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50대 이후의 생애 주기부터 확인해보자.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현재, 근로소득과 지출액의 차이인 생애 흑자는 28세부터 시작되고 44세에 최대 흑자를 보인다. 퇴직 연령이 50세를 채 넘지 못하다 보니 이후 흑자폭은 계속 줄어들어 60세가 되면 적자로 전환한다. 2010년에는 적자 전환 나이가 56세였는데 60세로 정년이 연장되면서 지금은 적자 전환 시기가 4년 늦춰진 게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긴 여정이 이어진다. 퇴직 후 거의 20여년 간, 그리고 가계 살림이 적자를 보인 후 10년 이상 동안 경제 활동이 이어진다. 실제로 경제활동참가율은 60세에 68%이고 이후 70세 44%, 80세 24%를 보인다. 60대 전체의 평균 경제활동참가율은 59%에 이르니 꽤 높은 편이다. 60대의 10명 중 6명은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40대의 80% 수준에 비해서도 크게 낮지 않다. 70대도 평균 37%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가계의 적자가 60세로 비교적 빨리 시작되는 데 반해 노후 연금은 충분치 않아 경제 활동을 더 오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징적인 것은 지난 10년간 나이 들어서도 일을 하는 사람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에는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이 60세 63%, 70세 38%, 80세 12%였음을 감안하면 2021년 현재는 그 때에 비해 각각 5% 포인트, 6% 포인트, 12퍼센트 포인트가 더 증가한 셈이다. 과거에는 70대 이후에 경제활동 참가율이 뚝 떨어지던 것이 지금은 훨씬 완만하게 떨어지고 있다. 이제는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후에 완전히 은퇴하기까지의 ‘가교 일자리’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의 생애 주기를 정리해보면, ‘44세 최대 흑자 → 50세 퇴직 → 60세 적자 전환 → 73세 실질적인 은퇴’라는 경로를 밟는다. 그리고 실질적인 은퇴 연령은 자꾸 길어지고 고령자 취업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생애 주기에 잘 대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40대 중반에 가계 수지가 최대 흑자를 보일 때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흑자 기간이 오래 가지 않기 때문이다. 50대 초반이면 소득이 줄어들고 60세면 가계 수지가 적자로 돌아선다. 자녀 교육 등 통제를 하지 않으면 지출을 해야 할 곳이 끝도 없이 늘어날 때다.
둘째, 앞으로는 나이 들어서 일자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정상(norm)이 되니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인적 자본을 키워야 한다. 지금도 60대의 10명 중 6명이 일을 하고 있고 70대는 10명 중 3.7명이 일을 한다. 지금 60세인 사람이 70세가 되면 그 때 일하는 사람의 비중은 또 높아져 있을 것이다.
올해 69세가 된 선배님은 작년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서 올해 빌딩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한다. 필자의 친구 역시 50대 후반에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따서 지금은 고향에 내려가 지부 대표를 맡고 있다. 베이비부머의 높은 학습 능력과 수명 연장이 결합되면서 이들의 경제 활동 참가가 높아지고 있다. 준비를 한 사람은 그만큼 오래 머무르고 하지 않은 사람은 그만큼 일찍 떠나게 된다.
마지막으로, 수지 적자 연령을 늦추어야 한다. 혹은 큰 폭으로 적자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10년 정도는 적은 폭의 적자로 잘 방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요한 세 가지는 일자리, 자산운용, 절약이다. 근로소득과 자산운용 소득을 높이고 지출은 줄이면서 수지 적자폭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70대 이후면 쓸 곳도 많지 않으니 적당히 하면 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이 10년이 50대 이후에서 가장 중요한 때다.
50대 이후의 생애 주기가 모두에게 들어 맞는 건 아니지만 대략의 이정표는 된다. 평균의 법칙을 무시하기 어렵기에 몇 년의 시차는 있지만 이 흐름을 따르게 된다. 덧붙여, 미래에는 사람들이 더 오래 일자리에 있을 것이다. 40대에 흑자 관리를 잘하고, 50대 이후 자신의 가치를 높여 일자리에 오래 머무르고, 60세 수지 적자 연령을 늦추어 적자 관리를 잘 해야 한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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