 말이 없다. 포스코 회장이야 임기가 보장된 탓에 포항을 외면해도 되겠지만 근원적인 사안을 관철해야 할 포항시로써는 어떤 대안이라도 찾아서 해결하여야 한다. 지역의 현재와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일에 불통과 감정대립으로 엇박자만 날리면 결과는 시민만 불행해 지는 건 불문가지다. 난제를 풀어 줄 중재자를 찾아 갈라진 민심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함께 나서야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지역에 어른이 없다는 말이 부끄럽게 느껴 질 때가 있었다. 어른은 스스로 나서지 않는다. 어른의 혜안을 존중하고 따르는 성숙된 문화가 있어야 진정한 어른이 나온다. 어른이 없는 사회가 어디 있겠는가.

작금의 현실을 볼 때 “과연 누구를 위한 다툼인가”를 되묻고 싶다. 김유복 포항사회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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