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주택·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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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주택·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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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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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부동산 시장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지방과 서울의 격차가 너무 커지고 있다. 평균적인 시세를 보자면 서울 아파트의 중간가격은 이미 10억을 넘어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에 비해 경북 지역은 1억을 조금 넘는 정도이다. 거의 열 배에 가까운 차이이다. 구체적인 사례로 비교해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북의 대표 도시인 포항의 경우 괜찮은 아파트의 시세는 대략 3억 후반 정도이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 중상위권 정도인 송파나 잠실의 아파트만 해도 30억 원을 훌쩍 넘어간다. 역시 열 배 가까운 차이다.

주택 수요에서도 차이는 크다. 서울은 늘 주택에 목말라 허덕이는 지경이다. 지방도시 입장에서는 이해가 쉽지 않지만, 이번에 수해 사고가 난 ‘반지하’ 주택도 서울에서는 수십만이 살고 있는, 엄연히 수요가 있는 주거이다. 그뿐만 아니라 고시원, 셰어하우스 같은 일종의 변칙형 주거에도 수요는 늘 넘친다. 심지어 방 한 칸을 쪼개어 쓰는 불법 ‘쪽방촌’도 성업 중일 정도이다. 하지만 같은 시기 지방에서는 오히려 빈집이 골칫거리로 등극하고 있다. 경북의 경우 전체 주택의 12.8%가 빈집이라고 한다. 서류상으로만 사람이 사는, ‘사실상 빈집’은 무려 38.1%나 된다. 세 집 중 하나가 빈집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주택보급률에서는 무려 115.4%라는 높은 수치가 나오고 있다. 농담을 보태자면, 말만 잘하면 살 집 하나는 거저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상황이다. 서울과 지방이라고 해봤자 따지고 보면 불과 두세 시간 거리일 뿐이지만 주택·부동산 여건의 차이는 이렇게 놀라울 정도로 크다.

그런데 이상하다. 시장에 대응하는 방식은 서울이나 지방이나 큰 차이가 없다. 서울은 지난 정부에서의 폭등과 대출 규제 이후 거래가 거의 끊긴 지경이다. 새 정부의 공급 대책도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 보니 시장은 여전히 멈춰있다. 그런데 상황이 전혀 다른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역시 주택 거래는 부진하다. 부동산 사이트에는 몇 달째 같은 매물들이 맴돌고 있고. ‘급매물’도 몇 달째 기별 없이 머무르고 있다. 새 아파트 단지의 분양권 전매만 요란할 뿐이다. 서울의 경우는 이해가 간다. 이른바 ‘영끌 대출’로 집을 보유한 사람들은 낮은 가격에 팔 수가 없다. 반면 살 사람은 조만간 떨어지기를 고대하며 기다리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전혀 다른 형편의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덩달아 거래가 멈춰버린 것은 아무래도 이해가 어렵다.

관련 정책도 그렇다. 지방 중소도시라고 해서 서울과 다른 게 없다. 여전히 공급 확대 정책이다. 물론 방법은 다르다. 서울은 역세권과 재건축의 제한을 풀어서 공급한다고 하고, 지방 중소도시는 고속철도나 혁신도시, 민간공원과 같은 호재를 이용해서 공급하겠다는 식이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는 정책 구상만 할 뿐, 아직 제대로 실현되지는 못하고 있다. 반면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정말로 대규모 택지가 신시가지 형태로 여기저기 개발되고 있다. 정작 공급이 필요한 서울에서는 궁리만 하는 동안,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 도시에서 오히려 브레이크도 없이 공급이 늘어나는 양상이다.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시장이 마치 다른 세상만큼이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대응하는 방식은 비슷하다면 이건 좀 이상한 일이 아닐까. 특히 주택이 모자란 곳이나 여유 있는 곳 모두 정책 방향이 비슷하다는 건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 아직도 상당수의 지방도시들이 과거의 주택 공급 논리에 기대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지방에서는 ‘주택 공급’이라는 말 자체가 어색한 시기가 되었다. 이미 빈집 처리가 골칫거리인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헌 집을 떠나 새집으로 옮기려는 수요는 늘 있다. 하지만 그런 수요는 어디까지나 선택적일뿐더러, 성장 시대의 폭발하던 수요에 비하면 매우 작은 양이다. 새로 개발된 대단위 아파트 단지 상황만 보아도 그렇다. 자체 수요보다는 외지 세력의 투기적 매입이나 분양권 전매 싸움터가 되고 있는 지경이다. 대량 공급은 이제 적어도 지방에서는 철 지난 정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지방도시들은 이제 서둘러 각자의 여건에 맞는 주택·부동산 정책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주택 수요자들도 수도권 발 뉴스가 아닌 지역의 현실에 익숙해져야 할 때가 되었다. 서울, 수도권과 비슷한 흐름으로 가기에는 기반에 깔린 조건들 자체가 너무나 심하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회 될 때마다 공급하고 보는 방식이 아닌, 인구 흐름과 구시가지의 상황, 지역 수요의 변화에 따라 공급을 조절하는 방식이 지역마다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구시가지 공동화에 이어 초유의 신시가지 공동화라는 짐까지 지게 될지 모른다.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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